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우울한 공약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2007년 12월 14일 12: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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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의 필수 구성 요소 중에 하나는 공약이다. 사람들이 정책에 관심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책과 공약은 어찌되었든 선거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색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약들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 본다. 장밋빛 공약 말고 회색빛의 우울한 공약은 없을까? 그런 공약이 있다. 그것은 세금을 더 걷겠다는 증세 공약이다. 그렇다면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금민(사회당) 세 후보 중에 누가 가장 우울한 공약을 갖고 있을까?

    문국현 후보는 우울한 공약이 가장 빈약한 후보다. 그는 다주택 소유자의 임대소득 과세 강화, 토지 및 건물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성은 좀 떨어진다.

    과표를 현실화해서 자연히 올리겠다는 원론적인 얘기 정도이다. 오히려 증세 이전에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을 경감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다. 교육비 소득공제 확대, 연구인력개발 준비금 손금 산입 등도 기본적으로 감세정책이다.

       
      지난 14일 울산 현대중공업 앞에서 유세 중인 문국현 후보 (사진. 문국현 후보 홈페이지)
     

    특히 근로소득세 경감은 잘못된 정책 대안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걷히는 근로소득세수는 약 10조원 정도 되는데, 이 10조원의 약 40% 이상을 연봉 4,000만원이 넘는 상위 4%의 고소득계층이 부담하고 있다.

    이것은 근로소득 계층 내부의 불평등 상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근소세의 경우 극소수 상위계층이 세금도 절대액수를 부담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전체 임노동자의 50%는 아예 근소세 자체를 안내고 있는 상황이다 (나 같은 인간은 살면서 거의 평생을 직접세라고는 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문국현 후보의 근소세 감면 공약은 일단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공약이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에 이어서 부유세를 재탕해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회복지세라는 목적세 신설을 통한 증세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이외에 현재 대주주에 한해서 시행 중인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관한 과세를 일반 투자자로까지 확대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도 공약하고 있다. 공약의 구체성을 갖추려 노력한 흔적도 많이 남아있다. 세목별로 각종 세수추계도 제시하고 있다.

    부유세로 코리아연방공화국?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부유세 공약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간다. 첫째는 언젠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 “중산층의 동의를 얻지 못 할 것이다” 라면서 부유세를 철회했던 사건이다. 그 후폭풍으로 윤종훈 회계사는 사퇴했다. 혹시 민주노동당에게 부유세는 선거 때만 써먹는 일종의 구호가 아닐까?

    두 번째는 민주노동당의 공약 구조상 이렇게 ‘증세’를 해서 결국 그 재원으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만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회복지세를 독립조세가 아니라 특정 세금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부가세 형태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징세 측면에서 매우 손쉬운 방식이긴 하나, 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중요한 단점이 있다.

    차라리 법인세율 자체를 올리거나 이자소득 같은 자산소득의 실질적 부담을 높이는 것이 조세 취지를 알리는 점에서 유리하다. 왜 좀 더 명쾌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복잡한 부가세 방식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이와 달리 사회당 금민 후보는 아예 평균적인 세율 전체를 상향 조정하는 기조를 갖고 있다. 또 이러한 증세가 ‘보편적 복지’를 위한 것임을 세 후보 중 누구보다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조세제도의 개편 방향이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에 있음도 뚜렷이 명시하고 있다.

       
      유세 중인 금민 후보 (사진. 금민 후보 홈페이지)
     

    이를 위해 금 후보는 직접세 중심의 조세체계, 누진율 강화를 위한 과표 구간 조정, GDP 대비 국민부담률 단계적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우울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증세의 방법론도 세 후보 공약 중 가장 간결하고 구체적이다. 종합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및 최고세율 인상, 비과세 감면 혜택 전면 철폐,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위한 과표 구간 재설정 등을 제시하며 과표 구간 설정에 대한 새로운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즉 하위 구간과 상위 구간을 더 벌리는 식으로 과표 구간을 전면 재설정해, 총체적인 증세를 추구하는 기조를 띠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에서 부유세 공약을 제시하자 당시 사회당 홍보물 중에 “세금 더 걷는다고 자본주의 바뀌나?” 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랬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개인적인 느낌을 종합하면, 금민 후보의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고 사민주의적이다.

    금민 공약이 가장 구체적, 사민주의적

    이러한  세 후보의 조세, 재정 공약은 공통의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총체적인 조세 체계에 관한 개혁 방향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일본의 것을 거의 베껴 온 것이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세제의 기본 취지와 구조는 전 납세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의 소득세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구상이 필요하다.

    또한, 소득재분배를 위해서 소득의 투명한 노출이 전제로 되어야 하는데 이런 고도의 투명성을 추구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한 정당이 없다. 소득에 대한 고도의 투명성이 전제되고 이 개인 정보의 사회적 공유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재벌 회장에게 몇 억 원짜리 교통 범칙금 딱지를 떼어 주는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목 교환에 관한 전략이 없다. 세목 교환은 결국 누구의 세부담을 늘여서 누구의 세부담을 줄여줄 것인가, 라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계급적 의미를 띠는 문제이며 중요한 세제개혁 전략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세목간 상호 연결 전략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단지 증세 혹은 감세에 관한 이야기만 있다. 특히 문국현 후보의 경우 예를 들어 근소세 경감하고 법인세는 증세하겠다든가 아니면 그 반대의 공약을 제시한다든가 했다면 몰라도 둘 다 낮춰 버리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너무 장밋빛 공약에 집착하는 듯한 인식을 준다.

    유일하게 금민후보가 동일한 법인세목 내부에서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을 낮추고 대기업은 높인다는 일종의 교환 전략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차피 국가 권력이란 모든 자원을 하나로 집중시켰다가 이를 다시 분배하기 위한 ‘자원배분’에 관한 권력이다.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증세 공약은 전체 공약 구조에서 최상층을 차지하는 근본적 정책이다. 여기서 얼마나 재원을 끌어오느냐에 따라 다른 공약들에 대해 얼마나 분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즉 분배의 총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장밋빛 공약보다는 우울한 공약을 모든 공약의 왕쯤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정책이나 공약에 관심이 적은 이유는 모두가 다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는 이제 가장 우울한 공약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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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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