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경 전 대표 등 임시 당대회 소집 촉구
        2007년 12월 21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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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경 전 당 대표,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 김형탁 전 대변인 외 13명의 민주노동당 전현직 주요 간부들이 21일 올바른 대선평가와 당 쇄신을 위한 임시 당대회 소집을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이같은 성명서를 당 게시판에 올리고 당원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 선출 일정의 즉각적인 중단과 임시 당 대회의 소집을 요구한다"면서 "당 대회는 당의 대선 참패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책임,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논의하는 대회가 돼야하며 한 달 이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비례 후보 선출 일정은 당 대회 이후로 연기돼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 대회 소집은 대의원 3분의 1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당 대회를 소집해야 한다"면서 "대회가 열리기 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당을 바꾼다는 자세로 전당적인 당 쇄신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0년 동안의 노력이 4개월의 몸짓보다도 못한 결과를 낳은 것과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시대에 고통받는 대중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칼을 입에 무는 심정으로 반성해야 한다"면서 "어영부영 상황을 마무리하고 대충 절충하고 타협하는 태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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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서(전문)

    제대로 된 대선 평가와 당의 쇄신을 위한 임시 당 대회의 즉각적 소집을 촉구한다.

    대선 결과 발표가 있은 후 참담한 심정으로 또 하루를 맞는다. 대선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는 않으리라 각오를 했던 당원들조차 그저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이번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어찌하여 민주노동당이 이러한 지경에까지 처하게 되었는가. 외부에서 쏟아지는 온갖 조롱과 비아냥거림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의 장래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된 당원들의 마음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전략도 없고 비전도 없고 감동도 없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우리를 힘들게 했던 건 이명박도, 정동영도, 문국현도 아니었다. 우리를 힘들게 한 건 정작 우리 민주노동당의 모습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대선 경험을 하고서도 마치 처음 대선을 치르는 듯이 무능력한 당의 대응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올해 초 당을 외면했던 언론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보이며 민주노동당의 가능성을 알려나갔다. 그러나 ‘정치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모범적’이었던 경선이었지만 정작 당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실상 경선의 성공은 당의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당은 후보만 뽑아 놓으면 되는 것인 양, 어디서 돈만 구해 오면 되는 듯이 행동하였을 뿐이었다.

    권영길 후보가 당선을 목표로 하는 대선 전략을 요구하였지만, 그것은 후보의 바람일 뿐이었다. 당은 이번 대선을 18대 총선을 위해 거쳐 지나야 할 정류장으로 밖에 판단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나는 다음날 총선 비례후보공고를 내는 결정을 하였다는 사실은 이러한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미 결과가 예측된 선거운동이었다. 당은 운동의 방향을 상실한 채 오로지 당원들의 성실함을 촉구할 뿐이었다. 그나마 열심이었던 핵심 당원들조차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도덕성 때문에 움직였다.

    대선이 끝나면 탈당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노동조합과 단체를 통한 집단입당식이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힘이 부족하였다. 급기야 막판에는 민주노동당을 구해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10년 동안의 노력이 4개월의 몸짓보다도 못한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무엇이라 할 것인가? 2007년은 민주노동당의 역사에서, 아니 전체 진보운동의 역사에서 무엇으로 기록될 것인가? 당은 성장을 멈추었다.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시대에 고통받는 대중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민주노동당은 이제 칼을 입에 무는 심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이미 당은 지난 총선 이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받던 시기에 강령에 근거한 구체적 실천을 전개하지 못하고 알량한 권력 놀음을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낳았다. 진보는 개혁세력의 아종으로 분류되고, 당은 수의 정치로 창의력이 고갈되었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의 실패 역시 후보의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다수파의 수적 우위에 근거한 전횡을 문제 삼아야 한다.

    작년 일심회사건,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당은 진보적 대중에게 외면받는 결정을 자초한 바 있다. 심지어 대선 기간중에도 입시폐지의 명기를 반대함으로써 진보정당이 맞는지 의심을 산 바 있고,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대선의 주 슬로건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등 정세에 동떨어진 사고와 결정으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길을 선택하였다. 다수파는 이러한 결정들을 수적 우위에 근거한 투표로 정당화시켰다.

    이번 대선 경선은 정파의 구도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선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역시 후보 등록이 있자마자 당의 다수파가 종파적 이해에 근거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 결정함으로써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경선은 흥행에 성공하였으나, 결선이 끝난 뒤 당은 아무런 준비와 계획도 없이 세월을 허비하고 말았다. 대중은 아무런 이유없이 민주노동당을 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모든 잘못을 오로지 다수파의 전횡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듣고 있다. 당의 실패는 모두의 책임이고, 다수파의 전횡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 역시 크다는 점에서 뼈저린 반성을 한다. 그러하기에 어영부영 상황을 마무리하고 대충 절충하고 타협하는 태도는 용서받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비례대표후보 선출 일정의 즉각적인 중단과 임시 당 대회의 소집을 요구한다. 당 대회는 당의 대선 참패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책임,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논의하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 대회는 한 달 이내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후보 선출 일정은 당 대회 이후로 연기되어야 한다.

    단 한명의 후보라도 등록을 하면 선거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 당 대회의 소집은 대의원 3분의 1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기에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당 대회를 소집해야 한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당을 바꾼다는 자세로 전당적인 당 쇄신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야 한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당은 사망선고를 받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식물상태에 빠질 것이다. 당 최고 지도부는 철저하게 반성하는 자세로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 듣기 바란다. 또한 당운동의 근본적 혁신을 바라는 당원들에게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다.

    === 제안 1차 서명자 ===

    길기수(강원도당 위원장), 김광식(울산시당 위원장), 김병일(전 경북도당 위원장), 김석준(부산시당 위원장), 김찬수(대구시당 위원장), 김형탁(전 대변인), 김혜경(전 당대표), 배창호(전 충북도당 위원장), 선재규(대전시당 위원장), 안영돈(전 광주시당 위원장), 윤성희(충북도당 위원장), 이승필(전 경남도당 위원장), 이연재(전 대구시당 위원장), 임성대(충남도당 위원장), 조승수(진보정치연구소장), 최근성(경북도당 위원장) 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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