• 민노 vs 신당, 숙명의 혈전 결과는?
        2008년 02월 19일 07: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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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창당 흐름이 노회찬, 심상정 의원의 신당 출마와 총선 이후 실질적 창당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한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진보’ 정당 간 생사를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다투는 총선을 맞게 됐다.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할 ‘사수파’ 의원들이 탈당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유례없는 진보정당 간의 혈전

    진보신당 쪽은 맞상대가 민노당이 아닌 이명박 당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진보신당의 정치적, 정책적 공격 대상이 이명박 집권당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은 ‘지지층’을 놓고 승패를 다투는 경쟁 대상은 민노당일 수 밖에 없다.

    민노당은 진보신당을 분열주의자로 비판하고, 진보신당은 민노당을 더이상 진보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국민들의 평가에 따라 이들 중 한쪽은 ‘정치적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사활적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노당은 이미 전국민적으로 알려진 ‘이름 값’과 민주노총, 전농 등을 기반으로한 고정적인 ‘대중 조직’ 및 ‘자금’이 있는 것이 큰 자산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대중적’ 스타 정치인과 ‘새로운 이미지’ 그리고 민생정책 생산에 실력을 가지고 있는 참모진 등을 강점으로 민노당의 고정 지지층을 넘는 광범위한 범진보 진영의 기대를 받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마이너 리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4월 9일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숙명적이고 다소 비극적이기도 한 승부에 과연 국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국민들에게 고개숙인 심상정 비대위원들. 이들은 진보신당 창당을 통해 죄송함을 갚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은 대체로 "양쪽 모두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의 노선이 큰 변별력이 없다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타 의원이 있는 진보신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결국 사람 싸움으로 갈 가능성 높다

    정영태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제외하고 민노당과 진보신당간의 노선이나 정책 공약이 얼마나 다른가? 결국에는 사람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심상정과 노회찬 의원이 힘을 합치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또 "비례명부와 관련해서도 민노당의 경우 새로운 수혈을 하기도 어렵고 또 밑에서부터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도 힘든 구조"라며 진보신당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기존 민주노동당 자주파의 구의제와 심상정 비대위의 신의제가 충돌해 분당한 만큼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변화와 신의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민노당 자주파가 내세웠던 이념 등으로 인해 그간 선점하지 못했던 양극화 시대 속 생활 진보 의제에 대해 간판 스타인 노심이 합류한 진보신당의 의제 선점 능력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정치컨설팅 업체인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민노당의 지지기반의 확대가 어려울 것이다. 민노당은 이미 권 후보의 대선 출마를 통해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광범위한 진보 세력, 민노당의 고정적 지지 기반 외의 플러스 알파 세력들이 신당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부 기자도 "민주노총이 분열할 경우"를 전제로, "대국민 어젠다 선점에 능한 신당파가 고정 지지층 외에 문국현류의 범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기반을 획득하는데 유리하다"고 했으며,"민주노동당의 경우 자주파 등이 당원 배가 운동 등을 진행하면 할수록 오히려 국민 대중으로부터 더 고립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세력 득표 합쳐도 13% 못 미칠 것

    하지만 이들은 두 세력의 결과를 합친 전망에 대해 지난 2004년 총선시 13%에 달했던 민주노동당의 두 자리수 지지율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김형준 교수는 "짧은 시기 내 새로운 진보에 대한 정립없이 대선의 연속성을 갖고 치뤄지는 총선이니만큼,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 완전히 외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노당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 K씨는 "이명박 정권의 반복되는 오류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양 진영의 지지율이 과거만큼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제각기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진보신당의 경우 ‘시간과 조직’ 의 ‘부족’이 주요 약점으로 지적됐다.

    정영태 교수는 "총선이 50일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언제 조직, 재원, 정책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알릴지 그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무리 명분이 옳아도 국민을 먼저 접촉하고 끌어들이는 사람이 이기는 게 선거"라며 "가능한 최대한 빨리 조직을 구성해 서로 손발을 맞춰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중조직’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미 조직된 노동조합 대신 동원이 힘든 미조직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의 전체 노동자들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조합원에게 특권적 지위를 줄 필요가 없으며 할당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부문과 자유경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실험없이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관계를 설정한다면 민노당의 과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제 선점력 강화가 필수

    김형준 교수는 정권 교체기라는 점 때문에 진보신당 세력이 뉴스 메이커가 될 수 없는 불리한 환경이라며, 빠른 시일 내 국민들에게 새 진보정당을 알릴 수 있는 의제 선점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은 결코 진보를 버린 게 아니며 진보가 추진했던 방법론에 대해 거부를 한 것"이라며 "최근 한 조사에서도 여전히 28%의 국민이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누군가는 이같이 비어있는 진보의 영역을 끌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총선이든 대선이든 이슈 선점이 관건이다. 양극화 문제 등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이슈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노, 심 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진보신당도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며 국민적 눈높이로 비례명부를 작성해 진보세력의 ‘확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 시 민노당 대신 새로운 진보를 찾았던 유권자와 접합이 가능했던 문국현에 대한 실험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걸 놓치고 또 운동권 순혈주의와 기득권에 빠져 국민들이 전혀 모르는 운동가들이 비례 후보에 오를 경우 진보신당은 찢어진 민노, 반쪽짜리 민노당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진보의 확장성을 통해 향후 진보세력의 미래가 될 실체를 빠른 시일 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진보신당의 생존 가능성을 국민들이 확인해 줄 것"이라며 조건부로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노-심만 가지고는 안 돼

    민주노동당의 경우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등의 이미지를 떼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이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교수는 민노당이 일상적인 사업 등을 통해 ‘대중조직’이 아닌 국민적 ‘대중성’을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등에 대한 이미지를 민주노동당이 고스란히 안고 갈 가능성이 커 이번 총선은 상당히 불리하다"면서 "총선을 앞둔 짧은 시일 내 급격히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이미 ‘조직된 단체’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눈높이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선거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9일 중앙위를 통해 당권을 위임받게 될 천영세 지도부가 민주노동당 내 일부 강경한 자주파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민주노동당의 운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능구 대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보의 큰 틀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만나기 위해서는 천영세 지도부가 강경한 탈레반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사실상 민주노동당은 스스로도 우려하고 있는 종북주의당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결국 괴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 전략과 관련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영태 교수는 "가능하다면 지역구에서는 서로 전략적으로 겹치기를 피하고 정책등에 대해 분업을 시도하는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진보정당에 대한 대중의 심판은 비례정당명부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능구 대표는 "노 의원이 말했듯 자주파는 진보신당과 함께 운동할 세력이다. 진보신당이 야당의 대표성을 갖기위해 이명박 전선을 설정하고 민주노총당을 과감하게 털겠다고 공언하자 민노당도 이름까지 바꾸겠다며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면서"민노당이 강경한 탈레반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신당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민주노동당과 연대 전선을 펼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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