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만원에서 '288만원 세대'가 되기 위해
        2007년 12월 05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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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이제 20대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29살이지만. 지난 10년간을 생각해볼 때, 주위에서 나이가 비슷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은, 그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무관심했다.

    한때 유행했다 사라져간 ‘쿨함에 대한 칭송’, 그 쿨함의 기본 덕목 중의 하나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무관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려면 역시 무엇보다도 정치에 무관심해야한다.

    "정치인이라는 놈들 다 똑같지 뭐. 누가 되나 다 똑같아. 다 똑같아. 다 똑같이 거지같은 놈들이야"하면서도 선거 때마다 그 똑같은 놈들을 찍는 사람보다는, ‘그래 차라리 정말로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진짜 쿨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신문에서 정치면을 가장 재미있게 읽던 ‘특이한’ 대학생이었다. 정치면을 재미있게 읽으면 특이한 대학생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메이저리그를 감상하고 유럽 클럽축구를 감상하던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이 어떻고, 열린우리당이 어떻고, 민주노동당이 어떻고 하는 건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현상인가보다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이제 정치적 무관심은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학 평준화를 없애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는 순간 그 나라의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 교육에 대한 기본권을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20대는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왜 이토록 무기력한 것일까. 정규직이 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왜 프랑스 학생들처럼 들고 일어날 수 없는 것인가.

    어느새 20대는 자신들의 사회적 몫을 스스로 찾아먹을 수 없는 세대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해서 나 하나만 잘 살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숙히 박혀 있는 이 현실속에서, 경제학의 목표란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말하는 경제학 전공의 학생들 앞에서, 지방대 이공계 활성화를 하는 누리사업단 계획은 서울 명문대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명박이 도덕적으로는 약간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경제 하나는 살릴 것 같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리케이트와 짱돌로 통하는 우리의 단결을 주장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대선판에서 20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일당 몇만 원 받는 알바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20대는 아직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선배 세대가 전두환에 맞섰던 것처럼,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이 유신정권에 반대했던 것처럼,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들이 일제에 저항했던 것처럼 할 수 없는 이유가 단지 그런 절대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인터넷의 발달로 모두가 의견을 개진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어느새 아무도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익명으로 숨어들어 ‘뒷담화나 까대는’ 시대로 변질되었다.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살게 된 이 세상이 우리 20대의 잘못이 아닌 것임이 분명한데, 왜 20대는 크게 소리치지 못하는 것일까. 기성세대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모든 기성세대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을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서 모든 기성세대들은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유신세대와 386세대는 그것을 무너뜨려 자신들의 사회적 몫을 챙겨가는데 성공했다. 지금의 20대는 그것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정치에 철저히 무관심했던 20대 스스로의 책임이다. 쿨하게 살고자 정치에 무관심하고, 사회에서 우리의 몫이 커지기를 원하지 않고, 거의 희미하게 존재하는 그 조그만 몫 안에서 서로간에 싸움만 일삼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았던 스스로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이렇게 살수는 없지 않을까. 『88만원 세대』저자들의 말처럼 바리케에트를 치고 어디에라도 짱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젊음이 곧 불안함인 시대임을 생각하면, 비정규직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정치판이 아무리 더럽고 정치인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지만, 우리의 몫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 죽이되는 밥이 되든 어떻게든 버텨나가야 20대가 88만원 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88만원 세대로라도 성장할 수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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