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분당은 안 됩니다"
        2008년 01월 04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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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임질 줄 아는 사람만이 권한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정종권 위원장(사진=프로메테우스)
     

    요즘 참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가는 시간들입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수많은 영혼들의 절규하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립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서있으며 어디로 가야합니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려는 자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서로를 저주하는 자들, 몸 둘 곳을 찾지 못해 자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구석자리를 찾는 자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머무르기 힘든 수많은 사람들.

    이게 ‘그 무서운 무기력함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정과 의지의 부족이 무기력함이 아니라 열정과 의지가 출구를 찾지 못할 때 무기력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12월 29일 중앙위에서 우리는 또다시 패배했습니다. 두 번 다 대중의 신뢰와 지지의 획득이라는 점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3.01%라는 저조한 득표율의 핵심은 민주노동당이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어떠한 변명도 없이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대중에게 불신당한 ‘현재의 민주노동당’을 혁신하고 쇄신하여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새로운 민주노동당’으로 재창당하는 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누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합니까? 민주노동당 개조와 혁신의 과정은 새로운 주체들이 발굴되어 나타나고 만들어지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을 사회변혁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으로 만든 세력들은 자숙하고 지역과 현장으로 하방해야 합니다. 이것은 옵션이나 요구가 아니라 정치의 상식이고 도덕입니다. 책임질 줄 아는 자만이 권한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2. 기득권 포기선언은 당 쇄신의 출발입니다

    제가 중앙위 전날 밤 대표와 사무총장에게 드린 말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혁신하고 쇄신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 50년만의 국회 진출시대를 책임지고 이끌었던 1, 2기 최고위원 그리고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의 비대위원, 민주노동당 주요 정파그룹의 지도급 인사들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 혁신을 위해 기층에서 헌신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12월 19일 대선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이 국민과 대중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단 두가지였습니다. 권영길 후보의 ‘패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당원들에게 송구하다, 백의종군하겠다’는 짧은 선문답 같은 성명과 26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최고위원회가 전원 사퇴하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대선에서 패배한 다른 보수정당들도 하는 아주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기득권 포기 선언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들이 2008년 당 비례대표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 혁신과 쇄신을 위한 정치적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기에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원을 포함시킨 것은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2005년 보궐선거 특히 울산북구 재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비대위원의 한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한 대책을 책임지는 단위가 아니었고 관리내각의 성격이었으며 그나마도 이어진 당직선거에 주요 비대위원들이 출마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어질 당직선거를 위해 경력을 쌓고 관리하기 위한 비대위가 아니었냐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비대위원들은 비례선거를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당 혁신과 총선 준비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붇기 위해서라도 기득권 포기선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3. 비대위는 관리내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비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격과 권한을 둘러싼 논쟁입니다. 우리가 정치적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논쟁이고 더 심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왜 비대위를 구성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점입니다.

    당은 대선 득표율, 득표수, 득표순위 등에서 총체적으로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대선 후보 한사람에게 있거나 한두 달의 대선 선거운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도 패배의 주요한 원인들이 있지만, 지난 4년간의 원내진출 시대 민주노동당의 원내 원외 활동 전반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깔려있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 혁신과 쇄신의 과제는 인적 쇄신, 4년의 정치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와 대안 마련, 민주노동당의 근본적 리모델링이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4월 총선까지 최대한의 당 혁신과 개조를 대중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혁신은 총선 이후에도 지속해야 합니다. 비상한 국면의 비상한 대책을 추진하는 기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비대위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저한 관리내각의 수준에 머물렀던, 그래서 지도부 임기의 공백을 메워주었던 비대위였습니다. 권영길 비대위원장, 문성현 비대위 집행위원장, 정종권, 김은진 등이 비대위원이었습니다.

    그 비대위는 출발할 때 당을 혁신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울산 북구라는 노동자 밀집지역의 패배 이후여서 특히 노동조합,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관리내각이었던 것입니다.

    이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 비대위의 역할, 성격, 권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저는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자꾸 비대위원장 후보에게 옵션과 요구를 달지 말고 당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저는 대단히 안이한 발상이거나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부 공백을 메꾸는 수준의 관리내각은 할 필요도 없으며 해서도 안됩니다. 누군가의 책임을 대신하여 덮어쓰는 비대위, 누군가의 경력관리를 위한 비대위, 쏟아지는 대중의 질타와 비판을 대신 맞아주는 비대위, 관리내각 수준의 비대위는 필요없습니다.

    비상한 시국에서,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총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쟁사령부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전쟁사령부는 일체의 지휘권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전쟁사령부는 전쟁의 결과로 심판을 받습니다. 이게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는 또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을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권한을 보장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특정하여 권한의 위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총선 전에 추진해야 하는 당 혁신을 위한 권한, 총선전략의 수립과 집행을 위한 권한, 비례대표 선출방식의 변경과 전략명부 작성을 위한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하다면 논의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권한의 부여를 부당하거나 과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현 국면을 대단히 안이하게 인식하거나 비대위를 ‘땜방식’ 관리내각의 수준으로 만들고자하는 의도가 전제된 것이 아닌가, 저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4. 그 말 많은 분당론에 대하여

