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의 피부과 순례가 시작되다
    2008년 01월 16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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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많은 부모들을 잠 못 들게 하는 아토피. 아토피성 피부염의 병인에 대해서는 유전설부터 환경설까지 여러 학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토피가 이리 널리 퍼지고 심해지는 것이 경제 발전 및 환경 파괴와 무관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아토피와 친구하기’는 윤춘호 현장기자 부부와 일곱 살배기 영서가 아토피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앞으로 몇 차례 연재할 예정인 ‘아토피와 친구하기’가 아토피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독자들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정보 교류와 격려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우리 큰 아이는 이제 일곱 살이 됐다. 2002년 8월 생이다. 이름은 윤영서다. 우리 아이는 아토피다. 한참 심할 때는 하루에 30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 사람들 수군거리는 소리가 싫어 전철도 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도 깨끗하다. 다 나았다고 자신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나아졌다.

   
  ▲ 우리 아이들 다섯 중 하나가 아토피로 고통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
 

어느 병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아토피만큼 부모의 업보로 인해 아이에게 전달되는 병도 없을 것이다. 이제 영서의 아토피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서의 아토피 얘기는 영서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얘기하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로 지금 아이들이 앓고 있는 아토피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희한하다. 수십여 명의 아이들이 똑같은 침대에 똑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기저귀를 차고 있는데 얼굴 모양 또한 비슷하다.

그래서 아이들 침대 앞에 제각각 이름표와 번호를 보고 나서야 내 아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아이도 여느 아이와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하게 울고 그랬다.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기 위해 아이를 병실에 데려왔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기저귀가 달랐다. 다른 아이들이 종이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에 우리 아이만 병원에서 마련해준 천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천 기저귀를 차야 했던 영서

간호사에게 물었다. 천기저귀를 쓰는 이유를 말이다. “아이가 좀 예민한가 봐요. 여기 사타구니 밑에 발진이 조금 있어서요. 종이 기저귀에 민감한 것 같아서 천 기저귀로 갈았어요” 생후 이틀째 나타난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 기저귀 발진이 지긋지긋한 아토피가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첫 신호였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영서는 신생아 황달로 엄마보다 5일 늦게 퇴원했다. 집에 와서 배운대로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켰는데 얼굴에 좁쌀만한 것이 붉게 나타났다. 병원 신생아실에 물으니 너무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곤 곧 사라졌다.

“얘는 좀 특이하네, 종이 기저귀도 못쓰게 기저귀 발진도 그렇고 물이 조금 뜨겁다고 뭐 이런 게 다 나고 그러냐?” 내가 물 온도를 못 맞춘 것이 미안해 웃으며 얘기하니까 아내는 그저 다음부터 잘하라고 답했다.

그런데 물을 시원하게 해도 목욕만 하면 아이는 얼굴에 오돌토돌 발진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아이 얼굴은 몰라보게 거칠어졌다. 어차피 생후 한 달이 되면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꾹 참고 한 달 만에 찾은 병원에서는 조그만 연고를 줬다.

그 연고는 마술 같았다. 바르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뽀얀 피부의 아이가 있었다. “이거 보라, 정말 무심했네. 엄마 아빠 자격이 없는 거야 우리는. 약 한 번 바르니까 이렇게 깨끗한 걸 가지고 그냥 놔뒀으니 쯔쯔”

이런 내 말에 아내도 공감하고 병원에 일찍 데려가지 못한 우리를 자책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아이 얼굴은 조금 더 붉게 일어났다. 연고를 바르자 깨끗해졌다. 

노인네 같은 아이의 피부…

또 며칠이 지나자 아이 얼굴은 조금 더 붉게 일어났고 머리에서도 노란 딱지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고를 바르자 나아지긴 했는데 깨끗해지진 않았다. 나아지고 심해지는 기간이 점점 짧아질 뿐 아니라 심해지는 강도가 점점 세졌다.

이젠 매일 연고를 발라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에 난 노란 딱지 같은 것은 더욱 그 범위가 넓어졌다. 생후 3개월이 지나자 아이의 피부는 노인네 같이 쭈글쭈글하면서 각질이 나오는 것이 얼굴 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퍼졌다. 머리에서는 심한 냄새도 났다.

책을 찾고 인터넷을 뒤지니 아토피라는 단어가 나왔다. “여보 이거 이상하다. 우리 애가 아토피라는 것에 걸린 거 아냐?” “그러게. 이상해. 그래서 그런지 애가 너무 보채는 것 같아 피부과를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이 때부터 우리의 피부과 순례는 시작됐다. 작은 동네 피부과에서부터 유명하다는 피부과까지 다녔다. 의사들의 처방은 이랬다. “아토피인데요. 얘는 좀 심하네요. 약을 먹고 바르고 한 석 달은 꾸준히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석 달을 꾸준히 다녀도 아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머리에 나타난 노란 딱지는 냄새도 심할 뿐 아니라 머리카락 뿌리까지 쉽게 뽑히게 만들었다. 자고 일어난 영서의 손은 온통 자신의 머리카락이었다. 얼마나 가려웠던지 자기 스스로 머리를 쥐어 뜯은 것이다.

손에는 뿌리까지 뽑힌 머리카락이 한 웅큼 있었고 머리는 듬성듬성해졌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도 뿌리가 다 일어났다. 그리고 진물이 심하게 흘렀다. 과연 머리가 새로 나올지도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즈음부터 아이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더불어 아이 엄마와 나도 잘 수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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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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