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조신당은 대안이 아니다
        2008년 02월 15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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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명박 시대는 한 손에는 무한경쟁의 시장주의, 한 손에는 반생태적 토건주의를 들고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인간의 가치, 초록과 평화의 가치를 수호하고 해체된 노동계급과 저항운동을 새로이 형성하는 대안정당이 요구된다.

    진보진영은 지난 대선의 참패를 딛고 대안정당을 통해 재도약해야 한다. 또한 ‘민족자주당’으로 전락한 민주노동당을 극복하는 과제도 무겁다.

    한국사회당은 지난 대선에서 확인한 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넓은 진보연대로 새로운 진보정당, 대안정당을 만들자고 의지를 모으고 있다. 우리는 초록당, 민주노동당 신당세력 등과 함께 이 길을 가기를 원한다. 사회당 10년 역사 속에 과오는 반성하고 성과는 계승하여 대안정당이 당당히 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2.

       
      ▲오준호 한국사회당 대표 직무대행
     

    그러나 지금 민주노동당 신당세력 일부에서 제기되는 ‘총선 전 창당’은 우리가 원하는 대안정당과 다르다.

    그것은 원칙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첫째, ‘총선 전 창당’은 국민들 앞에 차별화된 대안정당을 선보일 수 없다. ‘총선 전 창당’ 자체가 민주노동당 탈당파의 정치적 입지 마련 이외의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안정당은 지금까지의 진보정치조차 넘어서는 정당이어야 하는데, 급조된 정당은 국민들에게 ‘안티 민노당’일 뿐이며, 선거 때면 보수정당들이 숱하게 보여주는 ‘공천 갈등-탈당-신당 창당’의 식상한 행태와 차별화될 수 없다.

    둘째, ‘총선 전 창당’ 그리고 총선 후에 ‘내용적 창당’이라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 총선에 내세운 정책, 인물로 그 정당은 규정될 것이고 그 뒤의 혁신과 개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급조된 신당은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총선을 치를 텐데, 그 뒤 만들어지는 당은 대안정당이 아니라 그저 심상정 노회찬의 당이다.

    대선 전 급조된 창조한국당을 보라. 잠깐 빛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국현 당’ 이외에 무엇이 있나? 그런 당은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총선에서 살면 당도 살고, 죽으면 당도 죽는다. 그것은 당에게도, 두 동지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셋째, ‘총선 전 창당’ 속에는 한국사회당이나 초록당은 함께 할 여지가 없다. 한국사회당이 총선 전에 당을 해산하고 급조된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0년 정당을 서둘러 해산할 명분을 당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초록당도 마찬가지다. 초록당은 집권보다 ‘등대’를 자임하는 정당인데, 미래를 함께 할 대안정당이 아니라 당장의 득표가 최우선인 신당 창당에 합류하자고 회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넷째, 준비되지 않은 정당이 총선을 힘 있게 치를 수 없고, 가혹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수십억 원의 재정부터 ‘민주노총 없이’ 모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광풍은 여전할 것이고 진보세력이 대반전을 일으키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급조된 신당의 성적표가 초라할 경우 ‘새로운 정당 건설’ 자체의 명분이 상실될 수도 있다.

    3.

    한국사회당의 사회적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러나 10년 반자본주의 정당의 경험과 5천 명의 진성당원은 결코 적은 자산이 아니다. 지금 민주노동당 외에 ‘합법적 정당등록 요건을 갖춘 진보정당’은 한국사회당 뿐이다.

    이런 한국사회당이 ‘헤쳐 모여’ 하느라 많은 동지를 잃는 것보다는 통째로 대안정당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것이 양적, 질적으로 대안정당 건설에 기여하는 길이다.

    한국사회당은 오는 3월 16일에 대표를 뽑는데, 현재 모든 후보들이 진보연대에 적극적이므로 사회당의 진로는 분명하다. 다만 당원들의 의지를 모아낼 시간의 문제이다. 이는 비단 한국사회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록당을 비롯 대안정당에 공감하는 많은 풀뿌리 진보세력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조승수 ‘새로운진보정당운동’ 대표의 말처럼 ‘구 민주노동당 49%, 새로운 참가세력 51%’가 되는 신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고 신당세력 일부가 “나를 따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일을 진행한다면, 이번 총선에 급조된 신당과 한국사회당의 후보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한국사회당, 초록당, 민주노동당 신당세력 등 모두가 함께 하는 원탁회의를 만들자. 이 원탁회의에서 ‘진보연합후보’의 총선대응 방침을 논의하자. 총선 후 본격적인 대안정당을 창당할 일정도 논의하고, 그간 진보정치의 평가 속에 민중적 대안, 녹색 대안을 머리 맞대고 모색하자. 2010년 지자체선거를 향한 장기 전략도 짜자.

    여기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은 ‘다시 바닥에서부터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이루는’ 역할을 자임하라. 대의도 부족하고 총선에서 생사도 불분명한 급조신당을 만들지 말고, 그리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일희일비에 같이 동요하는 당을 만들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100년 가는 대안정당의 초석을 놓는 일에 힘써 달라.

    민중이 온 마음으로 지지하는 정당의 터를 닦는 새뚝이가 되어 달라. 민중들은 “쿠오바디스?” 라고 묻고 있다. 그 물음이 민주노동당 평등파를 향한 것인지, 한국의 진보정치를 향한 것인지 두 의원은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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