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제 연대는 봉건왕조와도 같이 해야
        2008년 02월 10일 08: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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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 신당 흐름은 현실인 것 같다. 과거의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 위에 새로운 것을 건설하는 게 일 진행의 순리이다. 그렇지만 거꾸로 새로운 것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잡는 가운데 과거를 다시 한 번 조망하고 되짚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터이다.

    바둑이나 장기 훈수를 두는 사람이 때로는 직접 두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수를 곧잘 읽곤 한다. 그것은 그가 꼭 실력이 낫기 때문이 아니다. 바둑판 전체에 대한 책임이 없기에 자기가 관심 가는 부분만 집중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훈수 두는 심정으로 진보 신당 건설과 관련하여 최근 나타난 흐름 중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해서 짚어 보고자 한다. 또한 과거 운동에 대한 평가는 전제되어 있지 않지만 이를 통해 거꾸로 평가에 대해 혹 도움이 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당의 성격을 결정짓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정강 정책일 터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기풍, 사업 방식일 것이다. 조직 기풍과 사업 방식은 각기 다른 영역일 수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하나나 마찬가지다. 조직기풍의 문제는 사업 방식의 문제로 사업 방식의 문제는 조직 기풍의 문제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진보 운동 조직에 있어서 조직기풍과 사업방식의 핵심은 민주주의와 대중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하나의 문제는 곧 바로 다른 하나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또 어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와 연동시켜서 함께 해결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명망가 중심 당 건설은 진보진영 조직운동 원리에 배치

       
      ▲노회찬 심상정 의원(사진=뉴시스)
     

    최근 ‘심상정, 노회찬 두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을 건설하자’는 흐름이 신당 건설의 주요한 한 흐름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듯하다. 진보신당에서 이런 이야기가! 참 당황스럽다.

    알다시피 심, 노 두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낳은 세칭 ‘스타 의원’이다. 현란한 언변과 제도권 정치판에서 볼 수 없는 헌신성으로 그들은 민주노동당을 넘어 국민적인 인기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또한 이에 따라 두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보다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김영삼’ 당이 있었고 ‘김대중’ 당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회창’ 당이 있고 ‘이명박, 박근혜’당이 순‘이명박’ 당을 만들려다가 박근혜 파의 반발로 소동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 당이 있다. 이런 당들은 개인의 절대적인 국민적 인기와 영향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된다.

    물론 당헌,당규에 따른 대의 체계도 있고 민주주의도 일상적으로 당 안에서 이야기 되고 있지만 이런 당에서 민주주의의 원리가 제대로 관철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뿐만아니라 이렇게 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상한 강령과는 관계없이 항상 국민적 이익과는 관계가 먼 당리당략이나 의원, 당 보스의 이해에 따라 당이 움직여질 수밖에 없다.

    노, 심 두 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결국 두 의원이 가지는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에 의존해서 당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면 단기간에 바람몰이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선거 때 표도 많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우리가 하면 보수 정당들 하고는 다르다고? 절대로 그렇지 않다. 당연히 당은 두 사람에 절대적으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두 사람의 지위와 존재는 당내 민주주의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당도 감기에 걸리고 두 사람이 바람나면 당도 바람날 수밖에 없다.

    당원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제대로 모아낼 수도 없다. 당내 조직 기풍뿐만 아니다. 이는 곧 바로 대중 사업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대중은 사업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전락하게 될 게 뻔하다. 일시적 필요에 따라 잠깐 바람 일으키는 게 목적이라거나 개인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라면 몰라도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는 진보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이런 방식은 터무니없다.

    민주노동당이 어쩌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8년 동안 조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이익과 사회적 진보에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명망 있는 개인들에 의존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앙상하고 화석화된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토론되고 극복해야 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명망가 중심으로의 당 건설은 애초부터 잘못되는 길로 들어서는 길이기 때문에 그 미래는 충분히 예견하고도 남을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별로 논쟁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서 이런 이야기는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제도권 부르주아 정당 건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한은 말이다.

