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비준 18대 국회에서 다뤄라
        2008년 02월 18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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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장 조돈문) 등이 중심이 된 ‘한미FTA저지를 위한 교수학술공동대책위원회’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통외통위에 상정되는 등 2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데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이의 철회를 촉구했다. 

    김세균, 조돈문, 김광호(이상 민교협), 강내희(문화과학), 서유석(학단협), 김원열, 이찬희(이상 한철연), 박이은실, 문현아(이상 여문화이론연구소), 정정훈(연구공간 수유+너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 상정은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을뿐더러 FTA의 내용에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17대 국회의 한미FTA 비준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FTA의 비준과 발효는 우리 국민에게, 특히 농민과 노동자, 빈민 등 기층 민중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틈만 나면 비준안의 17대 국회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14일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시간이 없다며 한미FTA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는 "이미 6개월 전에 한미FTA에 관한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82명 국회의원들의 의사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회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17대 국회가 여전히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을 함부로 다루려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지금 시점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드는 것은 졸속 통과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보수언론의 국회 처리를 독려하는 보도 태도와 관련해 "우리 국회가 한미FTA를 먼저 비준하면 미 행정부와 의회가 체결 압박을 받게 된다"는 논리는 "미국 의회의 기본 입장에 대한 무지와 무시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 하원에서 한미 FTA를 심의하는 샌더 레빈 무역 소위원장에 따르면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해도 미 의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에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차기 집권이 거의 확실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도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사실은 미국의 대선 이후에도 한미FTA는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미FTA와 같이 중대한 사안은 당연히 18대 국회가 다루도록 하고 자신은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며 "17대 국회는 부실심사와 졸속 통과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 * *

    17대 국회의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반대한다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2008년 2월 13일 17대 국회의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되었다. 한미 FTA는 2006년 초 양국 간의 협상이 시작된 이후 그 저지를 위한 거대한 민중적 저항이 조직되었으나 이를 무시한 채 협상 타결과 협정 체결이 이루어지더니 드디어 국회 비준 절차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교수학술연구자들은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 상정은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을뿐더러 FTA의 내용에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17대 국회의 한미FTA 비준 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FTA의 비준과 발효는 우리 국민에게, 특히 농민과 노동자, 빈민 등 기층 민중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17대 국회의 거대당들이 국민 다수에게 삶의 파탄을 가져올 중대한 내용이 담긴 한미FTA를 날치기로 상정하여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데 경악을 금하지 못한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이다.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틈만 나면 비준안의 17대 국회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14일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시간이 없다며 한미FTA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양당의 한미FTA 비준안 상정은 이미 6개월 전에 한미FTA에 관한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82명 국회의원들의 의사도 무시한 처사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저한 조사를 원하고 있는 터인데도 양당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실력저지를 하고 나서자 회의장까지 변경하며 비준동의안을 기습 상정했다.

    회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17대 국회가 여전히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을 함부로 다루려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지금 시점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드는 것은 졸속 통과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보수 언론은 한미FTA의 이번 국회 처리를 독려하려는 듯 조기비준론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회가 한미FTA를 먼저 비준하면 미 행정부와 의회가 체결 압박을 받게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 의회의 기본 입장에 대한 무지와 무시에 근거하고 있다. 미 하원에서 한미 FTA를 심의하는 샌더 레빈 무역 소위원장에 따르면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해도 미 의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차기 집권이 거의 확실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도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의원은 최근 상원 전체회의 서면 발언을 통해 “한·미 FTA는 자동차·쇠고기 등 핵심 산업 보호와 환경·노동 등 신통상정책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고, 오바마 의원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미 지난해에 “자동차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의 대선 이후에도 한미FTA는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통과를 반대하는 데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한미FTA의 발효는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체제의 강화와 전면화를 의미한다. 한미FTA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더 노골적인 수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이 한미FTA 시대가 열리면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한국사회에서 더 전면적으로 추진되고, 이로 인해 한국사회가 미국처럼 바뀌는 사태, 즉 한국의 미국화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미국화가 두렵다. FTA 찬성론자는 미국화를 ‘선진화’라 치부하겠지만 지금 미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이다.

    2005년 말 현재 3억의 인구 가운데 하루 7달러(한화 6,500원 정도)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6천만에 이를 만큼 극심한 빈곤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미국인 것이다. 과거 세계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던 미국이 이런 꼴이 된 이유는 사회적 불평등 때문이다.

    2004년 한 해만 보더라도 미국의 최상층 0.1퍼센트 30만명은 하위 40% 1억2천만명이 번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 이전 소득을 벌어들였다. 우리는 한국에 FTA 시대가 열리면 미국의 이런 병적인 현상이 그대로 도입될 것을 우려한다.

    IMF 위기 이후 한국사회에도 사회적 양극화가 이미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시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을 전개하고, 주요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이루어져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미FTA를 통해 신자유주의화가 강화되고 한국의 ‘미국화’가 이루어질 경우 사회 양극화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FTA는 말 그대로 자유무역협정으로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이미 약화된 공공 부문에 대한 자본의 침투를 허용한다. 우리는 지금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이 한미FTA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 자본에게만이 아니라 국내 자본에게도 사회 공공 부문에 자본의 침투를 허용하기 위함임을 알고 있다.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이 조기 비준론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와 미국에서 일어난 불평등의 심화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자본의 공공 부문 침투가 일어나면 민중의 삶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 학술연구자들이 한미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며, 이번 17대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극력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7대 국회는 지금 그야말로 사라질 시점에 있다. 곧 사라질 국회가 사회적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국민의 양극화를 초래할 한미FTA 비준을 시도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회의 본분으로 보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졸속강행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청회, 청문회, 국정조사를 실시해 협상결과에 따른 피해대책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17대 국회는 이런 과제를 수행할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

    한미FTA와 같이 중대한 사안은 당연히 18대 국회가 다루도록 하고 자신은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다시 주장한다. 17대 국회는 부실심사와 졸속 통과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2008년 2월 18일
    한미FTA저지를 위한 교수학술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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