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구성 실패, 신당 탄력 받나?
    2007년 12월 30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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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비상대책위 구성에도 실패함으로써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당 창당 흐름이 다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실제 분당과 창당까지 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대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29일 성남시민회관에서 중앙위를 열고 12시간이 넘도록 비대위 구성에 대해 격한 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진=진보정치
 

이날 회의는 구체적 내용을 갖춘 안건도 없이 시작된 초유의 중앙위로, 이는 회의 전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안건 내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건이 특정되지 않는 중앙위는 처음부터 난상토론과 함께 격한 감정들이 부딪쳐 몸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으나, 비상한 당내 상황에 걸맞는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의 사전 예고된 안건은 ‘비상대책위 구성, 임무와 역할’ 등에 관한 것이었으나 지도부 제출안이 없는 상태에서 전진 소속의 김형탁 중앙위원이 제출한 현장 발의 안건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현장 발의안의 주 내용은 △종북주의 및 패권주의 청산, 당 강령 정신 및 당 민주주의 실현, 대선평가 당 전면 쇄신안을 임시당대에서 확정하고 △1월 15일 이전 임시 당대회 개최하며 △비례대표 추천권, 당규개정권 등 중앙위 권한의 비대위 전면 위임 등이다.

이에 대해 참석 중앙위원들은 회의 형식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안건 내용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격렬한 공방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격해져 고성이 오가면서 몇 차례 정회를 하기도 했다.

이날 확대간부회의와 중앙위을 뜨겁게 달군 논점은 특정 정파 대표에 대한 비례후보 불출마 선언 여부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관련된 내용으로, 전자가 주로 확대간부회의에서 논쟁이 됐다면 후자는 중앙위원들 사이에 쟁점이 됐다.

장시간 논란 끝에 현장에서 심야에 긴급히 다시 열린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심상정 의원과 의견 조율을 거친 새로운 비대위 구성안이 극적으로 합의돼 제출됐으나, 일부 중앙위원들이 이에 이견을 제시하면서 결국 퇴장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확대간부회의와 심상정 의원이 합의한 비대위 구성안에 따르면 비대위의 임무는 17대 대선 평가, 당 혁신, 총선 대책 사업 등이다.

비대위 권한은 △최고위 권한을 수행하되 그 이상의 권한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에서 위임 여부를 결정키로 하고 △18대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선거 시 전략 공천을 대폭 확대해 이에 대한 방침 마련을 비대위에 위임하고 이를 당 대회에서 승인 받아 집행하며 △당대회 승인에 따라 전략명부 후보를 추천해 당원 총투표를 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확대간부회의 수정안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청산’ 등을 주장하는 중앙위원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들 중앙위원들은 ‘청산’이란 단어를 빼고, 종북주의 패권주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대표가 구두로 약속하고 이를 회의록에 남기자는 양보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반대파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자 평등파 중앙위원 상당수가 회의장을 나가면서 이날 중앙위원회는 결국 무산이 됐다.

문성현 대표가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 100여명 남은 중앙위원에게 만장일치로 확대간부회의와 심상정 의원 사이에 조율 합의된 안을 가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반대에 부딪쳐 불발로 끝났다.

중앙위 무산 직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천영세 원내대표를 당 대표 직무대행을 뽑아 임시 지도부 체계를 가동시키기로 했다.

   
  ▲사진=진보정치
 

이날 중앙위의 무산과 비대위 구성 실패는 향후 민주노동당의 위기 극복 행로에 짙은 어두움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평등파 가운데 창당을 주도하는 세력과 당내 비대위를 통한 혁신을 주장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앙위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앙위원들은 이를 거부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은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대위 구성 무산이 신당 창당 움직임에 탄력을 줄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노정된 평등파 내부의 신당을 둘러싼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대 방향의 힘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의원 등은 여전히 신당 창당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신당파들의 움직임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당 창당파 한 관계자는 “바닥 현장의 요구는 새로운 정당 창당이지만, 상층부에서 이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 “내년 초부터 지역 노동 쪽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대중 정치인들도 이들의 움직임과 친북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정당 후보가 겪을 어려움 등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 의원들의 동참에 대해 기대 섞인 전망을 했다.

한편 자주파의 경우도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내부 갈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 등을 대폭 양보해 비대위 구성에 적극적이었던 그룹과 이를 못마땅해 하는 그룹 사이에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노동당 내부 정파 질서의 빅뱅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노동당의 앞날은 오는 1월 15일에 열릴 예정인 임시 당 대회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의 파행과 무산은 평등파와 자주파의 싸움이 당 대회에까지 고스란히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사이에 어떤 종류의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당 대회 파행 역시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 대회에서도 비대위 구성 등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할 경우 5월로 예정된 당직 선거를 앞당겨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둘러싸고 민주노동당은 또한번 큰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등파는 대선 평가와 당 혁신에 대한 토론과 합의 없이 당 지도부 선거를 강행하는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 길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자주파 쪽에서는 비대위 구성이 끝내 무산될 경우 당직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는 대안을 내놓은 바 있어,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임시 당 대회를 전후로 분당파와 내부 개혁파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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