    반제 투쟁은 남한 진보운동의 핵심 과제 중 하나

    정작 논란이 될 만한 것은 당의 정강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다. 한 부분만 짚어보기로 하겠다. 조승수씨는 얼마 전 북한을 ‘봉건 왕조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조승수, 김형탁 탈당 기자회견(사진=미디어오늘)
     

    북한체제가 봉건 왕조체제인지 사회주의 사회인지 아니면 국가사회주의 또는 파시스트 국가인지는 오늘 내가 다룰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자.

    그런데 조승수씨가 북한 사회를 이렇게 평한 것은 그저 북한 사회 성격을 한번 규명해보는데 그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의 이러한 견해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당의 북한에 대한 태도와 입장, 당 강령 문제와 직접적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의 주요 운동 과제 중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두 부분이다. 통일과 반제연대 문제이다.

    진보신당 준비모임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 국가 대 국가 간의 관계로 규정했다. 통일을 당의 중요한 강령으로 포함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도 그냥 넘어가자. 왜냐하면 나에게도 이 문제가 아주 다급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이나 통일운동에 대해 매우 열성적인 사람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나에게도 통일은 이뤄지고 또한 빨리 이루면 좋은 것이겠지만 아주 긴박하고 절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제 문제는 다르다. 항상적으로 미국의 침략 공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도 그렇고 파병 문제도 그렇고 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긴장 문제도 그렇다.

    내가 조승수씨의 북한 사회 성격 규정에 대해서 주목한 것은 진보신당이 반제 전선에서 북한과의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이고 또한 남한 내에서의 반제 투쟁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제 연대 대상은 침략정책 피해자 모두

    우리는 미국의 제3세계 침략 정책에 대해서 비판해 왔다. 그것은 침략 받는 나라가 민주국가냐 독재국가냐에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것을 나누기 시작하면 제국주의적 침략에 정당성만을 부여해 줄 뿐이다. 침략자들은 항상 침략에 적합한 구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독재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침략이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일본이 침략하여 멸망시킨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부패한 조선 봉건왕조였지만 우리는 일제의 침략행위에 대해서 비난한다.

    물론 식민지 근대화론을 들먹이며 일본 침략을 미화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대다수는 그것은 조선 민중이 해결해야 될 문제이지, 일본 침략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제연대도 이런 차원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중국의 국민당, 공산당 연대나 또 끝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신간회와 같은 반제연대 투쟁들이 잘 알려져 있다. 제국주의로부터 공동의 위협을 받는다면 그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그 나라 내부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반제 전선에서 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반대했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에 대해 설사 봉건 왕조국가로 규정한다 치더라도 반제전선에서 연대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려서 미국보다도 더욱 위협적이고 극악무도한 세력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과 북한 중에 누가 더 악한지는 논란거리라 치더라도 적어도 누가 더 위협적인가는 극우세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감할 터이다. 그리고 솔직히 힘이 없으면 큰 악이 될 수도 없다.

    제한적인 반제 투쟁은 반제 투쟁 포기로 귀결

    그런데 북한과의 반제전선에서의 연대 문제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조승수씨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한다. 반제 투쟁의 영역을 한미 FTA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반대 등 주로 경제적 영역에서의 투쟁으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집약이 정치이고 경제, 정치적 이익을 지켜주는 보루가 군사력이라는 말처럼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을 포기한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이 우리를 압박해 오는 방식이 항상 총체적이었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 압박을 가해오고 군사적 이익을 위해서 경제적 위협을 가해 왔다.

    결국 조승수씨의 주장은 단순히 북한 정권에 대한 성격 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제 투쟁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또는 포기하자는 것이다. 자주파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일지상주의적 경향이 다분히 낭만적이고 국민적인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달리 제국주의의 위협은 엄연히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정치,경제,군사적 다방면에 걸쳐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냉전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94년 위기와 최근의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 상황이 말해주듯 여전히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상황을 항상적으로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먼 길을 갈 때는 처음에 비록 약간 비껴난 길을 갔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엄청나게 딴 방향으로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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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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