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현장이야, 이 바보들아
        2008년 02월 12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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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레디앙> 기고용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 이 글의 필자는 20여년 노동운동을 해온 사람으로 울산 노동운동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울산 현대자동차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대상은 관찰자 또는 주체의 입장과 위치와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관찰자의 시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대상이 재현된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한 현실일 것이다.

    <레디앙>은 이 글이 민주노동당의 현재를 가져오게 한 책임을 묻는 소재로 사용되지 않고, 이 글에서 표현하고 있는 ‘잔당파든 탈당파든’ 모두에게 앞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과도 같은 과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면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2월 5일(화) 아침.

       
      ▲자동차 조립 현장.
     

    2월 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 소식을 들은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과 목소리는 어떨까? 설날 휴가를 앞두고 현대자동차 현장에 들어가 조합원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갔다.

    조용했다. 아니 싸늘했다. 현 민주노동당 사태를 보며 나 스스로 자격지심에 기가 죽었는지, 아니면 위축되어 그런 선입견을 갖고 현장을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석구석 다 돌지도 못하고 몇몇만 만나보고 인사한 뒤 현장을 빠져 나왔다. 도저히 얼굴을 들고 조합원 대중들을 뻔뻔하게 만나러 가지 못했다.

    그들은 나에게 직접 욕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 하나로 얼마나 냉소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노동자, 민중의 희망 민주노동당"을 목터지게 외쳐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저들에게 사기를 쳤단 말인가? 내가 사기를 쳤나, 아니면 민주노동당이 사기를 쳤나? 저들 대중들은 무얼 믿고 살아가야 하나?

    현장 대중들의 결론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더 확인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 똑같은 놈들이다"
    "한번 해먹어 보니 좋았던 모양이지"
    "그 자리 올라가면 다 똑같아지더라" 

    더 노골적인 표현은
    "개새끼들"
    "다시는 안 찍어준다"
    "이야기 하지마라. 노동자들하고는 끝났다" 

    탈당파들은 기자회견을 하며 자신들의 정당성과 대의명분 확보를 위해 설치고, 잔당파들은 탈당파들에게 배신행위를 질타하지만 현장 대중들에게는 둘 다 설득력없는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탈당파건 잔당파건 저건 진보세력 모두의 자살이다. 헤어져도 멋지게 헤어질 줄 모르는 바보들이다.

    현장에서는 민주노동당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인되며 양측의 주장은 들어 설 곳이 없었다. 또 똑같은 주장과 개소리를 들어야 하는 조합원들만 불쌍하다. 

    조중동, 보수언론은 민주노동당 파당을 부추기기 바쁘다. 몇 사람 활동가들을 만나고 전화해서 현장 분위기를 파악했다. 현장 조합원들은 민주노동당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들만 시끄럽다. 대중들이 얼마나 현명한가! 진보로 위장한 바보들에게 표를 안준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길까?

    현장 대중들의 비웃음과 조롱소리를 듣지 못하며 저 잘났다고 기자회견하고, 성명서를 내며 난타전을 벌이는 저 바보들을 보라.

    다음엔 민주노총도 깨질까? 다음 후폭풍은 민주노총에게 불어 닥칠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조합원 대중들의 운명을 책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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