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기름유출, 주민건강 심상치 않다
        2008년 01월 08일 06: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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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7일, 태안의 원유 재앙이 발생되면서 어민들의 생존 터인 바다가 오염됐다. 원유는 순식간에 바다의 생명체를 죽이고 아름다운 해안가를 검게 물들였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온 몸으로 기름을 닦아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단체와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기름때를 닦아냈지만, 생명의 부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기간 기름을 닦아내고 눈물을 흘리기에 정신이 없던 주민들과 아이들이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방재복도 갖추지 않고 고무장갑만 끼고 기름을 닦다 보니, 유독성 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을 해친 것이다.

    간헐적으로 기름 수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방재복도 갖춰 입고,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으나, 단 시간에 고농도의 휘발성 물질에 노출된 지역주민들의 건강은 악화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대전시민환경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은 태안 기름유출지역 해수욕장과 인근 주거지역의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 농도를 조사했다. 사고 발생 후 4일부터 8일 후까지 조사했는데, 우려한 대로 휘발성물질 중 가장 위험한 벤젠의 오염도가 24개소 모두에서 일본 기준(0.94 ppb)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이 ‘인간에게 확실한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에 속한다. 벤젠은 1㎍/㎥(약 0.3ppb)의 농도로 평생 노출될 경우 100만 명 중 6명, 17㎍/㎥(약 5.1ppb)로 노출될 경우 1만 명 중 1명꼴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벤젠을 오랫동안 취급한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백혈병 발병 가능성이 20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총 24개 조사지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2010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대기환경기준 5㎍/㎥(1.5ppb)을 초과한 지점은 19개 지점(79%)이었다.

    가장 높은 벤젠 농도를 보인 곳은 구례포 해수욕장으로서 1.94ppb가 검출됐으며, 그 다음으로 이원면 만대포구(1.91ppb), 학암포 해수욕장(1.88ppb)의 순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신경독성물질인 톨루엔이나 여타 휘발성 물질은 그다지 높은 농도로 검출되지 않았다.

    해안가에서는 공단에 인접해 있지 않은 한 이들 물질이 검출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원유 유출로 인해 일부 검출되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의 위해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4일이 지난 후 이루어졌음에도 벤젠이 24개 조사지점 모두에서 일본의 대기환경기준 보다 높게 검출되었다.

       
      ▲ 태안 기름 유출 인근지역의 대기 오염을 조사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들.
     

    사고 발생 직후부터 고농도 벤젠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 특히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와 같은 신체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역학조사와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사는 인력과 조사비용의 제약이 있는 민간단체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피해 대상에 대한 중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대전시민환경연구소는 현실적 범위 내에서 태안 앞바다에서 벤젠과 같은 휘발성 물질이 시간의 추이에 따라 어느정도 발생되고, 감소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현재의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의 경우 벤젠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자원봉사 참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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