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2008년 01월 08일 08: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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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민주노동당이 기로에 섰다. 이 시점에서 문제의 해결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보자. 우리는 진보인가? 민주노동당은 진보인가? 해답을 찾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창당 과정과 지난 4년을 성찰적으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짧게는 87년 투쟁의 성과인 민주노총을 조직적 기반으로 하여 87년체제가 완결하지 못한 사회적 민주주의(평등)와 한반도 평화라는 시대적 요청을 배경으로 창당되었다.

길게는 식민지와 분단, 전쟁을 거쳐 이룩한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민중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위해 이를 수많은 투쟁과 헌신의 결정체로서 등장했다.

국민들은 신자유주의의 가져온 사회양극화와 생존의 고통을 민주노동당에 의지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가능성을 표로 몰아주어 일약 원내 10석, 제3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성실한 의정활동과 40여명의 정책연구원을 포함한 100여명의 중앙당 상근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재정규모, 언론의 조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왜 그랬을까. 핵심적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민주노동당 실패의 두 가지 이유

계급대표성을 상실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방침에 의존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로부터 민주노총당, 곧 정규직당이라는 낙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비정규 악법 개악 저지를 위해 고군분투한 의원들의 점거농성과 이랜드투쟁의 적극적 지지와는 관계없이 비정규노동자와 국민의 눈에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민주노총당으로 각인되어 왔다.

또 다른 하나는 종북주의와 이에 기반한 패권주의가 당내의 다수파로 되었다는 점이다. 2004년을 지나면서 다수파가 된 이들은 다수파가 되까지 당비대납과 집단 주소이전, 심지어 부모, 친척 ,미성년자까지 입당시켜 지역위원회를 장악하고 지금은 중앙위원회와 대의원까지 중요 의결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북핵 실험에 대한 자위권 운운하고, 300명에 이르는 당간부들의 중요 신상정보를 기록하여 조선노동당에 보고했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북한에 대한 관계와 태도-에 의구심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아가 득표에 있어서 월등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후보를 제쳐 놓고 권영길후보를 지지하여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자신들의 노선과 가깝다는 이유로, 혹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중요 공약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평등파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의식하여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당이 깨질까봐 종북적 패권주의에 대해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파가 권력을 나눠 가지는 담합적 구조가 비정파 당원과 평당원들을 좌절시키고 당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낡은 운동권 정당

자주파와 평등파의 차이는 인식과 실천의 큰 기준은 50년대와 80년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낡은 운동권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당내의 녹색그룹이나, 소수자, 여성주의, 국제주의는 당의 외관을 장식하는 부속품으로 취급되었고, 급기야 당 안팎으로부터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맞느냐?”는 치욕적인 소리도 들어야 했다.

대선의 참담한 패배는 그동안 누적된 민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 민주노동당에 국민들이 회초리에서 몽둥이로 바꿔 내리친 것이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진보적 가치를 당의 정신으로 재확인하고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친북당, 정규직당, 보수적 남성주의라는 당의 이미지를 평화정당, 비정규직당, 여성주의 정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지는 표방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의 강령과 규약에 녹여 내고, 실천 속에서 하나하나 실현할 때만이 형성되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핵심적 가치 세 가지

재창당이든 진보신당이든 현 시기 진보의 핵심적 가치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적색에 기반하되 녹색가치를 전면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노동자의 대표성을 자임하는 한편, 우리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생태주의, 초록가치를 당의 핵심 가치로 한다. 적-녹에 기반한 생활정치, 지역정치가 실천방향이다. 다시 말해한국적 적-녹연대 이것이 진보의 핵심이다

둘째,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아닌 공공성과 연대성을 사회운영 원리로 하는 복지국가(사회국가) 건설을 중심과제로 설정한다. 이를 위해 계급연대, 사회연대전략으로서 연대임금제와 사회보험료 누진제를 실현한다. 나아가 당이 직접 노동운동의 새로운 흐름과 주체형성에 주도적으로 나선다.

셋째, 동성애를 포함한 소수자 정당, 여성주의정당, 이주노동자를 수용하는 다문화정당, 반전.반핵의 평화주의 정당, 연대에 기반한 국제주의등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자신의 의제로 하는 살아 숨쉬는 진보정당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대적 진보신당, 진보다운 진보정당으로 스스로 환골탈태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당내 혁신과 신당 이전에 우리가 확인하고 합의해야 할 지점이다. 그 다음이 이러한 실천이 지금의 민주노동당의 혁신투쟁으로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진보신당이라는 새로운 틀로써만 실현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필자의 생각은 당내 다수파는 당을 떠나지도, 근본적 변화도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자신의 정체성은 그들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으며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그들은 이미 화석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민주노동당으로든 진보신당으로든 다가오는 총선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난관이 될 것이다. 예상컨대 총선 결과는 영원한 소수정당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단 한 석이라도 확보하고 10년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할 것인가? 이 두개의 갈림길에 민주노동당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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