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공사는 KTX승무원 사용자"
        2007년 12월 27일 04: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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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의 채용에서부터 실무수습, 교육, 승객서비스 업무의 수행, 평가 등 모든 측면에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실질적으로 KTX 여승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9개월째 파업과 투쟁을 벌여 공공부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철도공사라는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재판장 구회근)은 지난 12월 20일 철도노조 KTX 여승무원지부 민세원 지부장의 업무방해에 대한 판결문에서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2조 소정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 지난 7월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KTX·새마을호 승무원 투쟁승리를 위한 철도노동자 결의대회 및 KTX파업투쟁 500일 기념 문화제(사진=공공연맹)
     

    이어 법원은 “피고인 등이 위와 같은 행동에 이르게 된 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에게 있던 승객서비스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철도공사가 사용자라는 23가지 증거

    법원은 이 판결문에서 ▲한국철도공사의 보고서 ▲한국철도유통의 사용자가 철도공사 출신인 점 ▲위탁계약 체결 시 수의계약 ▲접객서비스 시행세칙 ▲채용시 철도공사와 긴밀히 협의한 사실 ▲면접에 철도공사 간부가 참여한 사실 등 무려 23가지 사례를 일일이 제시하며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법원은 “위장도급, 위탁계약, 용역계약, 파견 등 그 명칭에 상관없이 사실상 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형태의 계약관계를 방치할 경우 실질적인 피사용자인 근로자들의 지위를 불안하고 위태롭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명시해 합법도급이라는 노동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법원은 “이러한 계약관례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유통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KTX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한국철도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또 다시 확정했다.

    합법도급이라는 노동부 주장 뒤집어

    철도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여승무원들이 이 판결을 근거로 철도공사에 집단적으로 ‘근로자지위확인가처분신청’을 낼 경우 유사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당연한’ 판결은 이미 지난 6월 1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판결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2부(재판장 박기주)는 지난 6월 1일 금속노조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김준규 조합원 등이 현대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자동차 조립업무의 특성상 도급대상 업무로 적합하지 않고 대금지급방식도 도급으로 볼 수 없으며 사내협력업체의 업무는 현대자동차의 업무에 연동되거나 종속된 것이고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노무관리를 해 오는 등 현대자동차와 업체간의 업무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도급이라는 현대자동차의 주장에 대해서 법원은 “자동차 부품 조립업무는 현대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흐름생산방식의 특성상 생산 라인을 따라 여러 단계의 가공·조립공정이 중단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므로 각 공정은 독립적일 수 없다”며 “자동차 부품 조립공정 중 일부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대상업무로 적합하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현대자동차 재판은 현재 고등법원으로 넘어가 있다.

    불법 외주화 부채질한 노무현 정부

    현대자동차에 이은 공공부문 KTX의 이번 판결은 당사자는 물론 향후 노사관계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의 경우 집단적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벌일 것이며, 유사한 처지에 처한 노동자들의 소송이나 투쟁이 잇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1998년 IMF 이후 사용자들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기 위해 불법적인 외주 하도급을 광범위하게 벌였다. 제조업에서는 현대, 기아, GM대우자동차 등 자동차회사 등에서 동일한 생산라인에 비정규직을 투입했으며, 공공부문은 KTX 여승무원들처럼, 서비스는 이랜드 노동자들처럼 사회의 전 영역에서 외주화가 추진됐다.

    급기야 한국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00만에 육박하게 됐으며,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노동부나 검찰은 ‘합법파견’이라거나 ‘파견법 위반 혐의 없음’ 등의 판결을 내려 외주화 확산을 부채질했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우는 ‘명백한’ 불법을 정부가 조장했던 것이다.

    현대차에 이은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법원의 ‘양심적’ 판결이 이후 불안정 노동의 확산을 막아내는데 어떤 역할을 할 지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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