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타적 지지 주장은 흘러간 옛노래”
        2008년 02월 13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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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의 파행 이후 새 진보정당 건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살펴 보아도 진작에 신당을 걸고 나선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새 진보정당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회당과 초록당,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 사회주의와 노동계급 중심성을 분명히 하자는 변혁정당론까지.

    그런데 임시당대회에서 논란을 빚었던 종북주의의 반대편인 평등파 ‘전진’의 소식은 요즘 들어 뜸한 편이다. 전진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더니, 최근에는 혁신파와 신당파로 나뉘어 정파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사고 있기도 하다.

    12일 <레디앙>이 전진의 조희만 의장을 만나 진보 신당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조희만 의장은 민주노동당의 임시 당대회에 대해 “자주파와 평등파 양 진영이 각자 판단을 하여 서로 자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각자 자기 운동 잘하면 된다”고 담담하게 평가했다.

       
      ▲ 조희만 의장
     

    민주노총 사회보험노조 출신인 조희만 의장은, ‘단병호,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이석행 위원장의 주장을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는 것”이라 촌평했다.

    이어 조 의장은 “새 진보정당 흐름이 생긴 지금 배타적 지지로 발목을 잡으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배타적 지지 방침의 철회를 주장하고, “단병호 의원, 심상정 의원은 조속히 탈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터뷰 중 새 진보정당의 성격에 대한 대목에 이르렀을 때, 조희만 의장은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노동자 중심 범좌파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의장은 “전진이 총선에 대한 방침, 비례후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당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서는 정치방침을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것은 새 진보정당에 모일 세력이 의논해서 정할 문제이지 전진이 간섭할 것이 아니다”라며, 새 진보정당이 전진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려 노력했다.

    아래는 전진 조희만 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 20년 전 자주파와 함께 운동을 시작할 때,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자주파와 평등파는 시대 상황에 의해 합쳐져 있을 수밖에 없었고, 단지 헤어질 시점이 언제냐, 조건이 성숙되었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신당파가 이혼을 요구한 것이고, 자주파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주파도 끝낼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 자주파와 평등파 양 진영이 각자 판단을 하여 서로 자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서로 욕할 일도 없고, 각자 자기 운동 잘하면 된다.

    각자 자기 운동 시작, 욕할 것 없어

    – 2월 3일 나온 전진의 성명서에서 “정파 간의 패권 다툼에 의한 폐해에서 우리 자신도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한다”고 했는데, 어떤 뜻인가? 그리고 비대위나 자주파에 요구한 수준으로 전진 내부에서도 ‘패권’에 대해 구체적인 자기 반성이 있었나?

    = 새 진보정당 운동을 자기 반성으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전진 스스로는 옳다고 생각했겠지만, 중앙위원회에서 집단 퇴장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당 운영을 방해한 경우도 있었고, 당 밖 사람들이 보기에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경우도 몇 가지 있었다.

    자주파 뿐 아니라 좌파들도 크고 작은 ‘반칙’들을 했다. 서로 맞서 싸우면서 황폐해진 것이다. 이제 어떤 정파든 당직이나 공직을 차지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단병호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총의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이석행 위원장은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언제나 올바른 것은 아니다. 새 진보정당 흐름이 생긴 지금 그것으로 발목을 잡으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현장에서 배타적 지지 문제에 대한 의논이 시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의원대회, 금속노조 대회에서 배타적 지지 문제를 어찌할 것인지, 철회할 것인지를 의논할 예정이다. 이석행 위원장의 주장은 현장 정서를 너무 모르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 심상정 의원은 조속히 탈당해야 한다. 주저하거나 망설여서는 안 된다.

    – 민주노총 차원의 배타적 지지를 철회한다면, 조합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인가?

    = 아니다. 연맹이나 단위 노조별로 정치방침을 정할 수도 있고, 다양한 정치적 구심과 방법이 형성될 수 있다.

    –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이 없어질 경우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이나 자유주의 정당으로 쏠리지 않을까?

    =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진보정당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걱정과 우려 때문에 머뭇거린다면 아무 것도 새로 시작할 수 없다.

    단병호 의원, 심상정 의원은 조속히 탈당해야

    – 다수의 진보정당이 경쟁할 경우 민주노조운동에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 민주노총은 진보연대 가입 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정치가 대중운동을 가로막은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고집할 경우 다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특정한 정치방침을 대중조직에 강요하지 않는다면 대중조직의 단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강요한다면 대중조직도 깨질 수밖에 없다.

    –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등 이른바 신당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 전진의 정치방침은 ‘혁신이 되지 않으면 일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그 혁신의 과정에서 혁신파와 신당파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고, 혁신파든 신당파든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다했다.

    신당파는 선도적으로 치고 나갔고, 혁신파는 거의 혁명적인 내용을 관철하려 노력했다. 신당파든 혁신파든 비판받을 지점이 있겠지만, 각자 판단한 자기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전진은 2월 3일 성명서에서 “단호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회원의 탈당은 기본이고, 탈당을 조직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계급운동,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진이 주도하거나 전진이 중심이 되는 것은 안 하겠다.

       
     ▲ 진보신당 창당에 대해 칠판에 적어가며 설명하고 있는 조 의장.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좌파 지식인들이나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등 대중정치인, 시민단체들까지 포괄하되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새 진보정당, 범좌파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침은 전진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새로 생길 당의 주체 중에 하나다. 그 역할을 훌륭히 다 했으니, 더 큰 단결을 위해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총선 전에 창당해야 한다

    – 그런 정당의 건설 과정에서 전진의 역할은 무엇인가?

    = 전진은 구체적인 일, 구체적인 역할은 하지 않으려 한다. 오는 16일에 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총선 전에 창당해야 한다는 것,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당의 성격을 안건으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에 대한 방침, 비례후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당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서는 정치방침을 내놓지 않겠다. 그것은 새 진보정당에 모일 세력이 의논해서 정할 문제이지 전진이 간섭할 것이 아니다.

    – 전진은 대선 경선과 당대회 대응에서 두 입장으로 극명하게 갈라졌었다. 계속 조직을 유지해야 하나?

    = 그런 과정은 훈련이라 본다. 그동안 우리 운동에 종파나 계파는 많이 있었지만, 진짜 정파운동은 없었다. 전진이 그런 정파운동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아픔이다. 노회찬이나 심상정 어느 한 명을 지지했다면 전진은 깨졌을 것이다. 혁신파와 신당파는 당대회 이후 한 흐름을 형성해내고 있어 오히려 희망적이다.

    진보신당이 전진의 노선과 비슷하다면 전진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당 역시 대중정당일 테고, 대중정당 안에서 더 사회주의적으로 이끌려는 선진적 역할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진의 과거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다. 노동현장과의 결합 문제, 정책연구 문제, 교육을 통한 활동가의 재생산 문제를 주로 고민할 것이다.

    – 새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여러 세력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지금은 혁명의 시기다. 혁명에는 파괴가 뒤따른다. 실수도 있다. 실수나 파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통일운동 할 것이냐, 노동계급운동 할 것이냐를 판단하고, 계급운동 할 세력은 모두 새 진보정당으로 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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