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시대, 사회 갈등 첨예화될 것"
        2007년 12월 21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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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수(민주노동당 전략기획본부장)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사회 : 이광호 편집국장
    일시 : 12월 20일 오후 2시~4시
    장소 : 레디앙 사무실

       
      ▲왼쪽부터 조희연, 김기수, 이광호, 홍형식.(사진=레디앙)
     

    이광호 : 50%에 가까운 표를 얻은 이명박의 압승으로 17대 대선이 끝났다. 이회창이 15%나 가져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이명박과 이회창이 얻은 표가 65%고,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가 얻은 표가 30%다. 권영길이 얻은 표는 불과 3%이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홍형식 : 한길리서치에서 매달 국민의식조사를 하는데, ‘진보’라 응답하는 사람이 27~35%, ‘보수’라 답하는 사람이 마찬가지로 27~35%이다. ‘중도’는 25% 내외이고. 이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 탄핵 때 한나라당 지지율이 10%로 떨어지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50%가 될 때에도 진보와 보수 성향의 분포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 ‘보수’ 양쪽 다 30% 정도였다. 국민 정체성을 보자면 "국민이 보수화됐다"는 핑계는 옳지 않다.

    조희연 : 보수가 3, 중도가 4, 진보가 3 정도 되는 것으로 본다. 그 중 중도인 4의 대부분이 이명박을 지지하고, 진보 일부도 이명박을 지지한 형국이다. 국민 의식 보수화라는 규정에는 반대한다.

    많은 국민들이 대안을 찾고 있었지만,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대안 후보를 못찾은 것 같다. 노무현에 대한 거대한 실망과 좌절, 이반을 이명박이 경제담론을 통해 전취한 것이다. 대중 불만을 이명박식의 경제담론으로 포섭한 것이다.

    ‘국민 보수화’는 사실 아닌 핑계

    : 조사 결과를 보면 정동영을 지지한 사람들은 진보 성향이 아니다. 정동영 지지자 중에는 보수 성향 유권자가 더 많다. 진보 유권자들은 여러 후보에게로 분산됐다.

    : 스스로 진보로 생각하는 유권자마저도 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을 안 찍는데 대한 성찰적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이 미쳤다, 노망이다" 같은 분석은 옳지 않다.

    : BBK 동영상이 발표된 날 여론조사를 해보니 정동영 지지가 올라가지 않고 이명박이 떨어지지도 않더라. 부동층 일부가 문국현한테 간 정도였다. 이것은 그 유권자들이 정동영이나 권영길이 아니라, 문국현을 대안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기수 : 보수가 37% 정도, 진보나 개혁이 33% 정도,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30% 정도 되는 것으로 본다.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인데, 먹고 살게 해주지 않으니 중간 30%가 모두 이명박에게 간 것이다.

    이른바 게혁세력에게는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고, 지지해야 할 동인도 주지 못했다.

    : 이명박 압승과 여권 참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 왜 이명박이 승리했는가보다 왜 노무현 정부가 대중 지지를 상실했는지를 묻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에 대한 투표보다 노무현에 대한 투표 성격이 강하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때는 탈김대중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여권에는 탈노무현 프레임이 없었다. 한나라당에게 친노-반노 프레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탈노무현 프레임은 결국 새 인물일텐데, 정동영이 집권여당 후보가 되는 순간 여권은 패착에 빠진 꼴이다. 그래서 문국현이 들어올 공간이 생겨난 것이고.

    : 통합신당은 근본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했고, 선거를 위해 이합집산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국민들, 여권 가치에 동의하지만 행태 믿지 못해

    : 범여권 세력 성향 유권자를 모아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 조사를 자주 한다. 가치 지향에서는 여권에 동의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여권의 행태가 책임감 없다든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여권의 정책에는 동의하나 정책 실행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명박은 생각도 다르고 무식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은 한다고 생각하더라.