    모 인터넷 언론에서 요즘 전진이라는 조직의 내부문서를 가지고 황색저널리즘식 기사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슬펐습니다. 그 슬픔은 작년 서울시장 선거를 총 여섯면에 걸쳐 비판하고 비난하고 왜곡하던 당 기관지 <진보정치>의 기사를 보면서 가졌던 슬픔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했습니다. 1년 전 지방선거 전체도 아니고, 서울의 지방선거도 아니고,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후보 부적격론, 전략부재론, 선본 내부의 파행론 등 수많은 각도에서 왜곡을 일삼던 <진보정치>가 충격적인 대선 참패에 대한 어떻게 분석하고 기사를 작성했는지 지켜봤는데, 기사 내용을 보고 참으로 참담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정파주의, 분파주의는 분파와 정파의 존재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실과 사건을 정파적 시각으로 왜곡하여 바라보고 증폭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작년 지방선거 직후의 <진보정치>와 이번 대선 직후의 <진보정치>를 읽어보시고 비교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의견을 밝혔습니다. 분당과 독자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동지들의 의견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 마음과 심정은 백분 이해한다고.

    당권파들의 당 운영 모습과 정치노선의 결과,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버리고 있는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과연 혁신을 통해 재창당할 수 있을까?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그 ‘절망의 정서’를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헌신해 온 이유는 민주노동당 그 자체가 절대선이고 지고지순의 목표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수단을 통해 민중들의 이해와 염원을 대변하고 사회변혁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그 수단으로서의 유효함을 상실하거나 변질되었다면 그 변혁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다른 방도와 수단을 찾는 것은 운동가와 활동가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분당론에 대해 비도덕적이나 엄벌해야 한다는 논리에 저는 정서적으로 이성적으로 심각한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분당론이 확산되는 배경에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역사는 일부 엘리트가 아니라 민중들의 땀과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누구나 동의하는 교과서적 언급이지요. 그렇습니다. 분당론은 일부 활동가들의 발상 아이디어 선동에 의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분당 운운 할 수 밖에 없는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과 위기적 모습이 확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분당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과 저지의 힘은 엄단과 비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개조하고 혁신하고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들의 노력입니다. 그것만이 분당론을 저지하고 다시 힘을 합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비판이고 물리력입니다.

    그러나 분당론을 지지하는 많은 동지들에게 한 마디 던지고자 합니다. 분당은 선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분당은 민주노동당 혁신과 개조를 위한 처절한 노력과 투쟁이 실패한 이후 의 마지막 결과가 되어야 합니다. 그 혁신과 개조를 위한 투쟁이 실패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분당과 독자신당의 정당성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이자 주체를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혁신과 쇄신, 이 말보다 더 진부한 말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너무 자주 그런 단어들을 우리는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저도, 분당론을 지지하는 동지들도 그 혁신의 진부함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함께 당을 혁신하고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투쟁을 벌여갑시다.

    명분쌓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힘 다해 싸워나갑시다. 감정과 감성의 정치가 아니라 이성의 정치로 끝까지 극한까지 싸워나갑시다. 그것이 실패한다면 저부터 분당론의 기수가 될 것이고 행동대가 되겠습니다.

    5.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데모정당이라는 프레임에 대하여

    저는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 전반을 재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 피할 수 없는 몇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정권이라는 사이비 개혁세력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유사집단으로 비치게 된 대중적 정치적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관적 생각이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에서 그렇게 비춰진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합니다. 정치노선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노무현 정권과 가장 멀리 있는 세력을 선택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과 그렇게 멀지 않는 세력이라는 것이 대중들의 판단이었습니다.

    둘째, 소위 말하는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데모정당’으로 일컬어지는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두가지로 나누어 접근해야 합니다.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데모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이 긍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라는 ‘팩트’를 인정하는 것이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민주노총당 친북정당 데모정당이라는 것이 노동자의 정당, 평화와 통일의 정당, 투쟁하고 싸우는 정당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 한국의 국민들을 중심에 놓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추종하거나 미화하는 정당, 정책정당이 아니라 거리에서 시위만 하는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 주체적 요인과 객관적 상황을 분석하여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셋째, 정파 갈등이 극한적으로 존재하는 정당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정파를 불온시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정파 갈등이 정파들의 생산적 경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제시해야 합니다.

    넷째, 한국사회의 근본 개조를 위한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대중화시켜야 합니다. 개별 정책들만이 아니라 이 개별정책들이 엮어져서 만들어지는 민주노동당의 대안사회의 상이 무엇인지를 대중화 명료화 구체화시켜가야 합니다.

    "문성현 전대표님, 김선동 전 사무총장님, 이용대 전 정책위 의장님, 김성진 전 최고위원님, 김창현 전 사무총장님, 장원섭 전 광주시당 위원장님, 최규엽 현 집권전략위원장님, 이상규 현 서울시당 사무처장님, 이영희 전 최고위원님, 한석호 전진 전 집행위원장님, 김종철 전진 현 집행위원장이자 전 서울시장 후보님, 김형탁 전 대변인, 문성진 전 인천시당 사무처장님 그리고 차마 이름을 부르기가 죄송하고 민망한 수많은 동지 여러분, 끝까지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수행하고, 그러고도 여의치가 않을 때 서로가 갈 길이 다르다면 후회 없이 다른 길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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