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후보 "이번 대선이 가장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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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14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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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지역에서 유세중인 권영길 후보.
     

    D-5.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13일 영남의 노동자 밀집 지역 및 재래 시장을 찾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재앙론을 설파하고 전략적 지지층의 결속을 호소하며 막판 표심 단속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지지층 20~30%만 권후보 지지

    조직득표 및 계급투표 강화 방침에 따라 민생대혁명을 전면에 내걸고 민주노동당에게 던지는 한 표가 ‘민생사수의 최후 보루’임을 역설하며 당의 역할론 확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선대위가 분석한 주간 여론 동향에 따르면, 당 지지층 중 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30% 대로 자당 지지층에서 60% 내외의 지지를 받는 타 후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당 지지층의 유입이 거의 없는 가운데, 적극적 투표층의 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전체 지지율보다 낮아 조직표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권 후보는 이날 대구 칠성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포항 죽도시장, 경주역 앞, 울산 민주노총 지역 본부, 부산 서면시장 등의 재래 시장 유세를 이어가며  ‘5대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 서민 지갑에 211만 원을 채워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권 후보는 유세에 앞선 포항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적 경제 프레임을 제시하고, 금기깨기라는 이름의 정책도 발표하며 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조직적으로도 열심히 뛰었지만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그 어떤 이슈도 이명박 후보의 추문을 넘지 못했다"면서 "앞선 두 번의 대선보다 이번 대선이 더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동당=서민 생존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그러면서 권 후보는 "인정하기 쉽지 않지만, 이번 대선은 예견된 결과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시작을 이제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12월19일 권영길에게 보내는 한 표는 2008년 격랑의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가질 수 있는 종자돈이 돼 3배, 4배의 열매로 되돌아오게 만들어 희망과 미래에 표를 찍는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이 무너지면  서민 생존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권 후보는 "이명박에게 보내는 표는 도박표이며, 정동영에게 보내는 표는 쪽박표이고, 권영길에게 보내는 표는 대박이 날 표"라며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사람, 서민의 삶을 생각하고 움직인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보면 답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구 새벽시장에서부터 부산 서면시장까지 온종일 정신없이 이어진 유세 현장은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기억하는 중소 상인들과 유세단의 힘있는 응원으로 인해 대체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딴지를 걸면 역적으로 몰린다는 포항. 포항 시민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 등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거둬 서민 지갑에 211만 원을 채워주겠다고 유세하는 권 후보를 경계심과 호기심이 뒤엉킨 복잡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권 후보의 유세를 들으며 지나가는 포항 시민들은 대선의 ‘대’ 자가 나오기가 무섭게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분주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와중에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 보호법을 기억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은 영업 도중 뛰어나와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면서 "민주노동당이 중소 자영업자 같은 서민들을 잘 살게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환영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포항 죽도 시장 좌판에서 20년째 커피를 팔고 있는 김연자(90) 할머니는 "쟤(권영길 후보)가 왜 저리 홀쭉해져버렸냐? 많이 늙어버렸네"라며 "바닥에서 막노동하는 사람들은 쟤를 많이 지지한다. 쟤가 (대통령이) 돼야 그 사람들이 잘 살고 그래야  나라가 좀 편할낀데, 포항에서는 그런 사람들(노동자)이 별로 없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분위기 메이커 유세단 환영받아

    권영길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유독 어색한 표정의 남성들이 많다. 청중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복 경찰과 경호원, 중앙 선관위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권 후보의 유세와 주변을 지켜보며 재기 발랄한 유세단의 에너지와 뒤엉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권 후보의 유세를 두 번째 지켜보고 있다는 경주의 한 사복 경찰은 민주노동당의 유세단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다른 당 유세를 여러 번 봤으나, 민주노동당은 다른 당에 비해 화려하거나 돈을 많이 들이지는 않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해서인지 유세를 하는 사람이 활력이 넘치고 재미가 있어 지켜보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보게 된다"고 치켜세웠다.

    또 권 후보의 유세와 관련해 "다른 후보들처럼 자기를 과시하며 번지르하게 말하기보다는 옳은 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 경주의 민심과 관련해 "서울시장을 하면서 각인된 이명박 후보의 경제인으로서의 강렬한 이미지를 뛰어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를 찾아간 권영길 후보.
     

    경주에 이어 권 후보는 울산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방문해 울산 97개 노조 대표자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신임 지도부에게 격려인사를 전하며 계급 투표를 호소했다.

    권 후보는 “새 집행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명박 시대와 같이 열리게 될 것 같아 무거운 심정”이라며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정동영에게도, 문국현에게도 기댈 곳이 없다. 남은 기간 도박하지 말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울산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했다.  울산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선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울산 동구의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이 후보의 대세론이 기정 사실화 됐다는 것.

    8010 운동, 지역과 조직마다 제각각 차이

    울산시 중앙선관위원은 "여기 사람들 모두 물밑에서 한나라당에 줄 서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것을 단속하는 게 요즘 우리 일"이라며 "울산은 이미 게임이 끝났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대선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권 후보의 계급 득표 전망과 관련, "울산의 배고픈 노동자들은 권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또 다른 계층인 배부른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단결을 얼마나 추동해 낼지 미지수"라며 "진보 1번지는 잘 모르는 외지 사람들이 그냥 만들어 낸 말이고, 한나라당의 조직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내 말이 틀린지 맞는지 결과가 나온면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 후보가 현대 자동차 앞에서 퇴근 인사를 하며 선전전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모두 제 갈길을 가느라 바뻤다.

    현대자동차 조합원 배 아무개(45)씨는 8010운동과 관련해 "알고는 있는데, 분위기가 뜰 만큼 열심히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서서히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정도로 지역이나 조직마다 제각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배씨는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워낙 이번 대선에 대해 얘기를 안 해 깊은 속은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무관심하고 그러다 보니 조용하다"면서 "아직 일주일이 남아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는 더 지켜봐야겠다. 그러나 민심이 천심인데,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후보는 남은 선거 기간에도 서울 등 수도권을 돌며 노동자와 진보적인 젊은 층들이 밀집한 곳을 방문해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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