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신당 창당과 분당은 다르다
        2008년 01월 02일 12: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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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연 변호사
     

    지금 민주노동당은 분당의 갈림길에 서있다. 대선 참패를 계기로 당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절망과 분노의 표적은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를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자주파는 2004년 총선 직후 치른 당직 선거에서 당내 평등파에 맞서 처음으로 당권을 차지한 후로 이번 대선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당직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은 채 당의 권력을 장악해왔다.

    지난 4년간 자주파에 의해 당이 운영되어왔으므로 지금 당원들의 불만이 이들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관적 희망 또는 정치적 계산

    하지만 현재의 자주파 지도부에게 당직사퇴를 요구하여 관철시킨다고 해서, 또 나아가 무슨 비대위를 구성하여 자주파 인사들이 당장의 총선에서 국회의원 비례후보가 되는 것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미 파산 직전으로 몰린 민주노동당이 자기혁신을 통해 민중에게 신뢰 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주관적인 희망이나 정치적 계산을 빼고 냉정하게만 본다면 그렇게 기대할 근거가 별로 없다. 당내 다수파의 지위를 고수할 수 있는 자주파의 당원 지분 분포나 지금까지 4년 동안 당을 운영해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확인되었던 자주파의 패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사고나 행동양식이 갑자기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자주파가 지금까지 운동권 내 다수파의 지위를 차지해온 배경에는 다들 알다시피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광범위하고도 뿌리 깊이 존재해온 한국사회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연북, 반미, 통일 등과 같은 자주파적 의제와 노선의 이념적 뿌리에는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 대항해온 역사적 전통에 기초한 한국사회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자주파는 이와 같이 한국사회에 존재해온 대중적인 민족주의적 정서를 이용하여 좌파보다 훨씬 손쉽게 세력을 조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운동권 내 다수파의 지위를 점할 수 있었다. 정서를 통해 사람을 조직하기는 쉽지만 정서가 아닌 이성으로 지지자를 조직해야 하는 좌파는 소수파의 지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좌파정당과 민족주의는 물과 기름 

    하지만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가장 멀다고 보아야 할 정치세력이 현대 좌파 정치세력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민족주의는 가난한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대중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는데 이용되거나, 이민을 제한하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주장하는 우파의 정치선전에 동원되는 수준의 주제일 뿐 좌파의 이념적 지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역시 자주파의 민족주의적 지향과 이념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한 사회이다. 우선 남북한은 언어가 동일하고 장기간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하나의 민족이라는 혈연적 측면보다는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2국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 되었다. 장기적인 통일문제 역시 인구와 경제력이 월등한 남한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정치적 문제로 전화된 상태이다.

    또한 한국사회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2만 달러에 도달하였으며, 수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다인종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재벌자본은 이미 대규모의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경영을 하고 있고, 각종 펀드를 통해 국내자본이 대규모로 해외에 투자되는 등 경제발전을 통해 축적된 국내자본의 운동은 이미 선진국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양적인 경제력의 수준이나 자본운동의 수준 그리고 다양한 인프라 건설 수준 등의 지표로 본다면 한국사회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해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객관적인 현실을 놓고 볼 때 자주파의 이념적 지향과 그러한 지향으로부터 파생되는 노선은 더 이상 좌파적인 이념과 노선으로 평가해주기가 어렵다. 그것은 오히려 우파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객관적 현실에 부합한다.

    좌파정당이 자주파와 함께 갈 수 없는 이유

    자주파의 지향과 노선이 더 이상 현대적인 좌파의 정치적 비전과 노선의 구성요소가 되기 어려운 이상 이들과 함께 현대적인 좌파 대중정당을 건설하겠다는 생각이나 노력은 결국 시지프스적 고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진보정당을 만들고자 했던 좌파 정치세력은 독자적인 정치적 힘이 부족하였던 관계로 당내 자주파의 이전 조직인 전국연합이나 또는 민주노총, 전농 등과 같은 대중조직에서 활동해온 운동권들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모든 운동권 세력들이 모여서 자유주의 정파에 대립한 민주노동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지난 8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한국사회가 많이 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지금까지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질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오지 못했다. 앞으로의 변화양상까지 고려하면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변화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도태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민주노동당이 가진 자주파적 지평의 한계와 운동권 정당적 노선의 한계가 확인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 노선과 이미지로는 더 이상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보건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5% 이상의 정당투표를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모든 한계와 변화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국민파와 결합되어 있는 자주파의 당내 다수파적 지위는 변화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이 운동권 정당의 틀을 유지하는 한 그러한 운동권 정당의 당원 충원구조 역시 운동권 내에서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자주파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주파가 다수파의 지위를 차지하는 운동권 정당으로서의 틀이 유지되는 한 민주노동당은 현대화된 좌파 대중정당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존 민주노동당으론 현대화된 좌파 정당 불가능

    그 동안 자주파의 패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사고와 행동의 근거가 되었던 사상이나 노선의 오류를 자주파가 스스로 인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이들이 보다 현대적인 좌파적 이념과 노선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주파의 자기 사상과 노선에 대한 태도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울 정도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자주파가 자신의 사상과 노선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자주파와 더불어 당의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주장과 의지의 주관성과 정치적 기회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는 현대화된 좌파정당은 기존 민주노동당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 한국사회의 변화된 상황에 기초한 현대적인 좌파 대중정당 창당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노력들이 시도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좌파정당이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좌파적 대중자원과 좌파적 노선에 대한 정치적 지지의 객관적인 물적 토대는 여전히 건재하며, 자유주의 정파가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정치적 여건도 나쁘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의 새로운 모색은 우선 자주파와의 정치적 결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지만 새로운 좌파신당 창당의 모색이 기존 민주노동당의 자주파와 평등파를 가르는 단순한 분당절차로 이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좌파신당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민주노동당을 통한 그 동안의 진보정당 건설노선과 실험이 왜 실패하였는지 그 실패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에 기초한 주체들의 자기반성도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과정과 더불어 변화된 한국사회의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좌파적 비전과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전개되어야 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합의가 도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좌파신당은 지금까지의 운동권적 고정관념과 정치적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이 합의된 노선에 의거하여 시작할 때에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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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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