    : 담론 투쟁에 실패한 것이다. 이명박의 경제 재도약 담론, 조중동의 실정 담론, 대중 불만이 합쳐져 신자유주의 담론으로 귀결됐다. 친기업 담론이 국민 담론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비해 혁신 담론이나 개혁 담론은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 국민 80~90%가 이명박이 BBK에 관련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지지했다. 신자유주의 담론이 성공한 것은 상실감 때문이다. 개인적 상실감과 국가적 상실감, 경제 발전 지체에 대한 민족적 상실감이 있더라.

    우리 국민들은 공동체적 시각이 강한데, 노동이나 생태 문제를 이야기하는 진보세력은 작은 집단 이익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좌파가 국가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다.

    : ‘개인 상실’이라는 부분을 부연 설명해달라.

    : 40대 유권자를 주목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이고, 59년생부터는 지방대 정원이 늘어나 고등교육도 받았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자신들의 경제적 여건도 나빠지고 사회적 평가도 하락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앞서 말한 여권 성향 유권자 FGI를 해보면 끔직하고 비참하다. 노가다라도 나가고 싶어하지만 그런 일자리도 없다. 그래서 여자가 술집에 나간다. 이런 것을 바라보는 가장으로서의 남성의 상실감이 이명박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 대선 이후 정당구조에 대분열이 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는 것 같다. 우파가 이명박과 이회창으로 확대 분열하고, 자유주의 정파도 정동영과 문국현으로, 좌파 역시 분당이나 새 당 창당이 얘기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2008년 정계 개편의 가능성과 연관시켜 이야기해달라.

    각 정치 세력 분화, 다당제 가능성 커

    : 지금까지는 양당제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다당제적 양상이 나타났다. 우파 정당의 분화 구도가 일정 기간 가지 않을까 본다.

    이명박 정부는 신보수당 정권이다. 2008년은 신보수주의의 개막이다. 과거의 반공주의나 개발독재와 같은 것으로 규정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적 보수다. 이회창은 냉전형 구보수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양자 사이에 분화가 있을 것이다.

    중도 자유주의 세력들은 당은 달리 하면서 연합공천할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은 정통 개혁세력을 포괄할 수 없고, 문국현이 자립 기반을 가지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연합공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보수 진영은 분화할 것이다. 이회창이 영남과 충청에 지역 기반이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보수정당이 정착할 수도 있다. 이명박이 유연한 보수로 정국을 주도하고 이회창 세력이 안착하면, 자유주의 세력의 자리는 없어지거나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보수 대 보수로 정국이 운영될 수도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 연합공천 같은 어중간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표를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총선까지 기간이 너무 짧아 통합이 어려울 수도 있다.

    : 구보수와 신보수로 나뉠 근거가 있는가 의문이다. 선거에서는 다른 이야기했지만, 같은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으니 합쳐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주의 세력이 이명박과 다른 가치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민주-독재 구도는 해소됐는데, 경제 문제에서 차별화하지 못한 것이 여권 실패 원인이다. 이에 비해 좌파는 별도의 경제 프레임은 가지고 있으나 사회화 능력에 문제가 있다.

    : 문국현이 상징하는 것이 뭘까? 중도리버럴 정파가 가지지 못한 것을 문국현은 가지고 있다. 유한의 성공 사례, 반부패 참신성, 인간적 자본주의, 포스트 포디즘 같은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기성정치인과 비슷하다는 이미지를 줬지만, 다른 덕목들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정치는 도덕적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도덕적 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 계급성에 따른 지지 뿐 아니라, 그 이상을 것을 가져야 하는데, 도덕적 이니셔티브가 바로 그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 민주노동당의 낮은 득표 원인은 어디에 있나?

    : 작은 세력인 민주노동당은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 대선에서 선제 공격은 후보를 조기 선출하는 것인데, 그 시점을 놓쳤다. 신인인 문국현에게 뒤졌다는 걸 뼈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몇 %이냐보다 몇 표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 번보다 20만 표 넘게 적은 것은 치명적 참패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전국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들은 거의 압살당하는 수준이다.

