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민노당이라도 쪼개야겠다
    2008년 01월 02일 01: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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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주파들도 무상의료, 무상교육 한다고 했다. 그래. 자주파들도 FTA 반대 투쟁한다. 그래. 자주파들도 부유세 걷는다고 한다. 그래. 실제적으로 고려연방공화국인지 뭔지는 그렇게 집중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마치 이명박의 대운하처럼.

그렇다 이렇게 대충 공약들만 훑어보면 자주파들과 사회주의자들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저것들이 미쳤다고 분당 논의를 해? 이명박이라는 거악(巨惡)이 한국을 다 삼키려 하는데?

그렇다. 선거를 ‘문자’를 통해서만 봤다면 저렇게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미디어가 신문밖에 없었더라면……

한국의 시민들은 고도성장이 아닌 사회복지국가를 원한다. 자주파와 사회주의자가 왜 함께 할 수 없냐고? 당신이 말한 대로 이명박과 아이들이 한국을 삼키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노동당에게 여느 때 보다 큰 기회가 될 수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소위 범여권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고, 시민들은 절망에 빠져 허덕이다 이명박이라는 신기루를 보고 앞에 그가 약속하는 고도성장이 있을지, 아니면 10년 전에 한나라당이 불러온 IMF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이 틈을 민주노동당이 파고들 수 있었다.

1월 1일자 <한겨레>를 보자.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사회를 원하는 시민들이 67.2 %, 경제적-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이 31.6%로 나타났다. 일견 비관적으로 보이는 사회복지를 위한 세금변화에 관한 응답을 보자.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34.8%, 낮추는 것이 좋다 52.5% , 올리는 것이 좋다 10.0%다.

하지만 재산이 많은 사람의 세율 변화를 보면 (부유세)올리는 것이 좋다 75.6% 현상유지 16.2%, 낮추는 것이 좋다 5.5%에 불과하다. 결국 힘없는 일반 시민들은 세금 적게 내고 부자들 세금 더 많이 내서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다.

이명박의 공약과 비교해보시라.

이명박은 일방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주장한다. 31.6%의 지지를 받는다. 일관적으로 감세를 주장하지만 온갖 대형 사업을 추진하니 오히려 서민들을 죽일 간접세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잘해봐야 현상 유지다. 34.8%가 지지한다.

이명박은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자들의 세금을 낮춘다고 했다. 겨우 5.5%의 지지받게 받지 못한다. 굳이 이명박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유권자들의 위와 같은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정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었다.

‘영상’도 논리로 받아들이는 ‘문자적’ 지식인

SERI(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이 출마한다면 2등을 해 민노당이 제 1야당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적 인기가 있는 노회찬이 나왔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자주파는 자신과 타협이 용이한 권영길을 밀었다. 결국 권영길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노회찬을 여유롭게 제압하고, 심바람마저 넘고 넘어 대통령 후보로 결정됐다.

앞서 말했듯이 ‘문자’로만 본다면 권영길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야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이 듣기에는 통일에의 강력한 의지정도로만 들렸을 것이고, 일부 지식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영길의 잘못은 ‘문자’가 아니라 ‘소리와 영상’에 있었다. 오늘날의 대중들은 더 이상 신문을 읽고 정치인의 논리를 따라가며 투표하지 않는다. 미디어 이론가이신 손석춘 선생이 더 잘 알 것이다.

일단 미안하다. 나도 권영길의 지난날을 존경하지만, 인신공격으로 들릴 소지가 있어 지식인들이 피해왔는지도 모르지만, 교양 있어야 할 지식인이 아닌 일개 ‘나부랭이’ 류인 나는 할 말은 해야겠다. 논리로 받아들이는 ‘신문’이 아닌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시청각 미디어인 공중파 TV 출연을 봤을 때 권영길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영길은 진보정당의 후보라면 갖춰야 할 신선함이 없었다. 대선 삼수로 인해 사람들이 식상해했을 뿐더러(이번 선거에 이회창, 이인제 등 삼수생이 너무 많았던 것도 더욱 옛날 냄새를 나게했다.) 더 이상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와 같은 신선한 캐치 프레이즈도 없었다. 추상에 추상을 거듭해 하늘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있었을 뿐이다.

