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돌아 보지말고, 신당 창당운동 시작하자
        2008년 01월 14일 08: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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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2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에서 심상정 비대위안이 통과되었다. 진보정치의 대혁신을 염원하는 우리 평당원, 민주노동당 외부의 여러 진보세력들은 중앙위 회의가 현재 진보정당 세력들에게 있어서 어떤 분기점이 될 것을 예상하고 관심 깊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나왔다. 어떤 동지들은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소위 전진 신당파들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심상정 의원에게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동지들은 그래도 일단 마지막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자고 말한다. 우선 혁신 비대위가 출범했으니 비대위의 대선 평가와 당 혁신 과정을 기다리며 지켜보자고 한다.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지켜보지도 않으련다. 그런 것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달여 간의 혁신 비대위가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만약 혁신이 가능하다면 지금껏 수많은 동지들이 지적해왔던 모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모두 짚고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명명백백한 종북주의의 청산, 운동의 기풍으로서의 관료주의 청산, 대선 과정에서의 부실 운영과 의혹! 모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심한 경우 평가위는 대선 비용 수십억의 부실 운영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묻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비대위가 이런 모든 문제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혁신해나가는 토대를 명쾌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2월 구정 직후의 임시당대회에서 이런 것들을 통과시키고 결의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많은 동지들은 그래도 우선은 기대하고 싶을 것이며 가능하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나도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모두 털고, 모두 청산하고 넘어갔으면 한다. 그러나 내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일까?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당내 관료들과 패권적 정파 지도부들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사고하고 자조직의 생리와 발전을 위해 계산해나갈 뿐, 전체 진보정치 운동의 발전과 혁신에는 아무 관심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중앙위가 진행된 이날만해도 모 정파조직은 자조직의 학생위원회 활동가들을 조직해 조승수 소장을 출당시키라는 둥의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보여주었다. 저들은 지금 비판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물타기 재료로 조승수를 잡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볼때 우리는 혁신에 대해 비관할 수밖에 없다. 추호도 반성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물론 혁신이란 본디 한 명 한 명이 변하고 조직마다의 운동 기풍이 변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지금 혁신의 대상은 단지 자주파가 아니라 평등파도 마찬가지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게 불신의 벽이 높아서인지 소위 지도부의 엘리트 정치꾼들은 이전보다 더 심하게 종파적이고 패권적인 태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없이 이런 논쟁들이 반복되었다. 혁신이 가능했다면 이미 되고도 남았어야 한다. 수년간 혁신을 말해왔는데 결국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남은 한달을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신당파’란 누구인가?

    우선 신당파라는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위 신당파인 내 생각을 정리해나가고 싶다. 대체 신당파는 누구일까? 뭐하는 사람들일까? 명확한 실체가 없다.

    <민중의 소리> 같은 민족주의 언론에서 맘대로 떠드는 것과 달리, 지금의 신당 창당의 목소리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소수의 전략가들에 의한 음모도 아니다. 나는 진짜 신당파는 자생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어선 평당원들이라고 생각한다.

    관료들과는 다르다. 관료들은 봉합이나 국면 전환을 고민하고 있지만 평당원들은 이미 탈당을 결심하거나 고민하고 있다. 평당원들은 새로운 진보운동의 실체와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지 고심하고 있다. 그것이 진짜 신당파다.

    문건은 있었을지언정 나와 같이 조직도, 정파도 없는 평당원들이 누구 말을 듣고 지시받아 자발적으로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평당원들이 마음 속에 꽁꽁 담아두었던 불만이 폭발해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다.

    누구도 이런 식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래로부터의 자생적인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어영부영 봉합하는 것이라면 동참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혁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탈당 흐름을 이어나가자!

    이미 탈당 흐름에 동참한 동지들은 아직 당에 남아 있는 동지들에게 호소한다. 혁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당장 운동으로써의 탈당과 운동으로써의 신당 창당의 조직화를 시작하자고. 이제 더 이상 소위 ‘전진’ 등의 신당파 활동가들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지켜볼 필요는 없다.

    평당원들이 전국에서 움직여야 당내 평등파 지도부들의 명분과 힘이 더 쌓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민주노동당의 썩은 토양 위에서는 더 이상 그런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 당장 지역별로, 부문별로, 조직적인 탈당의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토양에서 새로운 철학과 비젼에 기초한 새로운 진보정당이 요구되고 있다. 당 외부에서 신당 창당 운동을 시작하자!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동지들에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동지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 어쨌든 신당파든 혁신파든 바라보는 곳은 같다고 믿고 싶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세워내고 싶은 그 마음 말이다.

    소위 혁신파 동지들은 말한다. 우선 혁신 비대위라도 꾸려서 한 번 혁신을 위해 노력이라도 해보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고.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어떻게 만든 당인데. 어떻게 아둥바둥 돌아다니며 민중들을 만나며 만든 당인데!

