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백 알바 안 되려면 뭉쳐야”
        2007년 12월 12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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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 원 세대』가 단체나 언론이 뽑은 ‘좋은 책’이나 ‘올해의 말’ 등으로 선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레디앙>과 저자들을 가장 기쁘게 한 것은 지난 1일 있었던 ‘홍세화 우석훈 강연’에 고등학생들이 직접 참가한 것이었다.

    당일, 강연자들에게 당황스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던 인천 삼산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88만 원 세대』를 읽고 독서토론을 했다. 학생들이 쓴 독후감 중에서 88만 원 세대의 생활과 생각을 생생히 담고 있는 글 세 편을 골라 <레디앙>에 싣는다.

    글에도, 생각에도 어린 점이 적지 않겠지만, <레디앙> 독자들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여 주길 바란다. 교정 교열은 최소화했다. <편집자 주>

    대학 가면 충분히 놀 수 있어, 지금 당장은 공부하는 게 중요한 거야! 내 주위를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악마의 외침이다. 생각해보면 난 한시도 그 말들에 대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적도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항상 동경해오고 찬양해왔던 유럽 사회의 어린 독립이었다. 유럽 청소년들은 16세에 사랑을 배우고, 18세에부터 벌써 독립을 희망한다.

    이에 비하면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독립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입시지옥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치열한 경쟁에서 겨우겨우 빠져나온 대학생 때조차 독립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무엇이 이러한 사회구조를 형성해놓은 것인지? 윗세대를 탓해야 하는 건지 정말 답답하고 현실도피가 절실해졌다.

    이 책을 읽고 있던 도중에 더 이상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살기 좋은 나라를 뒤져보고 부모님에게도 이민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었다.

    이민 가고 싶지만…

    그러나 이민이란 것이 말이 쉽지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생계를 꾸릴만한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마지막 결론이었다. 이민에 대한 환상을 접으면서 썩을 대로 썩은 이 대한민국에서 월평균 88만원을 받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걱정이 쌓여갔다.

    틴트, 니베아, 챕스틱, 내 주위의 10대 아이들이 하나 정도는 꼭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들이다. 전 세계에서 색조화장을 가장 빨리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라고 한다.

    TV광고, 영화, 잡지 등에서는 쉴 새 없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려 하는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그 구매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내 주위에서도 물건이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친구 돈을 뺏거나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물건을 훔치게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의 횡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들이 청소년을 상대로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훔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돈 없는 청소년이 택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아르바이트이다. 그런데 청소년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알바 시장환경은 최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다.

    내 친한 친구였던 아이도 가게 일을 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업주가 불법적으로 임금을 떼먹었다고 한다. 단지 MP3를 사기위해 부모님 몰래 한 아르바이트라서 그 아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했다.

    시간당 2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에도 불구하고 점심까지 굶어가며 방학 내내 아르 바이트를 한 그 아이가 참 불쌍했다.

    정규직에 채용되지 못한 95%의 대다수 사람들, 그 대다수는 비정규직에 머무르게 된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젊은 20대가 많이 있다.

    알바비 떼먹힌 친구, 아웃백에서 일하는 언니

    전문대 중에서 그래도 높은 순위인 부천 전문대에 다녔던 아는 언니가 있었는데, 지방대를 갈 바에는 취직이 잘 된다는 전문대로 간다고 했던 언니는 400만 원씩이나 되는 학비를 네 번씩이나 꼬박꼬박 내고 학교를 졸업했는데도 언니가 가야 할 곳은 아웃백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 비정규직밖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업은 정말이지 악독했다고 하는데 시간당 2,780원이라는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그나마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26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절대 그 돈으로는 자립을 꿈꿀 수도 없는 언니는 우리시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참상이었다.

       
      ▲ 작년 12월, 청소년 아르바이트 권리 알기 캠페인(사진=뉴시스)
     
     
     

    우리사회의 또 다른 한 단면으로는 큰 학력제한이 없는 그나마 약간의 문이 열려있는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는데, 우리엄마의 친구 아들도 소위 말하는 사법고시 준비생 즉 ‘고시생’ 이라고 한다.