    국민들은 ‘진보개혁’을 통째로 본다. 노무현 싫어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을 초록동색으로 보며 싫어한다. 민주노동당만의 뚜렷한 걸 못 보여줬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노동이나 복지 문제는 잘 하는데, 국가 문제에 대한 큰 정치는 안 한다. 이런 특징이 유권자들의 집단주의적 성향에 반했을 수 있다.

    노 정권 아래에서 국방예산이 엄청나게 늘었다. 미군을 평택으로 옮기는 데 45조 원이 든다고 하는데, 국방예산 줄이고 복지예산 늘이자는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을 필요가 있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전략에 맞지 않는 후보

    : 후보 요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후보는 이번에 집권할 것인지, 미래에 투자할 것인지를 선택케 하는 요소다. 권영길 후보의 특성상 이번에 집권해야 하는 후보인데, 민주노동당은 그런 실력이 없다.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가 안 통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는 선거 포기로 받아들여졌다. 후보와 전략이 안 맞았다.

    : 경선이라는 민주노동당 내부의 민주적 합리성을 존중하는 것과 대선에서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권 후보로는 국민의 변화, 혁신 욕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3수에, 고령에, 노쇠한 후보로 받아들여졌다.

    자기 이슈를 못 만들었다. 부유세 같은 자기 의제를 못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부각시킨 의제가 없다. 예전에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거시 프레임을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 중단기 실행계획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에게는 좋은 정책이 많지만, 그것으로 이슈파이팅을 하지는 못했다.

    : 민주노동당 정책은 언론이나 사회단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제대로 알려내지는 못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특정한 이미지 형성까지는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 이미지를 실행능력으로 발전시켰어야 하는데, 거기에 실패했다.

    : 국민들은, 현재 SOC(사회간접자본) 예산까지 동결돼 있는데, 복지비를 무슨 예산으로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문을 풀어주어야 한다.

    : 왜 허경영이 사회당 금민보다 많이 얻었을까? 사회당의 가치는 민주노동당보다 훨씬 급진적이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을 뛰어넘지 못했다. 허경영은 분명히 희화화되고 정치 허무증에 기댄 후보이지만, 어떤 구호들은 사회당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구제척이기도 하다.

    정파적 욕심으로 민주노동당 망쳤다

    : 두 분 분석에 항변할 만한 건 없다. 민주노동당은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대중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것이 제일 큰 패인이다.

    이것은 상향식 선출과는 무관한 문제다. 권영길 후보로는 이번 선거에서 안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권 후보를 지지했다. 정파 구도 때문이다. 정파적 이유로 권 후보를 내세우며 대중을 배반한 것이다.

    다음이 선거 구도 문제다. 민주노동당이 선거 구도에 개입할 수 없었을까? 아니다. 문국현 지지자들은 30~40대 수도권 고학력 화이트칼라인데, 지난 선거까지는 민주노동당 지지 집단이었다.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후보였다면 문국현이 출마할 수 있었을까?

       
      ▲김기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지난 총선까지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자들이 가치 지향적 대중으로부터 나왔다. 이번에는 이해당사자 집단에게로 그 지지를 넓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많이 언급했지만, 비정규직들은 정책의 완성도가 아니라 정치세력의 이력서를 본다. 민주노동당의 이력서는 비정규직들에게 진정성 있는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정파 문제는 당원 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에게도 널리 알려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의 당 활동 전반에 대한 냉혹한 평가다.

    : 권 후보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도 후보로 밀었다는 말의 근거가 있나?

    : 상세한 것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이야기를 직접 주고 받았다. 권 후보를 지지한 정파 리더 중 한 명이 "경선 결과는 자주파의 정치적 실패"라고 자인하더라.

    민주노동당 일부 정파는 배가 가라앉는 것은 신경 안 쓰고 자기 욕심만 챙겼다. 조직으로서는 이미 위험한 지경을 지났다.

