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채 쓴 아빠를 고소해야 하나요”
        2008년 01월 22일 04:4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고리대 피해자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멍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푼이 아쉬운 절박한 심정에서 연49%의 법적 금리상한선을 넘는 연 수백%의 빚을 쓰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는 피붙이들에게 연대보증까지 세우기도 한다.

    가족에게 채무보증을 세우다가 잘못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 경우 사채업자의 강요를 받거나 채무자 본인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가족의 동의없이 몰래 보증을 세웠다면, 사문서 위조 등으로 사채업자와 채무자는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가족의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문제는 가족들이 채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데 있다. 남편 또는 아내가, 아빠나 엄마가, 혹은 아들딸이 내 이름을 함부로 도용했다고 해서 형사고발할 것인가? 아니면 날벼락처럼 떨어진 채무를 묵묵히 감당할 것인가?

       
     
     

    불법 고리대업체에 부인과 딸을 연대보증

    얼마 전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 경제민주화운동본부로 찾아온 조혜영(가명) 씨는 대학교 3학년생이었다. “아빠가 총 일곱 군데의 사채 빚을 지고 집을 나간 뒤에 가족 전체가 사채업자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업을 하던 조씨의 아버지는 총 7곳 중 일부의 사채업자에게 아내와 딸(조혜영 씨)의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훔쳐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고, 한 사채업자에게는 집 계약서를 주고 돈을 빌렸다고 한다. 집은 단칸 월세방이며 임차인은 할아버지였는데, 조씨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인감까지 훔쳤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씨의 말.

    “사채업자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당신들 인감이 다 있으니 빨리 돈 갚으라’며 전화했어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고, 문소리만 나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사채업자들이 우리 가족의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제일 불안해요.”

    사채업자는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해 “임대차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했고, 이에 놀란 임대인이 조씨 가족에게 “나가라”고 해서 조씨 일가는 거의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갈 상황이라고 했다. 보증금 1,000만원을 노린 사채업자의 농간이었다.

    불법 대부업에 대응 못하고 이용만 당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확인해보니 조씨의 아버지가 돈을 빌린 7개의 업체 중에 등록 대부업체는 3곳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사채업자는 현행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출금리는 7개 업체 모두 연 49%(2007년 10월4일 이전은 연66%)의 금리상한을 어기고 있었다. 법정금리보다 높은 고리대출 역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조씨의 아버지는 불법 고리대의 피해자였지만 변변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가족까지 채무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말로만 가족에게 빚 독촉을 할 뿐, 근거 있는 서류를 제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또 이들 업체는 본인의 의사에 대한 확인도 없이 임의로 조씨 가족에게 보증을 세웠기 때문에, 조씨 등은 사채업자를 상대로 “보증채무를 갚을 의무가 없다”는 소송을 진행할 만했다.

    소송까지 갈 경우 조씨의 아버지와 사채업자를 (연대보증과 관련된) 사문서 위조 등으로 고소하고, 치안당국의 조사를 거쳐 혐의가 입증된다면 조씨 가족은 채무와 관련해 훨씬 유리한 판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안내에 조씨 가족은 고민하는 듯했다. 상담원의 심정도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씨의 어머니는 “남편까지 고소까지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씨 가족은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고 무겁게 발길을 돌렸다.

    연 49% 또는 연66%의 고금리가 합법의 탈을 쓴 채 횡행하고, 약 700만명이 사금융시장에 노출되고, 사채시장 평균 대출금리가 연168~192%에 달하는 ‘사채 공화국’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