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현은 결단을, 조승수는 자제를
        2008년 01월 08일 08: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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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정상화와 쇄신을 위한 유일한 출발점은 ‘심상정 비대위’

       
      ▲정창윤 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
     

    어제(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대위 구성을 합의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면서 이 글을 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와 많은 수의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이 어디로 갈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상황 속에서도 당 게시판은 양대 정파의 분노와 저주에 찬 날선 공방만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창당 이래 지금까지 당의 원내 진입을 위해 억압되고 은폐되어왔던 적폐가 대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어쩌면 당이 새롭게 비상하기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운동권 정파들의 연합당으로 시작한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감추어 졌거나 유예되어 왔던 모든 뒷 담화와 논쟁이 공개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으며 대중적 필터링을 통해서 걸려져야 할 일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당의 미래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당 안팎의 논쟁과 토론은 권장해야 할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쌓여있던 묵은 감정 때문에 생채기가 나기도 할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감정 배설도 필요도 할 것이다.

    상처가 나더라도 그 상처를 보듬어 나가는 것이 성장의 과정이듯이 당이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이러저러한 상처 또한 두려워서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직면하고 넘어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난파 직전의 상황에서 지지자와 당원들의 마음은 전혀 살피지 않은 채 상대를 탓하면서 쏟아내는 증오와 분노를 머금은 독설만 난무하게 된다면 민주노동당이라는 배는 끝내 침몰하게 될 것이다. 자주파도 평등파도 민주노동당이라는 배가 있을 때 존재의 의미가 있지 당이라는 배 없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아직도 상당수의 국민들과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이라는 배를 침몰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쇄신에 기초한 새로운 항해를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만큼 지금은 분당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상당한 전권을 가진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켜내는 것이 파국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며 당 안팎의 모든 진보역량은 비대위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2. 비대위 구성의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두 가지 요인

    당의 위기를 돌파해 나갈 유일하면서도 대중적 상식인 비대위가 현실로 나타나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의 장애 요인이 있다.

    첫째 요인은 자주파 일부(광주 전남, 울산)의 강경한 태도에 있다. 다수파로서의 책임 있고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 없이 단결이라는 명제 뒤에 숨어서 수적 다수에 기반한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강경 자주파 세력의 존재인 것이다.

    둘째 요인은 평등파 일부의 신당추진 세력에 있다. 마치 종북주의 문제가 대선 참패의 모든 것인 양 몰아부쳐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다면서 갈라 설 수밖에 없다고 외치는 신당추진세력이다.

    이 두 세력의 너무도 다르면서도 어느덧 닮아있는 ‘패권적 모습’을 발견하면서 참으로 씁쓸하기가 그지없다. 당내에서 이 두 세력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울산 출신의 김창현과 조승수 동지라는 것이 당 안팎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두 동지에게 공개적인 결단과 자제를 요청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것을 촉구한다.

    3. 김창현 동지의 결단을 촉구한다

    4년간 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왔으며 그 결과로 참담한 패배를 인정하고 모두 사퇴한 이 마당에 여전히 몇 가지 기득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고 비대위 구성에 딴지를 거는 듯한 김창현 동지의 모습은 뭔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종북주의 청산을 내건 공격을 빌미삼아 심상정 비대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안이한 상황 인식은 당내의 균열을 확대하고 있을 따름이며 더욱더 분당의 명분을 강화시켜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책임 있는 사과와 진정어린 자기 성찰은 상대가 뭐라 하든 당내 다수파로서 대중을 향해 머리 숙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창현 동지는 지금은 최고위원이 아니지만 전 사무총장이자 자주파의 수장답게 당원과 대중 앞에서 겸허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준적이 있는가? 누구보다 많은 권한과 역할을 해 왔던 만큼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장과 지역으로 하방 하는 모습을 보여 줄 용의는 없는가?

    몇 번에 걸친 당내 선거에서 늘 자주파 대오의 투표지침을 내리는 역할을 하였고 이번에도 득표력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권 후보에게 전략투표를 강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아니던가!

