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무서운 이명박의 초기 행보"
        2008년 02월 11일 0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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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당선인이 10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했다. 김영삼 정부의 인물이 부활하고 국내 일류대 출신과 미국 유학자들이 중용됐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5년 간의 파탄을 심화시킬 거라는 공포와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가 ‘자유파쇼’ 국면이라고 주장해왔다. 지식인들이 우려하던 ‘대중파쇼’의 징후는 자유파쇼의 부산물일 뿐이다. 자유화가 국민의 삶을 궁핍하고 불안하게 하자 국민들이 위기에서 탈출할 그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마음이 대중적 열망으로, 혹은 정치적 우경화로, 혹은 정치적 복고 열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유파쇼라 함은 자유화, 분권화 이외엔 그 어떤 가치도 실종된 이념적 독주 상황을 일컫는다. 김영삼 정부로부터 이런 상황은 시작됐고 외환위기 사태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진전됐다. 한국사회의 모든 악을 치유할 만병통치로 자유화, 분권화, 개방 원리주의가 독주한 것이다.

    굳이 ‘파쇼’라는 단어를 쓴 것은 자유화 개혁이 ‘나 혼자만 개혁, 반대하면 발목잡기’라는 식의 이념적 독선과 함께 강력한 국가권력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감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노동시장 자유화(유연화)라는 개념을 도입한 김영삼 정부 노동법이 날치기로 통과됐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상징한다.

    3대 자유주의 정부의 연속성

       
    ▲ 한승수 총리 지명자와 이명박 당선인 (사진=뉴시스)
     

    노동시장 자유화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노예노동을 할 자유, 즉 비정규직이 될 자유를 허락했다. 김영삼 정부 노동부 장관이었던 진념 씨는 김대중 정부 재경부 장관에 취임, 한국사회 자유화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그리고 론스타의 회계자문사인 삼정KPMG의 고문을 맡았고 현 여권 인사로 활동했다. 진념 전 장관 한 사람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경향성을 말하는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3대 자유화 정권 동안 연속성이 이어졌다.

    평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분분할 수 있으나, 이 기간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민생파탄이 도래했다는 것만은 분명히 개관적인 사실이다. 미국식 경제주의를 추종하는 학자, 관료들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한미FTA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김영삼 정부 당시에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이미 제기했었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 때 결실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는 국회의원들조차도 관련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한미FTA를 밀어붙였다. 저항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을 불허한 일까지 있고, 정말로 오랜만에 ‘원천봉쇄’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양심수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가 국가권력에 맞아죽는데도 크게 보도조차 안 되는 세상이다. 자유화 세상은 정말로 무서운 파쇼처럼 느껴진다. 부자들만 더더욱 부자가 되는 그들만의 자유화, 그들이 미국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그들만을 위한 개방, 그들이 보다 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도록 그들만을 위한 분권화가 펼쳐진다.

    이 자유화 세상의 기원이 김영삼 정부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이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강하게 추진, 완성하기 위해 탄생한 정부라고 우려했었다. 그것은 현실이 되고 있다.

    정말 무서운 이명박 정부의 초기 행보

    진념 전 장관처럼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고위직을 거쳐 론스타를 대리한 김앤장의 고문을 맡은 한승수씨가 신임 총리로 내정됐다. 한승수씨는 IMF 사태 불과 반 년 전까지 김영삼 정부의 경제부총리를 맡았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처럼 경제부처를 다시 통합하면서 권력을 집중시키는 한편 당시 경제수장이 신임 총리로 돌아온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정부조직 개혁이라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추진되는데 국민들 중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른다. 그저 말하기 쉬운 통일부, 여성부 정도나 이슈가 될 뿐이다. 광우병 쇠고기만 이슈가 됐던 한미FTA와 닮은 꼴이다.

    경제와 교육은 이 당선인의 양대 중점 분야다. 이번에 발표된 신임 경제수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며 김영삼 정부 경제비서관을 역임한 김중수씨다. 신임총리가 개방주의자로 이름이 높은 것처럼 김중수씨도 OECD 가입을 주도한 개방주의자다. 김영삼 정부의 OECD 가입은 금융자유화(개방)로 이어졌고, 그것은 결국 IMF 사태라는 파국을 낳았다.

    KDI는 교육 자유화, 교육 분권화 정책의 본산이다. 교육과학문화 수석으로 내정된 이주호 의원도 KDI 출신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내놓은 교육개혁안은 이주호 의원이 주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지금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주호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1995년에 5.31 교육개혁안에 참여했다. 5.31 교육개혁안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안병영 씨는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의 교육 자유화 기조는 김대중, 노무현 자유화 정권 동안 중단 없이 이어졌다. 바로 이 때문에 그동안 사교육비가 폭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과 이명박 당선인 측 인사들이 TV에서 교육 토론하는 것을 유심히 보면 상호간에 대립각이 형성되지 않는다. 3불정책이나 자사고, 내신 등 지엽적인 문제로 티격태격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시각이 같기 때문에 토론이 유야무야 흘러간다.

    자유화 세력의 목표는 대학입시자유화(입학 사정관제)와 대학자유화(국립대 해체), 중등과정 자유화, 분권화다. 앞의 두 가지는 모든 자유화 정권이 공유하는 것이고 마지막 중등과정 자유화, 분권화에서 방법론만 갈린다. 김영삼,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특목고를 추진하고 노무현 정부는 개방형 자율학교를 추진할 뿐이다.

    이 당선인이 역점을 두는 경제, 교육의 양 수석, 그리고 신임 총리가 모두 김영삼 정부의 그림자다. 그러는 한편 국무총리실과 사회적 권리 등을 돌보는 부처를 약화시키고, 강력한 청와대가 경제 중심 대부처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한다. 15년 자유화 기조를 완성시키려는 그야말로 ‘자유파쇼’의 독주가 시작된 것일까.

    자유파쇼, 그 공포가 현실로

    검찰 출신인 이종찬 민정수석을 제외한 모든 수석 내정자들이 미국 유학자라고 한다. 미국식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한국을 뜯어고치겠다는 개방폭주시대의 본장이 열리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어쩌면 서장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니 서울대, 고대 출신 중용으로 학벌, 학연의 폐해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은 할 겨를조차 없다.

    신임 수석들 중에 호남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어떤 정권도 이렇게까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무시한 적은 없었다. 안배, 견제, 균형, 이런 허울들을 더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돌격 앞으로’식 자유화 대공세가 목전에 다다른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소비자 주권, 수요자 중심주의를 내세운다. 한미FTA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통한 소비자 후생증진이 목표였다. 이제 국민들은 절대적 평등성을 그 원리로 하는 인간존엄성,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제반 사회권들을 모두 박탈당하고 그저 소비자로서 시장에서의 경제 주체로 시장활동에만 몰두해야 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각자 능력되는 대로 자기가 알아서 일류 학교, 고가 상품 소비해 소수만 귀족이 되는, 지난 15년 간의 자유화가 완성된 세상. 공포는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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