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이중 당적자였습니다"
        2008년 01월 18일 01: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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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박경석입니다. 참으로 무겁고 민망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제가 비대위에 활동하는 것에 대해 <민중의 소리>에서 이중당적 문제를 제기해 비대위 활동에 누가 되고 동지들을 실망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이중당적이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경위를 밝힙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 된 것은 민주노동당 이름을 짓는 당 대회 때였습니다. 2000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당 대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저는 진보정당과 민주노동당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갔던 것은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의 시설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명과 모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전 민주노동당 당원 여러분의 너무나 많은 관심과 후원에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많은 힘이 되었지요. 그때 민주노동당 당원인 친구가 찾아와 당 가입을 ‘꼬시고’, 저는 에바다 시설비리 투쟁을 같이하자고 ‘꼬시고’, 그렇게 서로를 꼬시면서 민주노동당에 가입했었습니다.

    제가 사회당 당원이 된 때는 2002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노들장애인 야학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이동권 투쟁에 열심이던 사회당 당원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야학교사 한 명이 사회당 당원이 되고 싶다고 했고 혼자 되기가 쑥스럽다면서 함께 하자고 해서 덜컥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장애인이동권 투쟁이 한창이었고 사회당 동지들은 장애인이동권 투쟁에 너무나 열심히 결합했습니다.

    이중 당적자라 놀림을 받아도

    이후 사회당은 자본의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소외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진심과 열정에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중당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회에서 장애인의 문제가 시혜와 동정 차원 그 이상의 문제가 아니었듯이 저의 존재와 이중 당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주위에서 이중 당적자라고 놀려도 그냥 재미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장애인운동이 성장하면서 지인들은 저의 이중 당적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 쪽을 정리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입 동기가 어떠했든, 특별히 한 쪽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당비이지만 도움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의 경험과 정치적 관점에서 진보정당은 한국사회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밖에 없었고, 그들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야만적인 차별을 철폐하고 자본에 저항하는 진보적인 장애인단체를 건설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같은 기본 권리가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가지게 된 것과 아래로부터 장애대중이 힘차게 투쟁하게 된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노력과 더불어 두 당의 조직적인 노력, 이 사회가 변혁되기를 원하는 많은 활동가의 눈물 나는 연대 투쟁 덕분입니다.

    절망을 넘어서기 위해

    왜 이제 와서 민주노동당의 비대위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묻습니다. 대중투쟁에서 진보정당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는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당이 생명을 다했다 합니다. 떠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동지들도 많다고 합니다.

    미약하지만 이제 민주노동당에 저의 빚진 마음을 갚고자 합니다. 2004년 비례대표를 추천받았을 때 민주노동당 동지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 진보적인 장애인운동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현장 투쟁에서 동지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치열한 현장투쟁에서 동지들의 연대를 가슴 깊이 기억합니다. 동지들은 단순히 장애인을 돕기 위해 연대한 것이 아니라 그대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 믿었습니다. 장애해방은 자본의 가치에 대한 저항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이 이 자본의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 삶의 현장에서 더욱 가까이 함께 하면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어제 사회당 동지에게 정리를 요청했습니다. 너무나 민망합니다. 사회당 동지들에게 빚진 마음을 말로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한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투쟁 현장에서 열심히 연대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장애 때문에 항상 욕창에 시달립니다. 최근 제가 활동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이 교육공간에서 쫓겨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천막을 치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전히 활동하기에 너무나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지들이 허락한다면 비대위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래야 이후라도 이번 대선을 두고 진보운동 전체가 망했다고 한탄하는 절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중 당적 논란으로 동지들께 누를 끼쳐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의 활동에 대하여 동지들의 허락을 구합니다.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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