둘째. 겉보기에도 너무 노쇠했다. 이명박과 동갑이라고 하지만, 이명박에게는 ‘불도저’로 상징되는 저돌적인 이미지와 힘찬 말투, 토론에서 외투를 벗어제껴 질문자를 제압하는 ‘젊음’이 있었다.

그러나 권영길은 청중을 제압하는 카리스마도 없었고, 어떤 일이든 돌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수 정치인은 조금 노쇠해도 괜찮다. 오히려 연륜이라는 덕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야 할 진보정당의 후보가 노회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셋째. 결정적으로 발음이 부정확했다. 미안하다. 솔직히 권영길 후보의 토론을 ‘안쓰러워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 안 그래도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진보적인 비전을, 질문자의 의도와 다르게 동문서답을 하는데, 발음마저 뭉개져 안쓰러워서 도저히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민노당 지지자도 끝까지 지켜보기 힘든 토론이 일반 유권자가 끝까지 텔레비전 앞에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안 봤으면 다행이었겠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권영길의 부정확한 발음을 들으며 믿음을 상실했을 것이다.

손석춘 같은 지식인은 ‘신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거나 TV, UCC 등의 시청각 자료도 ‘논리’만을 추상해서 이해하는 고도의 지적능력이 있는지 몰라도, 오늘날의 유권자들은 신문을 읽지 않고 UCC, TV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감성적’으로 투표를 한다.

노회찬, 심상정은 젊고, 패기가 넘치며, 논리가 정연하고 말 솜씨가 있어 각종 토론 프로그램의 섭외 0순위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위에 나온 유권자들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한 줌’의 당파가 망쳐놓은 제1야당의 미래

이미지 선거인 대선 판에 이미지 선거에 취약한 권영길 후보가 나왔다는 것, 그래서 결국 3%의 저조한 득표율을 올려 6개월 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문국현에게도 밀렸다는 것. 이것은 치명적이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민노당을 찍겠다는 사람은 5.8%로 지난 대선 후 총선에서 민노당을 지지하겠다는 사람의 겨우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452)

이대로는 지역구에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이 모두 살아남는다고-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해도 17대 국회의 절반 수준인 6석의 의석밖에 갖지 못한다. 모두 살아남지 못한다면 비례대표 3석의 미니정당 수준으로 전락한다. 이명박과 신자유주의를 막기에는 그야말로 ‘한 줌’이다.

자주파라는 일개 당파에 불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비교적 다루기 쉬운 권영길을 내보냄으로써 제1야당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던 정당이 하루 아침에 존폐위기에 빠졌다!

당의 이익보다 ‘정파’의 이익이 더 중요한 자들이 정말 진보정당의 당원인가, ‘자주주사당’의 당원인가. 다음 번 중요 국면에서도 자신들의 꼭두각시를 앞세워 당의 미래를 망쳐놓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 아니, 이번 총선에서 예상대로 참패하면  다음 번은 과연 관념속에서나마 존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손석춘 선생이 책임질 생각이 없으시다면 (책임질 수도 없을 것이지만) 대동단결 주장은 그만 해주셨으면 한다.

이것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파들은 대선이 끝났을 때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총선불출마를 선언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비례대표 한 자리 차지하겠다고 달려들었으며, 위기를 수습하겠다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심상정을 비대위로 추진하면서도 비례대표 불출마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결국 비대위는 무산됐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끊임없는 분란은 계속되고 있다.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데도 바닷가에서 조개나 하나 더 차지하겠다고 싸우고 있는 꼴이다. 이 때 그냥 조개 하나 떼주고 황급히 힘을 모아 새로이 둑을 쌓아야겠는가, 아니면 조개 못준다고 끝까지 바닷가에서 실랑이를 벌여야겠는가? 이렇게 나가다간 한국의 진보세력은 해일에 휩쓸려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울트라 신자유주의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야당으로의 길을 이렇게 자주파가 망쳐놓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보정당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이래도 정말 ‘한 줌’의 자주파, 심지어 ‘종북파’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신당을 꾸려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사회복지가 갖추어진 정의로운 나라를 원하는 67.2 %의 시민들과 손을 잡아야 하겠는가? 답은 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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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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