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보면 민주노동당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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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14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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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불한당 같은 넘들이 또 어딨느냔 말이냐, 으응? 700억이나 들인 ‘디워’를 보는데도 극장 입장료가 8천 원인데, 1억3천만 원짜리 ‘원스’도 입장료가 8천 원 이라니 이런 사회주의적 발상이 어딨냔 말이다. 제 정신 박힌 그 누가 같은 돈 주고 싸구려 영화를 보러 가겠는가?

    헉! 근데 남한 내 암약하는 고정간첩이 5만이라는 주장이 사실은 사실인가 보다. 말도 안되는 ‘사회주의적’ 발상에 벌써 20만이 동참을 했다. 그 중엔 나도 있다.

       
      ▲민주노동당을 생각하게 만든 영화 ‘원스’의 한 장면.
     

    민주노동당 처지와 너무 비슷한 영화

    20만 명. 멀티플렉스가 전국 방방곡곡에 생기고, 와이드 오픈이 일반적인 개봉 방법이 된 지금. 절대 많은 숫자는 아니다. 개봉할 때부터 상영관을 300개 이상씩 가지고 시작하는 영화들이 2주만에 우습게 만들어 내는 숫자가 100만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허나, 원스의 작은 성공에 대해 연구해 볼 이유는 20만 명이라는 숫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건 원스가 놓여있던 처지, 원스의 목표, 원스가 이뤄낸 성취가 대선을 채 1주일도 안 남긴 민주노동당이 놓여 있는 처지, 지향과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10개의 개봉관. 경쟁영화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광고, 언론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시작하여, 수백억 들인 영화도 2주만에 간판을 내려야 하는 격심한 경쟁 속에서 벌써 3주째 자기 목소리를 내서 만들어 낸 수백만은 아니지만 20만 명의 지지자들.

    10개의 의석. 경쟁 정당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언론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수백억 국고 지원을 받는 여당 후보도 10% 초반의 지지율을 왔다갔다 하는 이상한 구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민주노동당의 처지와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은가?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는 지금도 원스가 왜 20만 명이나 모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뭐랄까,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그렇게 재밌다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하길래 봤더니 완전 지루해서 보는 내내 잠과의 사투를 벌였을때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영화가 좋았던 이유보다 별로인 이유를 찾는 게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까지, 요즘의 민주노동당과 비슷하다.

    1) 때깔부터가 글러먹었다.

    누런 먼지가 자글자글 끓는 듯한 화면. 게다가 카메라를 뭘 썼는지 답답한 느낌까지 준다. 계속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폐쇄공포증 비스므리한 게 밀려 오기까지 한다. 물론 두 주인공들의 처지가 상당히 갑갑한지라 감독이 일부러 이런 화면구성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남주인공의 직업은 진공청소기 수리공, 여주인공은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러시아 이민자(여주인공이 사는 아파트 통틀어 TV가 한 대 밖에 없다). 왕가위의 ‘화양연화’, 이명세의 ‘형사’ ‘M’ 등 눈이 즐거운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정말 참아 주기가 힘들었다.

    2) 스토리가 진짜 밋밋하다.

    영화 가지고 글을 쓰려면 줄거리 정도는 소개해줘야 하는데 이 영화, 정말 소개할 스토리가 없다. 길 위의 가수가 있는데, 왠 여자가 접근해서 함께 음악을 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이게 다다. 둘 사이에 러브라인이 있을까? 없을까?(스포일러성이라 이건 말 못하겠다)

    어찌 이리 빈약한 얘깃거리를 갖고 90분을 끌어갈 수 있단 말인가? 드라마 ‘인어 아가씨’가 연장방송을 단행했을 때 만큼이나 경이롭기만 하다. 어휴 정말 단점조차 찾기가 힘든 최악의 밋밋한 영화다. 정말 ㅜㅜ

    육체파 여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주인공 이름을 들어본 것도 아니고. TV에서 광고도 안하고.

    화면도 자글자글하고, 스토리까지 밋밋한 이 영화. 정말 독하게 먹고 욕을 퍼부어 주려 해도 욕할 거리조차 없는 이 영화가 도대체 뭐때매!!!! 인기가 있을까 머리를 짜내고 짜내고, 인터넷을 찾고 찾다가 얻은 결론은.

    음악. 진짜 아무리 찾아봐도 봐줄만 한 게 음악밖에는 없는 게 이 영화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노래를 MP3로 듣지, 왜 극장까지 기어가서 듣나?’란 생각이 들지만, 현실이 그렇다.

       
     ▲영화 좋단 얘기 거의 없다(http://movie.naver.com/movie/bi/mi/point.nhn?code=65998&page=2 )
     

    댓글 말고도 이 영화의 성공 이유가 음악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바로 경이적인 OST 판매량이다. 관객수가 20만 명이 안되는데 OST는 벌써 2만8천여 장이 팔렸다고 한다.

    영화를 10명이 봤다면 그 중 1명 이상이 CD를 샀다는 얘기인데, 요즘 같이 음반 안 사고 MP3로 모든 걸 해결하는 세태에서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2만5천여 장 판매로 OST 판매량 2위를 기록한 드림걸스는 7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휴, 민주노동당이 관객 20만. 20%지지율에 만족하고 말 정당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도 언젠가는 수백억을 들여 관객 동원 1위에 도전하는 블록버스터 한 번 찍어봐야 할 것 아닌가? 당의 목표가 집권인 이상 3개월 버티고 20만 명 동원한 것을 자랑으로 아는 영화 원스가 민주노동당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된다.

    원스와 허경영 후보

    하지만. 현실은 현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내걸고 모든 정치세력이 다양한 의견으로 각축을 벌여야 할 대선전이 ‘이명박이냐 아니냐’의 저질 논점으로 선이 그어져 버린 이 판국. 그 판국에 기름까지 유출되어 버려 가뜩이나 작은 당의 목소리가 어디로 갔는지 들리지조차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목표가 돼서는 절대 안 될 영화 원스가 누리고 있는 지위조차도 우리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도리어 IQ 430의 천재 지도자 기호 8번 허경영 후보가 이 위치에 더 가깝다.

    허 후보. 10년동안 ‘불효자는 사형’ ‘판문점에 UN본부 유치’ ‘박근혜와 결혼’ 같은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낸 끝에 0.2%의 지지율로, 한국 정당사상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 이인제 후보를 불과 0.2%포인트 차로 위협하고 있잖은가?

    (대기록을 압두고 있는 이인제 후보를 민주노동당에서 어서 영입해야 한다. 민주노동당만 입당하면 드디어 대기록 달성이다!)

    주류 언론이야 그를 주목하든 말든 이미 그의 인기는 입소문을 타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치인 중 방문자 1위인 그의 미니홈피 www.cyworld.com/unhky 허 후보에 대한 칭송이 넘치는 디씨인사이드 인터넷 게시판 http://gall.dcinside.com/list.php?id=news)

    목표 상실의 대선. 초대박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원스의 길도 우리 길이 아니다. 이번 대선판에서 바라는 것은 딱 한가지. 허 후보가 기탁금 반환 요건을 넘는 득표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대선에서도 또 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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