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영 제명 않으려면 나를 제명하라
        2008년 02월 18일 08: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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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한 나이에 고향 마을 동무들과 뒹굴며 싸우기도 자주 했던 것 같다. 힘이 모자라 밑에 깔리면 돌멩이를 주워들어 동무를 때리기도 했는데, 맞은 녀석은 “비겁하다!”고 욕을 했지만 구경하는 동무들이나 형들은 쉽게 항복하지 않는 나의 끈기를 은근히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작년 12월말, 조승수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징계 요구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나도 함께 징계하라고 자진하여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곤 2월 3일 민주노동당 전당대회를 파행시킨 모든 사람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다시 2월 9일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응하였다.

    말리는 후배가 있었다. 진보적 지식인들은 <조선일보>에 기고도 하지 않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합의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진보적 지식인’이 아니라고 대꾸했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고 선거 운동할 때 관변단체, 보수단체 가리지 않고 악수하고 대화하던 습관대로 살겠다고 말했다.

    나는 진보적 지식인이 아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비난을 들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제명을 당할 각오를 하고 있는데, 나의 반칙을 비난하는 사람조차 없고, 제대로 된 반박도 없다. 주장을 다 인정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무시한다는 말인가? 여러 가지로 유감(遺憾)이다.

    <조선일보>에도 유감이 없지 않다. 꼭 써달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한 두 가지 말을 써주지 않았다. 나는 “민족주의 유전자를 뺀 좌파”가 나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조봉암이 주도한 토지개혁으로 이룬 사회경제적 평등의 토대 위에 건국된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을 긍정(肯定)하는 좌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하면서 꼭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 서서 어디로 갈 것인지, 의료보험 없이 살아가는 국민이 4,800만 명이라는 미국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무상의료의 유럽으로 갈 것인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정치를 떠나서 전 국민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때다.”

    부연 설명하여 이런 말도 했다. “스위스는 대학진학률이 18%라는데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2%다. 그런데 어느 나라 청소년들이 행복한지, 청소년 시절에 행복하지 않은 국민이 과연 행복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 ‘지면 사정으로’ 주제를 벗어난 두 가지 이야기는 활자화되지 않았다.

    최기영을 제명하지 않겠다면, 나를 제명하라

    다시 한번 최기영의 제명을 요구한다. 최기영을 제명하지 않겠다면 나를 제명하라. 천영세 대표는 과연 대전시민들에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간첩행위자이자 당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킨 해당행위자를 출당시키지 않은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직도 국민들이 관심 없고,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포스트 모던(post-modern)’ 한 녹색당을 하거나 ‘프리 모던(pre-modern)’한 코민테른 류의 공산당을 하지 않고 어차피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류의 사회당, 노동당을 할 거라면 탈당을 해도 같은 골목에서 놀아야 한다. 그렇다면 ‘탈당’보다는 ‘구당’의 노력을 마지막까지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최순영 의원만을 ‘중도파’로 분류하고 있다. 중도파의 역할을 기대 받고 있던 분들이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미 균형감각의 이덕우 변호사도 탈당했다. 여전히 구당중도(救黨中道)파의 길은 험난하고 “생활로부터 출발하고 상식으로 돌아오는” 제3세력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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