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이여 나를 제명하라
        2008년 02월 09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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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국회 도서관에서부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민주노총 등 4개 대중 조직이 주최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필자의 느낌을 표현한 것으로 그는 "기대와는 달리 대중 단체 주최인데 대중은 없고 정파의 활동가들만 왔다는 점에서도 좌절감을 느낀 자리였다"고 말했다-편집자)

       
     
     

    그리고 2월 3일, 광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나의 마음속에서 흔들린 것이 대중조직 지도부에 대한 믿음이었는지 대중에 대한 믿음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글쎄, 가지가 흔들리면 뿌리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중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다

    대중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 또한 흔들리니 매우 곤혹스럽다.

    과연 3만여 민주노총 조합원이면서 당원인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집행부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저 무관심으로? 아니면 은근히 깊은 관심으로? 수동적 추인으로? 아니면 날카로운 비판과 계급적 통찰로?

    소박한 노동자의 생활 정서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과잉된 의식과 논리에 사로잡힌 운동권의 주장을 심판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에는 소박한 노동자의 정서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박한 노동자의 정서는 어디 갔나?

    또한 소박한 노동자의 생활 정서는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대중조직의 집행부에 의해 일정하게 대변되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 대중조직의 집행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나의 안이한 믿음은 회의에 빠지고, 내가 설 자리는 이제 막막한 사막의 끝인가?

    다시 한번 “설마가 사람 잡았다.”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에도 설마가 사람 잡았다. 믿음이란 그래서 그저 믿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건가 보다. 설마 그럴 리가 없는 일도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좀더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나는 도대체가 안이하여 실패를 거듭한다.

    그래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이 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면서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당의 이미지, 당의 정체성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분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다. 그 분들은 이제 갑이 아닌 을이 되어 국민들이 ‘예의 없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텐데?

    국회의원들은 왜 조용한가

    그 분들은 왜 가만히, 조용히 있는가? 다시 한번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살 길로 간다는 믿음은 시험당하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질긴 인연에 얽매여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졸지에 주사파 당의 당원으로 낙인찍히고 황당해할 3만여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당원인 분들에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덮어두고 가슴앓이 해온 문제를 햇빛 아래 드러내었으니 잘 된 일이다. 이제 관심 있는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도 주사파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에 쫓기는 주사파를 숨겨주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망가져 왔는가?

    그래서 우리의 명예는 지켜지고, 우리가 간절하게 외치는 소리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한국 사회의 장기 비전과 단기 구상은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다. 사람의 귀는 누가 하는 말인가에 따라 크게 달리 듣는다고 하였으니 말이다.

    2월 3일,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대중정당이 아니라 주사파라는 시대착오적인 정파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노동당에는 죄 없는 노동자 당원들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리기 위해 제명당할 때까지 떠들 것이다. 민주노동당이여 나를 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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