    지방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 위해 집이 대전인데도 불구하고 서울로 올라가 좁고 답답한 고시원에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계속 고시패스를 다짐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트럭운전을 하시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인 환경에서 수입도 변변치 않은데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뒷바라지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까운 인적자원을 이런 식으로 고시원에서 오랜 시간동안 썩히는 나라는 아마 세상에 대한민국밖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하나 낳아 사회로 내보내는 데 평균 2억 5천에서 3억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 중에서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학등록금과 사교육비이다.

    대학을 나와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는 학력과잉상태에서 대학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므로 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비싼 등록금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33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로 내 주위를 둘러보면 단 하나의 사교육도 받지 않는 아이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두 과외니 학원이니 한 두 개 정도는 사교육을 받고 있다.

    사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왜 돈을 주면서까지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하냐고 물어보면 모두 하나같이 대답한다. ‘공교육의 대한 불신’이라고 말이다. 실제로도 공교육만 받고 명문대에 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왜 모두들 강남으로 이사 가려고 하겠는가? 다 아이의 사교육을 위해서이다. 또한 이 사교육비도 천차만별이 아닐 수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어떤 과외는 한 번 할 때마나 30만 원이라고 하고, 또 어떤 학원은 한 달에 150만 원이나 한다고 하니, 이건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에게까지 미침으로써 가난은 가난을 낳고 부는 부를 낳는 셈이다.

    사교육비를 무상교육에

    더 이상 이 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날로 불어가는 사교육 시장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는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줄이고 그 줄인 규모를 공교육에 투자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실제로 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교육비 해소 방안을 두고 공방을 벌인 적이 있는데, 사교육비의 3분의 1만이라도 무상교육에 쏟아 붓는다면 어느 정도 사교육을 감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하여 사교육비를 끌어 쓴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사교육을 줄인다면 어느 정도 교육의 형평성이 형성되어,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오랫동안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다양성이란 것을 인정해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한 분야에 매달려 아이들을 점수로 서열 매기기에만 바쁘지, 직업에 대한 여러 가지 길을 터주지 않는다.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운 좋게도 미술이든 음악이든 간에 자신이 가장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즐겁게 학습하고 행복하게 직장을 얻는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모두 같은 것으로 획일화시키는 공교육의 현장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그럼으로 인해 대다수가 고학력을 갖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실업자만이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지원해주고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사회 경제적 측면으로는 부를 누릴 수 있고 개인적 측면으로는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다고 한다.

    개성 존중, 적성화로 취업장벽 낮추자

    우리는 획일화로 인한 이러한 악순환의 꼬리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되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취업의 문이 이처럼 좁은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그 문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문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다른 분야로 돌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취업의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88만원 세대? 흥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겠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나의 생각이었다. 영어단어 한 개 더 외우고 수학공식 하나 더 알면 비정규직이나 88만원 세대하고는 무관한 소위 엘리트 대기업이나 정부 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의 문은 아주 좁으며 모든 사람이 그 작은 문에 들어가려고 정말 피나는 혈투를 벌인다. 그러므로 그 문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 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동시에 우리는 죽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니까. 그러니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이러한 이상한 체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일까? 우리는 386세대처럼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다. 우리는 개미지옥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늦게 잡아먹히려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 경쟁하기보다 힘을 모아서 개미귀신 즉 사회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개미귀신을 쓰러뜨리려면 첫째로 개미지옥에 빠진 모든 존재가 상황을 제대로 지각하고 있어야 하고, 둘째로 모두의 힘이 모여야만 한다.

    우리가 한시라도 빨리 뭉치는 날이 비정규직의 아픔과 계속되는 고난 속에서의 탈출구를 열어 줄 것임이 분명함으로 우리는 어서 뭉쳐야 한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대하여 한시 빨리 저항해야 한다. "폭풍이 지난 후에 고요가 온다! 비가 온 후에는 반드시 땅이 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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