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녹연맹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2007년 12월 21일 07: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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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권영길 후보의 대통령 선거를 치러내면서 수도권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뛰고 계신 노회찬 의원님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는 과천시 당원 최현입니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민주노동당을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자 노회찬 후보님과 함께 발로 뛰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7년의 끝자락에 왔습니다. 어려운 선거 치러내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민주노동당이 얻어낸 결과는 실로 참혹할 지경입니다. 97년 처음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했을 때 기록했던 50만표보다도 겨우 20만표가 많은 이번 대선 득표 결과는 정당 존속을 위한 최소 투표 마지노선인 3%를 턱걸이하는 원내 9석의 제3당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절한 결과였습니다.

    참혹한 결과

    선거가 끝나고 벌어진 선대위회의에서 선거를 책임졌던 당사자들은 다들 혁신을 말했습니다. 의원님 역시 2004년 이후 우리의 모습에 대해 뼈아픈 반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님을 지지하는 평당원들은 의원님의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선대본의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 얽매이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항상 당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촌철살인’으로 자리매김 하던 노회찬의 사자후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값어치가 떨어진 중고차와 같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이 으레 잘 하시는 비유적 표현을 감히 제가 써보면 지금의 민주노동당은 처음 등장할 때에 인식되던 참신한 신형 모델이 아니라 이미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고장난 중고차와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비리 속에서 정규직 노동자당으로서 인식되어지면서 갖게 된 한계와 친북세력과의 불안전한 동거에서 파생된 대북 문제에 대한 한계, 이번 대선 경선에서 드러난 고질화된 정파투표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 이제는 모든 언론인들이 알고 있고 당을 꾸준히 지지해 온 지식인층도 뼈 속까지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진보정당을 키워주었던 이런 분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모두 떠나가버렸고 우리가 얻고자 했던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전국농민회 회원들은 시대정신과 멀어진 민주노동당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시대정신과 멀어진 진보정당

    우리가 갖고 있던 참신함은 이제 거의 다 잊혀졌고 민주노동당의 문제점만이 언론 지상을 떠돌고 있습니다만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을 독점하고 금배지에 연연하고 있는 특정 집단은 자아성찰 없는 세 대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현주소가 아닙니까?

    더구나 신보수주의적 물결 속에 등장한 이명박 시대에 임하면서 현재의 지도부는 벌거벗은 원숭이마냥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담론에 대한 토론과 고민보다는 총선비례대표제 선거에만 집착하고 있고 정파 문제를 봉합하는데 급급합니다.

    비례대표 선거 일정을 연기하고 서면 평가를 한다고 무엇이 바뀔지 의문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국민에게 다 보여준 우리가 과연 이번 총선에서 ‘혁신’이라는 소극적 메시지만으로 어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노회찬 의원님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면 기업의 비정규직화에 가속도가 붙고 고교 서열화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및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토건 국가로의 복귀로 인해 환경파괴가 예측되지만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진보의 방향타를 잡지 못한 채 통일=노동이라는 이분법적 노선 투쟁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녹색의 가치를 전면화하기 위한 초록당 운동이나 교육의 근본적 재구성을 위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본부가 건설되었지만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진보연대’와 같은 구 전선체 패러다임에 갇혀 있으며 정규직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의 조합조직에 의존하는 관계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결단해야 할 때

    이른바 지도부는 그대로이고 말로만 혁신을 외친 지난 3년간의 실패의 과정을 노회찬 의원님은 꾸준히 지켜보셨을 겁니다. 의원님은 대선 후보가 되어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려 하셨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답답한 과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성현 대표를 위시한 현 지도부가 현재의 무능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적당한 물타기로서 넘어가려하는 이 상황에서 저는 의원님께 과연 우리의 ‘진보’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진보’라는 것은 결코 멈추어져서는 안됩니다. ‘진보’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형태로 변화하고 재창조 되어야 합니다. 95년 민주노총 건설, 96년 총파업 투쟁의 힘으로 건설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쇠락과 함께 생명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는 새로운 틀이 필요한 때입니다.

    존경하는 노회찬 의원님 민주노동당을 건설하시고 원내 진출을 해내고 지금까지 당을 이끌어 오신 분으로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애착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실 거라 믿습니다만 이제 ‘진보’를 위해서 새로운 결단을 하셔야 할 때입니다.

    노회찬 의원님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먼저 읽고 그 누구보다도 먼저 실천으로 옮겨 진보정당을 건설하신 분이었습니다. 이제 생명력이 다한 민주노동당이라는 낡은 껍질을 벗고 비정규직 해방을 중심으로 교육 개혁과 생태친화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적녹동맹의 새로운 정당을

    신 적-녹 동맹에 걸맞는 정당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낼 분은 오직 진보정당 운동사에서 길이 남을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오신 노회찬 의원님뿐입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더럽혀진 옷을 버리고 새로운 진보신당의 옷을 입고 국민들에게 나선다면 노원지역의 시민들은 노회찬을 큰 소리로 연호할 것이고 우리가 숙원하던 수도권 지역구 돌파도 꿈이 아닌 현실로서 다가 올 것입니다.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에 다시 한번 위기가 닥쳤습니다. 94-95년의 위기를 딛고 국민승리21을 건설하던 그 시기를 회상해보면 이정도의 위기는 큰 위기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때와 분명히 달라진 것은 피부로 채감되는 국민들의 시선입니다.

    문국현과 같은 초짜 정치인이 6%를 득표하고 원내 제3당이 3%로 처지는 21세기의 정치는 온라인을 통한 대중 소통의 힘으로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인지도가 낮다고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가 아니라 시대 정신을 읽어내면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은 도태됩니다. 10년의 와신상담 끝에 변화를 이루어낸 한나라당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노회찬 의원님이 계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정치지도자는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대선 후보는 미래를 예측하고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노회찬 의원님의 과감한 결단 부탁드립니다. 민주노동당의 당원들과 대한민국 진보운동을 위기에서 구해주시기 바랍니오. 감사합니다.

    노회찬 의원님의 영원한 지지자 과천시 당원 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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