    러나 그 기반 어디 가지 않는다. 같은 얼굴, 같은 표정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다시 인사하면 될 일이다.

    나는 지금 구리, 정책위, 해운대 등으로 이어져온 집단 탈당과 매일매일 이어지는 개별적 탈당들의 흐름들을 모아 당장 신당 창당 운동으로써 새로운 진보정치를 당 외부에서부터 다시 만들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래도 설득이 안 되신다면, 그렇다면 하나만 명확히 하자!

    2월 임시당대회까지가 마지막이다.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투쟁해나가시길 바란다. 혁신하신다고들 하니 진정한 혁신을 위해 노력해보시길 바란다. 비대위의 평가위 활동을 지켜만 보지도 말고, 이미 탈당한 우리들, 당 밖에 있던 진보정치의 동지들은 당 외부에서 신당 창당 운동을 시작하면서 기다리겠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는 동지들의 말, 우선 믿고 먼저 발벗고 나서서 기다리겠다. 그러나 늦지는 마시라. 더 이상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

    ‘신당파’는 ‘신당파’의 길로!

    조직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당내의 ‘무능력한’ 조직들은 회의 자리에서 싸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자생적으로 일어선 평당원들은 ‘운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이상 당내 상황을 관망하며 기대거나, 기대할 필요없다.

    탈당을 결심한 동지들은 조직적으로 탈당 흐름을 이어나가길 호소드린다. 구리, 해운대에서의 집단 탈당은 현 상황을 우습고 안이하게 바라보던 많은 관료주의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흐름을 온전히 운동으로 만들어 나가려면 멈춤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지역에서는 지역별로, 그리고 학생이면 학생별로, 직장이라면 직장별로 ‘집단 탈당’을 신당 창당운동의 초동 계획으로 삼아 이어가자. 전혀 새로운 내용의 진보정치를 염원하는 평당원 대중들의 집단 탈당의 도미노는 신당 창당 운동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에 쏠린 무수한 눈, 민주노동당 안에서 민주노동당 밖으로!

    현재 민주노동당 안에 쏠려있는 눈들을 민주노동당 밖으로 돌려내자. 그러려면 우리들부터 미련과 의존성을 싹 버리고 스스로 당밖으로 나가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언론도, 민중들도 민주노동당 내의 분란에 대해 주시하고 있지만, 그런 것으로는 대중들에게 진보정치에 대한 실망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봉합도, 패권다툼도 아닌 진보정치의 내용을 이제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그 창문은 오직 신당 창당 운동의 시작으로 열린다.

    당 밖으로 나온 평당원들이 초동주체가 되어 수일 내에 새로운 진보정치를 염원하는 제진보정치세력을 모두 규합해나갈 단계로 옮겨가야 한다.

    물론 이것은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제진보정치세력 모두가 주체가 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진보정치를 염원하는 대중’이 주체가 되어 명망가도 모으고, 학자도 모으고, 사회당이나 초록당, 사회운동, 인권운동단체들 같은 운동세력도 모아내자. 이들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위치에 서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내용을 밝혀나가자.

    진보신당의 옷으로 갈아입고 넓은 시야로 멀리 내다보자. 신당의 단기적 목표는 총선이라는 정치적으로 대중들에게 열려있는 보수정치 세력들과의 무한경쟁, 무한선전의 광장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알리는 것이다.

    뭐 재볼 것 있겠는가. 짧게는 2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대선, 수없이 이어지는 노동자민중의 투쟁 연대, 지역에서의 풀뿌리정치, 그리고 멀게는 한국 민중들의 해방과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해 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멀어 보이지만, 그것이 진보정치를 위한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믿는다.

    이후 계획에 대한 의견 정리

    1. 중앙위 이후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연속적인 집단 탈당 흐름을 이어 나간다. 고민하는 동지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집단 탈당 흐름은 그 자체로 진보신당 운동의 ‘내용’과 물질적인 기반이 되어야 한다.

    2. 1월 이내에 만족할만한 창당의 주체들을 모으고 신당 창당을 위해 민주노동당 밖의 제진보세력을 규합해나간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의 주체들 간 합의와 토론을 통해 신당의 내용을 밝혀나간다.

    이 과정은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필수적인 과정임은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실내용을 밝혀야 한다. 그 내용이란 이 ‘직접행동’카페에서 회원들 간 수없이 논의된 것들이 바탕이 되기도 하며, 적록연대나 인권의 정치, 소수자 운동과 같은 전혀 새로운 내용의 정치들과의 마주침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3. 2월 임시당대회까지 잔류해 있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탈당 및 신당으로 규합한다.

    4. 이후 즉각적인 창당 발기인 모집을 시작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창당 및 총선 대응을 가시화한다.

    5. 총선 대응을 통해 민중들에게 새로운 진보정치의 내용을 알리고 신뢰받는 정치세력으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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