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핵발전 문제에 관심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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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09일 1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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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의 큰 축 가운데 하나였던 반핵운동

20년 남짓 진행되어 온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가장 많은 전사(!)를 배출한 분야는 어디일까? 최근 『88만원 세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우석훈은 블로그에서 ‘반핵운동’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답한다. 다양한 생각의 편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환경운동을 유심히 지켜 본 이라면 ‘반핵운동’을 거론하는 데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영광 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 핵발전소 노동자 피폭 문제 등으로 시작하여, 90년 안면도, 94년 굴업도, 그리고 가장 최근의 부안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사안들 이외에도 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핵폐기장 관련 대규모 투쟁만 해도 아홉 차례, 20여 개 지역에 이른다. 그러니 거기에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나 각종 크고 작은 사고까지 모으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는가?

이러한 반핵운동의 성과가 단지 몇몇 환경활동가들을 ‘전사’라는 명망가로 키운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핵문제는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핵발전의 문제점을 알리는 초창기 환경운동의 주요 주제였다. 또한 계몽주의나 소비자 활동으로 국한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지역주민, 민중들과 직접 호흡하는 투쟁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반핵운동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반핵운동의 상태는 어떠한가? 20여 년의 성과를 안고 환경운동 내에서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가? 배출된 많은 ‘반핵전사’들은 여전히 반핵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환경운동은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현장 활동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경주 지역주민들의 89.5% 찬성으로 막을 내린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이후 환경운동 내부에서조차 ‘이제 반핵운동은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상경 투쟁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협약 대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점차 핵발전소 문제를 중심으로 한(형식적으로는 에너지 문제 전체로의 확장의 모양을 구성하고 있지만)  반핵운동보다는 다른 분야로의 관심 이동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반핵운동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3D 업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쉽지 않은 분야이다. 공학기술, 인문사회학, 지역정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어렵고(Difficult), 각종 지원금 및 지역내 정치적 관계로 인해 더러우며(Dirty), 핵발전이 갖고 있는 원래적 특성 위험성(Dangerous)이 함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어 온 활동의 ‘전문성’과 ‘지속성’ 문제가 겹치면서 어렵고 힘든 반핵운동에 대한 접근보다는 새롭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다른 운동으로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관심과 현실 안주가 키우고 있는 핵발전 중독

그러나 정작 반핵운동을 가로 막고 있는 더 큰 걸림돌은 핵발전을 바라보고 있는 무관심과 냉대이다. 고유가 문제, 지구온난화로 경제는 물론 지구가 통째로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현실에서 에너지 문제는 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먼 외국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비싼 기름값에도 휘발유 소비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최근 기사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석유 중독은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지적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전력의 40%나 차지하고 있는 핵발전 중독 문제이다.

핵발전 중독은 자신이 중독에 걸렸다는 사실도 잊게 만들며, 우리를 갉아먹고 있다. 석유 중독에 걸린 이들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며, 기후변화 등 각종 문제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핵발전 중독에 걸린 이들은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항상 부족한 국내 에너지 현황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외국과는 다른 기술적, 지리적 차이가 함께 붙어다니는 이러한 핵발전 중독 발언들은 대부분 각종 TV CF나 언론 매체, 그리고 정부의 논리를 통해 한 번쯤 들었던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핵발전 중독에 걸린 이들의 눈에는 핵발전소 신규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는 그냥 님비(NIMBY)로 보일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선 2.2%에 불과한 부재자신고율이 2005년 핵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탈법적 방식으로 40%에 육박했고 주민투표에서 향응 시비가 있었다는 사실보다는 89.5%의 경주지역 찬성율과 ’20년 숙원사업의 해결‘이라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더욱 공감이 갈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감을 보이는 이들조차 우리 사회에선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고, 해당지역 주민을 제외하곤 많은 이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는 점에서 핵발전 중독이 석유중독과 달리 별다른 증상 없이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 여전히 진행 중인 그들만의 리그

우리나라 전력 공급 가운데 40%를 차지하고 있으면, 앞서 이야기한 각종 절차나 핵발전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가 그냥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핵발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포장되는 기후변화대책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단지 핵발전소, 핵폐기장 인근 주민들과 소수의 반핵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의 특수한 주제에 불과한 것인가?

그동안 깊게 고민해보지 못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제 점차 답을 해야 한다. 단지 지역주민들이 수백일 동안 촛불을 들고 거대한 시위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이기에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의 관심과 동의가 아니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며칠 전 수명 연장이 결정된 고리 핵발전소 1호기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가 핵발전소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하며,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2007년 6월 애초 설계한 설계수명 30년이 다 되었다. 70년대 엄혹한 사회적 분위기로,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진행하지 않고 건설된 고리 1호기는 졸속적 법제도와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급하게 개정한 원자력법에서는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 기한의 특혜를 두었고,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전력 공급을 결정하는 계획에서는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전력공급계획을 수립하였기 때문에 이미 짜놓은 수명연장 계획 강행이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아온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실제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 방사성 환경영향 평가보고서, 주요기기 안전성 평가보고서 등 안전성을 다루는 모든 보고서는 안전성 심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공청회는 진행되지도 않은 채 1주일 전에 일방 통보되어 결국 무산된 설명회와 홈페이지에선 ‘최고의 전문가들이 안전성 심사를 하니 믿을 수 있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안전성을 결정하는 최종 회의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 6일, 사전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을 통해 고리 1호기의 안전성 평가를 위탁 수행한 결과 ‘안전하다’며, ‘수명연장에는 문제없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안전성을 검토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형식적 결정만을 한다는 사실을 주무부서인 과학기술부가 스스로 인정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었지만, 이를 깊게 분석하거나 문제점을 짚는 언론이나 운동단체는 여전히 많지 않다. 오히려 정확한 근거보다는 ‘원자력 르네상스’니 ‘핵융합로 건설’과 같은 장밋빛 환상만을 이야기하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신도 핵발전에 관심이 없습니까?

정치, 경제의 주요 정책 이슈조차 대선의 쟁점이 되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서 에너지 정책이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핵발전 지속 여부를 결정한 서구 유럽의 국가들, 탈핵발전 문제가 총통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대만, 매년 에너지 이슈를 중심으로 격론을 벌이는 미국, 취임과 동시에 첫 업무로 기후변화협약 비준을 수행한 신임 호주 총리 등의 예는 반핵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다.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차관을 제공하는 법까지 제공하면서 핵발전을 지원하거나 전세계 플루토늄 이용계획을 재편하고 있는 부시행정부가 버티고 있고, 플루토늄에 대한 욕심으로 고속증식로를 재가동하는 일본이 있으며, 부족한 에너지난 타개를 위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핵산업계가 원하는 1970년대 핵산업계의 영광의 재연과 르네상스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점차 축소되어 가는 핵산업계를 일시적으로 연장시키는 일에 불과할 뿐 탈핵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인류가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핵 흐름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핵발전소, 핵폐기장, 핵무기 반대운동을 통칭하는 반핵운동이 계속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탈핵의 흐름을 가속시키고, 핵발전과 핵무기로 인한 환경적, 사회문화적 피해를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문제가 남아 있으며, 언제나 다시 과거의 부귀영화를 꿈꾸고 있는 핵산업계의 계획 앞에서 반대운동을 멈출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21세기 새로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단기적 사안에 대한 반대운동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나아가는 ‘탈핵 운동’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탈핵운동’은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당신도 핵발전 문제에 관심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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