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정당 극복 위한 마지막 몸부림
        2008년 01월 12일 07: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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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12일) 오후에 열릴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그 결론과 무관하게 진보정당 역사에 중요한 회의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창당 7년 만에 ‘낡은 정당’이라는 때 이른 비난을 받고 있는가 하면, ‘신당 창당’이라는 때 이른 분열 또는 분화의 기로에 서 있는 일곱 살 어린 정당은 이번 중앙위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한판 전쟁을 치를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거의 비슷하게 비대위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심상정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도 당 안팎의 커다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민주노동당내 평등파 가운데 일부는 종북주의 청산을 위한 ‘신당’의 깃발을 올리고, 자주파의 적지 않은 수는 힘을 뺀 비대위 주장을 내세운 채 중앙위에서 격돌을 예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상정 비대위 체제’를 놓고 벌써부터 다양한 예상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왔다.

       
     
     

    -오늘 중요한 중앙위원회가 열리는데.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당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당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역사적’ 중앙위로 쏠리고 있다. 진보정당을 위해 열정과 헌신을 다 한 많은 동지들이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진보의 실험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중앙위에 임할 것으로 본다.

    비대위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사람으로서, 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돌파하는 책임을 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당이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에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가 여전히 논란 중에 있는 것 같다. 중앙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부 당원들이 탈당을 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탈당이 예고돼 있다. 탈당을 하든, 새로운 정당 창당을 얘기하든 모든 사람들의 문제의식의 핵심은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정파나 당원들이 동의하고 있다.

    비대위는 ‘낡은 민주노동당’을 우리 힘으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비대위 구성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 의식과 고민을 비대위로 모아주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이 많다. 말이 말을 낳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당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야 된다는 절대 절명의 의지가 흩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무슨 말이 그렇게 됐다는 건가. 벌써부터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종북주의 청산을 얘기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던데.

    =두 가지 얘기를 하고 싶다. 이른바 종북주의 문제와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관한 것이다. 우선 신당을 추진하는 동지들은 지난 중앙위에서 ‘종북주의 청산’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고 자주파 동지들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권과 관련해서 또다른 정파 독식 구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종북주의, 패권주의를 비롯한 그 밖의 여러 가지 쟁점은 선언적으로 규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대위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평가와 혁신이다. 지금까지 당의 실천과 사업에 대한 성역 없는 평가 과정을 통해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이거 하자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쟁점들 모두가 이 과정을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

    -자주파의 상당수는 확대간부회의가 합의한 안에서 비례대표 후보 추천권 등을 빼거나, 어떤 종류의 조건도 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자주파의 경우 비대위 수락 요구를 마치 비대위원장이 차제에 권력을 움켜쥐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 조건을 제기한 것은, 대선 결과가 보여준 국민들의 엄격한 평가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책임을 가시화하고, 많은 당원들이 당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마지막 노력을 해보자는 문제의식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 전략 명부 작성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신망을 받는 사람들로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며, 이를 민주노동당 총선 돌파에 효과적인 무기로 만들겠다는 오직 그 생각 하나다.

    일부에서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사전에 협의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당연히 당 안팎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구성할 것이다. 다만 좋은 옷은 몸에도 맞아야 되지만 계절에도 맞아야 한다.

    비례대표 구성과 관련해서 여러 원칙을 제시할 수 있으나, 지금 시기 비례대표 후보는 무엇보다 국민적 설득력이 있는 역량들이어야 하며, 이들을 모아내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가동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달라진 민주노동당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강조하자면, 국민적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이명박 정권과 맞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 유일한 기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기준에 공감한다면 정파를 넘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비례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심 의원은 지난 해 12월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합의된 안대로 이번 중앙위에서 합의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렇게 돼야 비대위 출범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번 확대간부회의 합의안은 내용이 충분한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무너져 내리는 당을 바라보면서, 그 나마 접점을 마련해 합의를 이룬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이제 와서 변하게 된다는 것은 비대위 출범의 ‘균형점’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렵게 도달한 비대위 구성의 가능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판 자체가 엉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의됐던 그 안 밖에 없다는 생각이며, 이는 개인의 판단을 넘어선 것이다.

    -비대위가 구성되고 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비대위의 활동 시한은 사실상 3개월 남짓 된다. 거기서 많은 것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대로 이대로의 당을 가지고는 안 된다는 데에는 당원들과 모든 정파 그리고 당 안팎의 지지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비대위 활동이 낡은 민주노동당을 청산하고, 제2창당으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본다.

    당원 동지들과 함께 혁신과 제2창당을 향해 갈 것이며, 이명박 정권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진보 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당원 동지들의 지혜와 힘이 모아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의 이런 의지를 믿고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이미 탈당한 사람들도 있고, 앞으로도 더 있을 것 같다. 현재 신당을 만들려고 하는 흐름이 있고, 이런 흐름이 적지 않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탈당 또는 신당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진보정치를 위한 열망이 큰 분들이다. 내가 알기로는 창당 당시부터 가장 헌신적으로 당 활동을 해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탈당을 하려는 어느 당원에게 유보하고 마지막 노력을 해보자고 얘기했을 때 그는 “떨리는 손으로 탈당계를 썼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이미 너무 많이 곪아버린 당의 상황을 보면서 자책과 고통을 느꼈다. 그 분들의 말처럼 비대위가 많은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이 진보정치의 발전에 의미를 가지려면, 당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는 역사적 위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성공하는 신당이 되려면 최소한 민주노동당의 과감한 혁신을 위한 몸부림이 매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대위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 탈당이나 신당 창당 움직임을 유보하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모두 함께 민주노동당 혁신을 통한 제2창당의 길에 마지막 노력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중앙위에서 비대위 구성이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 우리 모두는 역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제2창당을 강조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내가 당내 대선 경쟁에 뛰어든 첫 번째 배경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중심 화두로 삼아서, 당원들과 당 안팎의 지지자들의 관심을 불러내서 제2창당에 주력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경선 과정에서 혁신이야말로 대선 승리를 위한 경쟁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강한 민주노동당을 내세우고, 강한 당 토론회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현재 신당을 만들려는 분들 못지않게 당의 혁신은 오랜 고민의 주제였고,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현재 당 내에서는 무엇을 주장하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제2창당은 당의 혁신과 새로운 비전과 진보정치의 주체를 확대 재구성하는 노력이 같이 돼야 가능한 길이다.

    심상정 의원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선택에 ‘매우 심할 정도로’ 신중했다. 평소 인터뷰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디 심상정 뿐이랴.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모두가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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