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투쟁, 신자유주의 저항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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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12일 12: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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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통령 후보가 IMF 경제위기 극복의 표본으로 선거운동 첫날 방문했던 세계적인 기업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출입문 양쪽은 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고, 양쪽 나무와 공장 안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12월 11일은 GM대우차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겠다며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한 지 꼭 100일째 되던 날이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수도권 간부들을 모아 저녁 5시부터 지회설립 100일 투쟁문화제를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열었고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금속노조 박근태 부위원장은 “대공장 노동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고,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은 우리에게 계급대표성을 갖고 있느냐고 조롱하고 있다”며 “내 사업장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는 전체 7,300여명 노동자 중 약 30%에 달하는 2,3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불과 4개월만에 업체가 세 번이나 바뀌고 작업장을 공장 외부로 이전하려고 했던 DYT, 관리자에 의한 폭력과 외주화를 추진했던 스피드파워월드, 정리해고와 부당징계를 강행했던 진합OSS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처참했다.

    GM대우차는 생산성 15% 향상운동을 빌미로 대대적인 하청업체 외주화를 추진했고, 극도의 고용불안을 느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자발적인 투쟁으로 맞서다 결국 9월 2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금속노조 가입과 함께 찾아온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과 폭력, 그리고 노조 지도부 전원해고였다.

    9월 3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정규직 활동가 20여명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현수막을 들고 비정규직지회 설립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자 원청과 하청업체 관리자들 100여명이 집단적인 폭행을 가했다. 폭력은 2주에 걸쳐 계속됐고, 많은 노동자들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도부 6명을 징계해고했고, 지회 간부들의 얼굴을 마치 수배자 전단과 같은 조직도로 만들어 공장 각 출입문에 게시하기까지 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가장 많았던 스피드파워월드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계약해지했고, 에이앤티텍과 신규계약을 맺으면서 조합원들은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욱산은 조합원 3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했다. 금속노조는 11차례에 걸쳐 교섭공문을 발송했지만 원․하청업체 모두 지금까지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황호인 부지부장은 금속노조 가입 이후부터 100일간 GM대우 원하청 자본으로부터 당해왔던 폭력과 탄압, 해고의 나날들을 낱낱이 고발했다. 그는 “새해에도 GM자본은 외주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투쟁은 신자유주의 저항의 최전선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비정규직투쟁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최전선이며 야만적인 자본에 대한 인간선언”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돌파하지 않고서는 금속노조의 미래도, 한국노동운동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김현미 서울지부장은 “비정규직투쟁은 정규직의 밥그릇을 나누는 투쟁이 아님에도 비정규투쟁에 정규직이 뜨겁게 가슴으로 연대하지 못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 속에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고 따뜻한 겨울이 나도록 15만 금속노조가 연대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7년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시그네틱스와 5년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하이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끈질기게 싸우자고 말했다.

       
     
     

    저녁 7시 투쟁문화제를 마친 노동자들은 서문 공장 앞으로 달려가 GM대우차 자본을 상징하는 모형물에 화형식을 벌였다. 이어 ‘외주화 중단’과 ‘해고자 전원 복직’, ‘노조활동 보장‘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망이 씌여진 종이비행기를 접어 공장 안으로 날려보냈다.

    경비실 옥상에서 회사 관리자들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자, 일부 노동자들은 계란과 흙을 던지며 항의하기도 했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은 “연내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밥을 굶으라면 굶고, 철탑에 오르라면 오르고, 피를 토하라면 토하겠다”며 “금속노조의 명예를 걸고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2시간의 짧은 문화제는 끝이 났고, 회사는 경비노동자들을 동원해 공장 앞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기업 GM 부평공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했고,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금빛 장식은 여전히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화려한 불빛 아래 43일째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굿간인 농성천막이 쓸쓸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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