    권 후보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내려진 마당이면 당연히 권후보 전략투표 지침을 내리고 진두지휘한 사령관답게 겸허히 당원과 국민들 앞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그것이 바로 책임질 줄 아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권을 가진 심상정 비대위는 당 쇄신의 최소한의 조건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당 현실을 무시하고 조건 없이 비대위를 맡지 않는다고 심상정 의원을 타박하는 모습은 바른 처신이 아닌 것이다.

    비공개로 조건을 내걸어 비대위를 맡아 달라고 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고 제대로 된 쇄신을 위한 최소한의 권한을 요청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이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 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어제 확대 간부회의에서 이영순 의원마저 나서서 비대위안을 반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니다 싶어 지면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김창현 동지의 결단을 촉구 하고자 한다.

    3. 조승수 동지의 신당론은 자제되어야 한다

    필자는 조승수 동지가 제기하는 당에 대한 진단을 거의 대부분을 공감하는 편이다. 내면에서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서 내뱉은 말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 말이 가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칫 자극적인 표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종북주의 청산의 실질적 의미 또한 상대의 사상을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이 취해야 할 북한에 대한 정치적 가이드 라인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자칫 수많은 당 안팎의 저주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수하면서 시작한 발언으로 이해해왔던 만큼 조승수 동지의 발언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조 동지의 발언을 계기로 당의 쇄신을 위한 대중적인 공론의 장이 열리는 계기로 받아들였고 당 비대위 구성을 통하여 그간의 당 운영 전반에 대하여 일대 쇄신의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민주노동당의 평등파의 대표 주자 조승수와 자주파의 대표 주자 김창현의 <한겨레> 대담 기사는 바로 당 쇄신의 대중적 공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민주노동당내부의 문제점에 대하여 당내 인사들 간의 직접 대담논쟁이 없었던 지난 시절에 비해 이번 대담논쟁은 참으로 신선하기 까지 했었다.

    과거 같으면 운동권 끼리 골방에서 하던 토론의 내용들이 이제는 언론을 통해 가감 없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에 반갑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표류하여 비대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임에도 갈라서는 것만이 대안인 것처럼 계속 주장을 한다는 것은 일반 당원도 아닌 당 연구소 소장으로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당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성안하여 제2의 창당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것이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나 싶다.

    필자 또한 당내 정치에 있어서는 평등파에 속하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종북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그것의 진정한 의도가 당의 쇄신보다 신당 추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천명하고 열심히 쇄신의 방향으로 힘을 모아가야 할 일이지 자주파의 태도를 이유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짓는 것은 지지자와 당원들은 안중에 없고 자주파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하는 것에 다름 아닐까 한다.

    지금 비록 소수이고 수적 열패감이 있지만 당 쇄신의 기회를 스스로 부정하고 당 밖에 새로운 둥지를 만들려고 하는 행위는 그 동안 창당과 당 성장의 주역이라는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4. 다시 김창현, 조승수 동지에게

    민주노동당이 심각하게 표류하고 있는 오늘 하루하루는 대한민국 진보정당운동의 역사에 있어서 몇 년에 해당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두 동지가 보여주는 집착과 아집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무책임하게 비춰진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빠른 성장과 때이른 침체의 핵심적 위치에 있어 왔던 사람이 바로 두 사람이 아니었던가!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젊고 소신 있는 진보 정치인으로 타인들의 시샘을 받을 정도로 지역 노동자들과 주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았던 두 사람이 아니었던가!

    민주노동당의 울산에서의 성공과 침체의 핵심적 위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두 사람이 스스로 돌아보기보다 오히려 서로를 탓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두 동지의 오늘을 만들어 준 지역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결코 아닐 것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이 심각한 파국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비대위를 옹호하고 비대위에 힘을 보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비대위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원심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함께 울산에서 진보정당을 만들고 지켜온 동지로서 공개적인 비판을 하고자 한다. 두 동지의 당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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