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 인정, 다양한 세력 포괄해야"
        2008년 02월 12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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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의 재구성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사실상 현실화되면서 진보진영의 새판 짜기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흐름이 성공하기 위해 신당 창당 세력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코 앞에 닥친 총선 대응 방침 등에 대해 학자, 전문가 등의 조언을 들어봤다.

    <레디앙>이 의견을 청취한 학자와 전문가들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세력을 포괄할 수 있는 ‘소통능력’ 등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요건들을 주문했으며, 총선에 대해서는 ‘딜레마’에 난감함을 표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월 22일 열린 ‘진보정당운동의 재구성’ 토론회
     

    구갑우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제일 중요한 건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면서, 신당파 흐름에 대해 "주변에 진보적인 많은 분들을 만나 얘기해봤는데, 새로운 세력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똑같은 세력으로 보고 있으며 현 상황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의 사태’라고만 인식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들만의 리그’는 안 돼

    구 교수는 "사실 내용과 형식이 갖춰진다면 진보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또 의외로 각계각지에서 진보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단위들이 대단히 많다"면서 "이들을 포괄적으로 모으는 방법에 대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그 범위를 확장시켜 계속적으로 논의를 갖고, 진보운동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낼 수 있게 판을 크게 벌이면서 다양한 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임영일 전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회찬, 심상정 두 의원을 포함한 신당 창당 세력들을 향해, 일단 움직임을 멈추고 대중조직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임 교수는 "괜히 어설픈 실험을 하는 것은 안 하느니 못하다. 제일 나쁜 상황은 ‘좋은 일을 나쁘게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너무 많이 보인다"면서 "대중정당, 선거정당을 창당하려면 대중적 기반에 대한 방침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중조직이 안 움직인다. 그들이 왜 오지 않는지 진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길이 없는데 자꾸 가자고 하는 건 안 된다. 잘못된 시작을 하기 전에 다같이 모여 최소한의 대책부터 논의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지금 상태로 가면 진보진영이 몇 갈래로 갈라져 백전백패하며 자칫 운동의 역사를 몇십 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마니타스 박상훈 편집주간은 "기존 진보정당 운동을 보면 학생운동 출신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신념에 부응하기 위해 보통 사람들의 요구나 정당을 수단으로 동원해 활용하려는 자세가 강했다"면서, 신당 흐름에 대해서도 “그들도 누구를 대표할지에 대해 정하지 않고,  그 대표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들어보지 않은 채 막연하게 또 대중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주간은 "당의 강령이나 정신은 보통 사람들의 사회적 욕구와 기대를 담아 자연스럽게 아래로부터 정리돼 올라와야 실제 넓은 세계 속의 다양한 유권자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면서 "넓은 사회를 바라 볼 수 있는 트인 시야를 가지고 골방이 아닌 대중의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 이대근 정치 국제담당 에디터는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세력, 평등파 일부, 이런 식으로 인식되지 않게 새로운 21세기 진보정당이 되도록 해야 하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떤 특정 정파나 세력이 중심이 돼 또 다른 분파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에디터는 "진보정치를 바라는 모든 세력들이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진 채로는 지속될 수 없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모든 기득권을 다 포기하는 자세로 최소한의 공통적인 기준과 원칙을 정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결집해 국민들에게 뚜렷이 부각시키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주파인 민주노동당도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심 자유롭게 풀어줘야

    또 이 에디터는 노, 심 두 의원에 대해 "두 의원이 민주노동당의 틀을 벗어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존 진보정치 세력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지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당을 하나 새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인지시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국민들은 신당 흐름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면서 "같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도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데 하물며 어떻게 국정을 맡기겠는가? 이같은 처신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서로가 극복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망하는 싸움을 했다"면서 "향후 신자유주의적 노선의 문제점 등이 노정됨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일어날 텐데 이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어떻게 극복할 건지에 대해 중장기적인 설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총선에 관해서도 무리하지 말 것을 주문했으며 오히려 선거 후를 내다보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갑우 교수는 "정치인으로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 딜레마이지만 이번에는 응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총선 준비와 장기적인 창당 작업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것은 지식인적인 발상일 뿐 대중들에게는 구분이 안 갈 것"이라고 했으며, 임영일 교수는 "총선 전에 당을 만든다는 건 도깨비 같은 소리"라고 총선 대응을 일축했다.

    이대근 에디터는 "아무리 급해도 총선용으로 얼기설기 엮어 대비하는 단기적 접근은 선택 사항이 돼선 안 된다. 총선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아야지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다시 결집해서 표를 모을까라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으며, 박상훈 주간은 "무리하게 실력도 안 되는 정당을 급조하는 것보다 사회적 대중적으로 일정한 투자를 하고 나서 얻을 걸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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