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적 통합진보신당 건설하자
        2008년 01월 15일 1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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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돌아보며

    한국사회당은 이번 대선에서 쓴 패배를 맛봤다. 0.077%. 2002년 대선 때 김영규 후보가 얻은 0.089%보다도 적은 득표로 인해 정당으로서 존재 의미가 의심받고 있다. 한국사회당은 지난 2006년 8월 금민 전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미래전략기획단을 구성한 이래 여러 방향으로 쇄신을 도모했으나, 그 노력의 결과를 이번 선거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사회당의 대선 패배는 진보진영 전체의 몰락이라는 강한 외부요인과 문국현 후보와의 차별화 실패 등 여러 전략적 오류, 당내 의지를 모아내지 못했던 지도력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선 패배의 후과로 금민 대표와 상임집행위원회 모두가 사임했고 한국사회당은 직무대행 체제로 현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3월 초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에서 혁신의 방향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경선이 벌어질 예상이다.

       
      ▲ 작년 10월 파병연장 반대 시위 중인 오준호 한국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
     

    한편, 한국사회당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민주노동당은 심상정 비대위의 출범으로 일견 위기를 봉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적으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문제들이 분출했고, 국민들에게 두 가지 매우 치명적인 인상을 남겼다.

    첫째는 민주노동당 내 종북주의 또는 패권주의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20세기에 끝난 줄 알았던 엔엘-피디 논쟁이 여전히 민주노동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인상(또는 사실)으로 인해 민주노동당에 씌워진 ‘낡은 진보’의 이미지는 당분간 벗기 어려워 보인다.

    진보 진영이 처한 상황

    민주노동당은 1987년 이후 20년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명분과 조직 전망을 쥐고 성장한 당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중도개혁정권이 한편으로는 민주 대 반민주의 패러다임을 재탕하며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양극화를 가속화할 때, 민주노동당은 갈팡질팡하거나 반대투쟁으로 일관했을 뿐 미래적인 대안세력으로 자신을 인식시키지 못했다.

    또 북핵에 대한 입장, 일심회 사건, 코리아연방공화국 등 진보적 유권자조차 동의하기 힘든 편향적 태도를 보여 지지층을 이반시켰다.

    한국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의 조직기반이 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서 애초에 제외된 가운데, 사회주의 및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대안 담론으로 진보적 지지층의 표심을 얻고자 했다. 민주노동당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사회적 약자의 인권 의제 및 생태주의 의제에 대한 집중적인 실천을 벌여왔다.

    또 한국사회당의 보편적 평화주의는 북핵 문제나 독도 문제에서 민주노동당과 뚜렷이 다른 입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에겐 너무나 척박한 한국사회의 토양에서, 한국사회당은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한국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의 외곽 또는 경계에 걸쳐, 근본적 반자본주의부터 초록과 풀뿌리의 정치, 계급정치와 정체성 정치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의 양 정당의 그릇에 담기 힘든 운동들이었다. 그러나 초록당(준)의 지지층이 대거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으로 흡수되는 것을 보았을 때, 이들 정치세력들에게도 현재의 보수화 국면이 강 건너 불일 수가 없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에서의 득표를 마치 전능한 성배(聖杯)라도 얻은 양 생각하며 신자유주의-토건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 진보세력은 이런 상황이 투쟁을 격발시켜 진보운동의 부흥을 가져올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허황된 공상이다.

    도리어 이명박 정권은 상당한 기간 국민들에게 ‘개혁정부’로 인식될 것이다. 공공부문과 복지부문에 대한 파죽지세의 구조조정, 거대 토건산업의 결과인 웅장한 랜드마크들, 나아가 기득권층으로 비난받는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한 조치들은 국민적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사안별 투쟁을 열심히 하면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며, ‘개혁정부’에 반항하는 ‘보수집단’이라는 비난에 처하는 역설이 가능하다. 진보운동은 지난 20년의 성과와 오류를 갈무리하며 대안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신보수 및 자유주의 세력과 차별되는 대중적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

    진보혁신으로 통합진보신당을 만들자

    민주노동당은 진보운동 혁신과 대연대라는 과제를 ‘민주노동당 혁신’, ‘민주노동당으로의 단결’이라는 과제로 환원해선 안 된다. 한국사회당도 자신의 소중한 자산인 ‘정면 돌파’ 정신을 이번에는 진보운동 전체의 대의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사회당이 제시한 ‘새로운 진보’가 ‘열린 진보’이자 ‘합리적-소통적 진보’임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 진보진영의 어느 한 세력도 자신의 힘만으로 진보진영 전체가 처한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전체를 대변할 수도 없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인식을 출발점으로 한국사회당, 민주노동당, 초록당(준), 근본적 반자본주의부터 풀뿌리 생활정치까지 모두 아우르는 혁신적 통합진보신당을 모색하자.

    이러한 진보신당이 세력연합, 정파연합의 재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진보운동을 평가하며 새로운 방향을 도출해야만 한다. 친북주의, 민족주의, 조합주의, 정파주의 등 여타의 특수주의와 결별하는 보편적 지향과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즉 진보신당은 복지국가, 녹색국가, 평화국가, 인권국가의 지향을 분명히 하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는 반복지, 반생태, 반평화 따라서 결국 반인권으로 드러날 이명박 시대와 뚜렷이 선을 긋는 진보의 정치전략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와 비민주적 정치체제에 대해서 단호히 비판해야 하며, 북한의 핵무기도 보편적 평화와 생태의 관점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과 천연자원 착취를 전제로 하는 ‘통일경제’가 아닌, 북한 주민의 복지와 환경의 관점에 입각한 ‘녹색평화체제’를 추구해야 한다.

    종북주의란 주제로 정파싸움을 재탕하기보다, 보편주의 대 특수주의의 논쟁 속에서 진보가 아닌 운동들을 논파하고 도태시켜 나가자. ‘자주파’ 운동에도 긍정적 유산은 분명히 있으므로 스스로 성찰하고 혁신하려는 동지들은 적극적으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당 내에 민주노동당 분당파들과 힘을 합쳐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도 분명히 있다. 물론 그것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 하지만 범여권의 몰락에서 분명히 보았듯, 가치와 감동이 없다면 그것은 정치공학으로 머물 뿐이며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연대를 넘어, 죽는 한이 있어도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자신을 버려야 대의를 이룬다.

    통합진보신당 창준위를 만들자

    민주노동당, 한국사회당, 초록당(준) 등 제반 정치세력의 대표 및 평당원들, 진보진영에서 신뢰받는 인사들, 각급 대중조직의 대표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비정규직 등 차별받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통합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자.

    그 속에서 혁신적 통합진보정당의 이념과 전망을 논하자. 심상정, 노회찬, 금민 등 대중정치인들도 회동하고 묵묵히 일선에서 뛰어왔던 활동가들도 한 자리에 모이자.

    위와 아래, 좌우를 넘나드는 논쟁 속에 원칙을 정하고, 경부운하 저지와 생태사회 기치를 들고 강력한 공동투쟁도 벌이자. 그 가운데 각 정치세력은 내부 동의를 거쳐 새로운 정당의 일원이 되자.

    그 힘으로 총선도 돌파하자. 한국정치를 보수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진보주의로 삼분하고 중원을 향해 무럭무럭 성장하는 진보정당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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