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특특목고가 출현한다
        2008년 01월 16일 03:0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교육비가 늘기만 할까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은 간명하다. 대학은 자율성을 더 주고, 고등학교는 300개를 중심으로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학교가 시키게 되고, 특목고 진학의 병목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되므로,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특목고나 자사고가 일류대 진학의 지름길이 되면서 특목고 대비 사교육이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므로 300개 특별한 고등학교가 생긴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또한 300개 고교에 발맞추어 특별한 중학교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입시와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 우리 나라 교육 정책과 시장은 강남의 대학입시학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합격기원 이벤트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교육비가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부분 몇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 한나라당도 입시와 병목현상으로 사교육비를 접근한다. 그래서 현재 자사고, 외고, 과학고가 46개로 전체 일반계 고교의 3.2%인데, 이를 250개로 늘리면 15%가 넘어 병목현상이 완화되면서 입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 접근법 맞다. 그런 만큼, 입시 사교육비 절감의 요인으로 작동한다.

    다만 자사고와 특목고가 끝이 아니라 일류대 진학의 관문이기 때문에, 일류대 진학률에 따라 250개 학교 중에서 특특목고, 특특특목고 등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46개 학교가 250개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46개 그대로이거나 적을 수 있다. 그러면 일류고 진학의 병목현상은 완화되지 않는다. 사교육비도 줄어들지 않는다.

    특특특목고의 출현

    둘째, 250개 일류고가 같은 서열이 되든, 그 안에서 다시 서열이 발생하든 간에, 250개라는 숫자는 사람들에게 ‘모 아니면 도’를 강요한다. 현재 자사고, 외고, 과학고는 46개로, 전체 일반계 고교의 3% 수준이다. 그런 만큼 상위권 중학생들 사이의 경쟁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50개로 늘어나 전체 일반계 고교의 15%를 넘으면, 여기에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못하느냐는 모든 중학생들의 죽고 살기가 된다. 그런 만큼 250개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중학생들의 사교육은 증가한다. 그러면서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도 늘어난다.

    현재의 사교육비는 고등학생이 가장 많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그 다음인데,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고등학생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셋째, 문제는 사교육비다. 한 가정의 사교육비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가계 소득이 최대치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정부의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공식적인 수치를 인용할 수 없지만, 정부 이외 다른 곳에서 발표한 최근의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임계치에 가까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지난 4월에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가구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 원으로 월평균 지출액의 25%, 소득의 19%를 차지한다. 얼마 전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월평균 과외비가 5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한나라당은 고등학생만 볼 때, 학기 중 43만원, 방학 중 45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 어떤 수치든 간에 현재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20만원, 지출이 27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해보면 비중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과연 사교육비라는 단일 항목의 임계치가 어느 정도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월 지출액이나 소득의 30%? 절반? 또한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20만원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따름이다. 소득양극화 추세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감안해볼 때, 하위 계층에게는 이미 40만원이든 60만원이든 하는 사교육비가 부담된다.

    이 부담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을까. 월 120만원 받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언제까지 사교육비를 쏟아부을 수 있을까.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해법이 부실한데 말이다.

    한편으로 사교육비 지출의 양극화를 주도한 쪽은 상위층이었다. 중하위층의 사교육비가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할 때, 상위층이 경쟁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런데 만약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실현되어 고등학교부터 귀족학교 코스가 만들어지면, 상위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어떤 양태를 보일까. 줄어들까. 늘어날까.

    비정규직과 지방, 사교육비 쓰고 싶어도 못 쓴다

    넷째, 고등학교 단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어떻게 변화할까. 일단 250개 일류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줄어들 수 있다. 지금도 실업계 고교생의 사교육비는 일반계 고교생의 60% 수준이다.

    문제는 250개 일류고 안에서의 사교육비다. 여기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일류대 진학이 남아 있으므로 사교육비는 지출된다. 그리고 현재의 특목고와 자사고를 보면, 평균 사교육비가 일반고 사교육비보다 많다. 그러므로 250개 일류고 안에서의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에 있어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수도권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이유는 풍부한 학원시장과 관련 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는 야자나 보충을 학교에서 함부로 시킬 수 없다. 학교 마치면 바로 학원가야 하기 때문에 학생을 학교에 두겠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난다.

    그러나 지방은 다르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를 오래 잡아두기를 원한다. 이명박의 250개 학교는 전국에 산재된다. 이들 학교는 일류대 진학률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략은 간단하다. 될성 싶은 떡잎을 골라 오래 잡아두면서 훈련시켜야 한다. 기숙형이면 새벽 1시, 2시까지 재우지 않아야 한다. 온라인 사교육을 제외하고는 사교육비 지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더구나 250개 일류고의 의미가 ‘다양한 교육’이므로 학교 차원의 차별 교육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의 차별 교육이 공식 정책이 된다. 그렇다면 250개 고교든, 그 외 고교든 간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우열반 편성이 보다 심해진다. 그러면서 사교육비 지출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

    다섯째, 사교육비는 아니지만, 100개 자율형 사립고의 학비 규모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자사고를 참고해보면 연 1,000만원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 중에서도 포항제철고등학교와 광양제철고등학교는 년 2~3백만원 수준으로 일반계 고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물론 양대 제철고는 회사 자사고로, 빵빵한 재단의 힘이 크다.

    그런데 100개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튼튼한 재단이 한 군데도 없을까. 서울 뉴타운에 진입하려는 대교처럼 사교육 재벌이나 다른 곳은 없을까. 또한 100개 자율형 사립고 포함 총 250개 일류고가 서로 경쟁해야 하는데, 과연 가격 경쟁을 하려는 학교는 한 군데도 나오지 않을까. “저희 학교는 쌉니다. 하지만 확실히 공부시킵니다. 일류대 진학 책임집니다. 아이를 보내십시오”라고 광고하는 학교가 한 군데도 없을까.

    결국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를 늘린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곤란하다고 본다. 증가 요인도 있지만, 감소 요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학생당 월 45만원에 달하는 일반계 고교의 사교육비(연간 총 7조원)를 절반(총 3조 5천억원)으로 줄이겠습니다”라는 공언이 100% 실현되지 않겠지만, 뻥튀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곧 문제의 지점은 사교육비 예측이 아니라 다른 곳일지 모른다. <3편에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