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도 삼성이 임명하나"
    2007년 12월 15일 0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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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련 특별검사 추천 과정에서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삼성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면서, 사제단과 민변이 추천한 특정 후보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울변호사회 하창우 회장은 회칙까지 어겨가면서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서울변호사회 회원이자 김용철 변호사의 법정 대리인인 이덕우 변호사의 면담 요청도 거절하며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커다란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 비리를 폭로하는 김용철 변호사(오른쪽)와 김 변호사의 대리인인 이덕우 변호사(사진=뉴시스)
 

이덕우 변호사는 15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변협이 민변과 천주교사제단의 추천을 받은 박재승 변호사를 특검 후보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협에 특검 추천권을 주도록 한나라당의 주장이 관철된 것 △노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며 검찰 수사를 중단토록 한 것 △변협이 박재승 변호사를 특검에서 배제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 등이 모두 삼성이 바라는 시나리오대로라고 주장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지금 실패하면 한 세대가 가기 전에는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훌륭한 분을 추천하여 특별검사로 일하게 하면 우리 역사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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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특검법에 따라 대한변협에 특검 후보 추천권이 있다. 후보자 인선은 어떻게 되고 있나?

= 예전에는 각 지방 변호사회가 의견을 모아 대한변협에 내면 대한변협이 특검 후보자를 최종 추천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전체 변호사의 2/3이 이상이 속해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추천한 사람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추천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 하창우 회장이 면담을 피해 잠적해 있는 상황이다. 다음 월요일(17일) 오전 7시 30분에 대한변협이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자를 선정한다고 하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누구를 추천할 것인지, 추천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 것도 알려진 게 없는 상황이다.

– 잠적했다니, 무슨 말인가? 상황을 설명해달라.

= 목요일(13일)에 면담을 신청해 놓았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어, 다음날에 사무실을 찾아가니 불을 꺼놓고 잠적한 상태였다. 사무실 직원들도 하창우 회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하고, 전화도 두절된 상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칙은 특검 추천과 같은 경우에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하 회장은 그 회칙도 어겼고, 스스로 한 회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도 무시했다. 법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회 회장이 내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 여론조사는 뭔가?

=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재승 변호사가 삼성 특별검사 1순위로 꼽혔다. 판사 출신인 박재승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고, 노회찬 의원이 대한변협 회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특검 1순위로 꼽힌 사람이다. 천주교사제단과 민변에서도 추천할만큼 객관성과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 하창우 회장은 박재승 변호사를 배제하기 위해 회칙을 어기고 여론조사 결과까지 무시하며 잠적하고 있는 것이다.

– 대한변협이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박재승 변호사를 배제하려 한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나?

= 취재 기자들이 하 회장에게서 직접 듣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 박 변호사를 배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대한변협 자체가 극히 보수적으로 변질된 것이 한 이유다. 박 변호사가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2005년까지는 나름대로 개혁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반민변 반개혁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변협 산하에 인권위원회가 있는데, 그 위원들은 길면 20년 가까이 일해오신 분들이다. 그런데 회장단이 바뀐 이후 아무런 통고도 없이 30여 명 전원이 해임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사제단과 민변은 국회의장 산하에 추천위원회를 두어 국회의장이 추천토록 하자는 안을 냈지만, 대한변협에 추천권을 주자는 한나라당 안대로 됐다. 한나라당이 그런 입장을 극력 주장했던 것도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대한변협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게 관례 아니었나?

= 그렇지 않다.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 삼성의 힘이 진짜 무서운 것 같다. 이번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특검법을 만든 것 아닌가?

= 특검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갑자기 특검 수용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그 때 삼성과 뭔가 교감이 있었다고 본다.

그 때 검찰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삼성 압수수색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갑자기 특검 수용을 선언하면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삼성이 두 차례, 세 차례 수사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연히 계속 수사하는 것은 항명이라거나, 수사 축소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은 검찰 수사는 일단 멈추고, 한 달 후인 특검은 수용하여 대처할 시간을 번다는 묘안을 찾아낸 것이다.

– 어떤 대책일까?

= 노대통령과 삼성은 세 개의 방어벽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추천권이고, 두 번째가 대한변협의 추천권이고, 세 번째가 대통령의 임명권이다. 이 과정을 통해 최선의 경우에는 삼성이 시키는대로 하는 특검을 임명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도 박재승 변호사는 뺄 수 있다.

박재승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이니, 서울에서도 추천받지 못해 곤란하다는 식으로 배제하려는 시나리오다.

– 결국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욕 다 먹겠다는 건가?

= 그렇다. 그렇게 하면 노 대통령도 삼성도 욕먹을 게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대신 욕먹어 주겠다는 것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 지금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도 있다. 나라 전체가 썩은 걸 한꺼번에 깨끗이 치울 수 있는 기회 아닌가. 훌륭한 분을 추천하여 특별검사로 일하게 하면 우리 역사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실패하면 한 세대가 가기 전에는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 이재용이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탈법을 할 때나 지금 같은 기회가 올 것이다.

변협이 죽기 살기로 박재승 변호사를 배제하려는 것은 어리석고 부끄러운 짓이다. 변호사로서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다. 정히 곤란하면 박 변호사를 세 명 후보 중에 넣어 대통령이 결정케 하면 되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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