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할아버지들의 소원을 풀어주세요
        2007년 12월 21일 04: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00만원. 누구에겐 하루 밤 술값이기도 하고 또 누구에겐 옷 한 벌 값 정도에 해당하기도 하는 액수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할아버지들에게 100만원은 한 평도 안 되는 쪽방을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남은 생의 희망일 수도 있고, 절망일 수도 있는 돈이다. 

       
      ▲ 김원호 할아버지.
     

    최근 동자동 쪽방촌 할아버지들에게 대한주택공사에서 공문이 왔다. 화장실 하나가 달린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수급금액과 사회단체에서 보내오는 지원금 월 30만원으로 생활한다. 여기서 다달이 나가는 쪽방 월세 14만~19만원은 너무나 큰 부담이다.

    주공의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개인용 화장실도 생기고 월세 부담도 월 4만원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햇볕이 드는 작은 방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던 할아버지들에게 임대주택 입주는 희망이다. 하지만 이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00만원의 임대보증금이 필요하다.

    “100만원이 어디 있어. 자식도 없고 주변에 손 벌리기도 어렵고… 안 되면 여기서 그냥 살아야지.”

    한 할아버지는 주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행운이 모든 분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5월 동자동 쪽방촌 할아버지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되었다. 지난 5월에 경제민주화운동본부(본부장 이선근)는 한 할아버지가 끼니를 굶어 가며 빚을 갚고 있다는 사연을 듣고 채무조정 방법을 돕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10월에는 권영길 후보의 민생탐방으로 동자동 쪽방을 들렀다.

    그런데 12월에 다시 들른 쪽방촌 할아버지들의 삶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 끼니를 굶어가며 월 84,000원씩 빚을 갚던 김원호 할아버지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 선고 결정문과 함께 조만간 면책(빚 탕감)결정이 날 것이라는 소식을 받았다.

    이제 할아버지는 빚 갚느라 끼니를 굶지 않아도 되고 1,600만원의 빚에서도 벗어난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상담과 도움 때문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20년 전 노동일을 하다 6층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척추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채 빚을 갚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척추를 다친 뒤에 생활비와 병원비 때문에 빚이 생겼다. 지금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허리가 아파서 무료급식을 주는 복지관에도 가질 못한다.

    또 천정에 큼지막한 구멍이 나있는 할아버지의 쪽방은,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활동을 보도한 언론의 기사를 보고 달려온 집주인이 고쳐주었다고 했다.

       
      ▲ 구멍이 크게 뚫린 천정.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주인이 고쳐주었다.
     

    이처럼 작은 기쁨에 즐거워하던 할아버지들에게 주공의 화장실 딸린 임대주택 소식은 마땅히 기쁜 일이겠지만, 임대보증금 마련이 어려워 절망이 되고 있다.

    김승의 할아버지는 10년 전 발병한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하다. 게다가 귀도 어둡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 월30여만 원을 받아 월세 15만 원을 내면 17만 원이 남는다.

    17만 원에서 병원비를 제하면 그나마 세끼 식사를 해먹을 형편이 안된다. 점심은 한남동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해결한다. 복지관의 무료 점심은 토요일까지만 제공되기 때문에 일요일 점심은 굶는다.

    할아버지는 “죽는 날만 기다린다”며 “굶어 죽지 않고 이대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 “햇빛을 보는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도 했다. 작은 방안에는 옷가지, 먹다 남은 과일 조각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나머지 할아버지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들이 100만원 걱정에서 벗어 날수 있는 길은 있다. 국민주택기금이 운영하는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들이 대한주택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국민주택기금에서 100만원을 빌려 보증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주택공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임대차 기간이 끝날 때 보증금을 국민주택기금에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반환확약서를 써주면 된다.

    그런데 국민주택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은행들의 까다로운 조건이 장애물이다. 은행들은 대출시 할아버지에게 연대보증이나 소득증명, 신용점수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할아버지들은 이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공기업인 주공의 반환확약서가 있다면 손해 볼 일이 없지만 은행측은 요지부동이다. 제도가 있는데도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할아버지들의 입주일은 2008년 1월29일, 이때까지 민생지킴이는 할아버지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할아버지들의 보증금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가는 동시에 영세민 전세자금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연말연시에 누군가는 호텔 신년회에서, 누군가는 스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할아버지들이 행복한 노후와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 * *

    ※<레디앙> 독자들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아래 할아버지들의 통장으로 ‘따뜻한 촌지’를 보내 주시면 됩니다. 민생지킴이단은 할아버지들에게 100만원이 찰 경우에는 다음 입금자부터 돌려줄 예정입니다.

    할아버지 성명
    김승의
    김정만
    권귀용
    김원호
    입주일
    1월 10일
    1월 21일
    1월 10일
    1월 19일

    ※계좌 : 1002-535-871251(우리은행) 권귀용
    ※민생지킴이단(02-2139-7852~4)은 "계좌를 권귀용 할아버지 명의로 개설한 이유는 생계형 비과세통장으로 만들어 총 모금액인 400만원 이상이 입금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통장은 민생지킴이가 보관하고 도장은 할아버지들께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