    : 이왕 권 후보가 나갔으면 그 후보에 맞게 평택 미군기지 같은 문제 한 두 개만 쥐고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 민주노동당 내부의 서로 다른 두 정파의 공존이 더 이상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과 당내 혁신을 통한 재기를 주장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2004년 총선 직전부터는 양 정파의 공존 체제인데, 결과적으로 공존 체제는 완전 실패했다. 수술로 가능할까? 리모델링인가 새 집을 지어야 하는가? 양대 정파가 공동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 것은 분명한데, 공존 체제를 혁신하면서도 유지할 수 있는 안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향배가 정해질 것이다.

    민주노동당 양대 정파, 공존할 수 있나

    : 분열의 자산이냐 혁신의 자산이냐? 양 정파가 함께 가질 수 있는 자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대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상유지론과 분당론이라는 양극단을 추스리면서 통합적 혁신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당내 다수파가 자기 후보를 내세웠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그 반대파에게 공간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의 경제담론이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계급지형이 아직도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실패의 절반은 이런 거시적 조건에 의해 규정된 것이다. 그런 점을 서로 공유하면서 NL적 PD와 PD적 NL의 경쟁구도로 바꾸어야 한다.

    대선 실패를 양 정파의 공동 기반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코리아연방공화국 같은 NL 의제가 국민 의제로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NL 의제는 중도리버럴인 정동영의 의제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국민에 의해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정파 문제로만 치환해서 분석하거나 극복할 수 없다.

    : 보수 대 보수로 흐를 가능성이 큰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분열할 경우 존립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 외국을 보면 진보정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새 이론이 아니라 새 리더에 의해 구원된다. 새 인물을 발굴하여 성장시켜줘야 한다. 당직 공직 분리를 없애고 노회찬과 심상정에게 비례의원 자리를 줘, 성장시키며 민주노동당을 구하게 해야 한다.

    : 이명박 시대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어떻게 전개될지 이야기해달라. 이명박을 지지한 다수가 이명박의 배신에 의해 이탈하리라는 예측도 있고, 이명박이 실용적으로 접근할 경우 서민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 신보수당 정권 시대의 개막이고, 포스트 87체제의 등장이다. 이명박 정권은 구보수도 아니고 네오콘도 아닌 신보수다. 이명박 정권은 불안정한 약체 정부가 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이명박의 친기업 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날 테고, 박정희의 쿠데타처럼 BBK라는 태생적 흠결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에 대중 불만이 높아지면 언제든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갈등을 억제해왔는데, 이명박의 정책 기조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첨예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집권기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진보세력은 긴 호흡과 낮은 포복으로 응전해야 한다. 친기업적 성장노선의 모순이 대중 삶에서 나타날 때까지 힘을 모아가야 한다.

    이명박과의 허니문은 국민이 깬다

    : BBK 문제는 잘못 다루면 탄핵 사태 때 같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명박 집권 초기에 1년 정도 허니문 기간을 줘야 한다. 국민들은 박정희 시대도 살아보고, 김대중 노무현 시대도 살아본 후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이명박 시대가 어쩌리라 단정하고 선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이명박과의 허니문은 국민 스스로 깰 것이다.

    이명박이 주장한 ‘세금폭탄론, 감세론’이나 ‘고교평준화 해소’는 한나라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명목성장률이 좀 올라가더라도 사교육비 지출이 많아져 생계가 마이너스로 되면 언제든지 뇌관이 폭발할 수 있다. 예전 본고사 시절에는 서울 몇 개 고등학교가 서울대 진학을 독점했다. 평준화 세대인 30~40대가 그런 걸 묵인할 리 없다.

    기회와 공간은 분명히 온다. 그 때 진보세력을 차근차근 부각시키면 된다. 하지만 이명박이 위기를 맞더라도 국민들은 또다른 기회를 다른 보수에게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 이명박의 실용적 보수가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훨씬 많은 민생고가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앞에 닥친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이명박의 헤게모니가 얼마만큼 지속되느냐는 이명박이 아니라, 새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세력에게 달려 있다.

    : 오랜 시간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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