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년 대선이 너무 재미없는 이유들
        2007년 12월 05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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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재미도 없고 신도 안 나는 대선이다.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도 없으며, 다음 정권에 대한 비전도 열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많은 유권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심지어는 좌절시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출마한 후보들의 인물을 보거나, 선호하는 정당을 택하거나, 지지하는 정책과 이념에 따라 투표를 행한다. 그리고 후보자와 정치엘리트들은 유권자가 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당 대신 들어선 언론, 검찰, 그리고 여론조사

    그런데 이번 대선은 “정당 부재, 정책 실종, 토론 부재”로 특징된다. 대선과정에서 정당이 사라졌으니 유권자들은 인물중심으로 선호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정책 경쟁이 실종되었으니 이미지와 기존의 선입견이 지배한다. 토론이 없으니 논쟁도 없고 후보간 비교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하는 선거운동이 되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언론, 검찰 그리고 여론조사이다. 제1당은 검찰 앞에서, 제2당은 방송사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은 이번 대선이 처한 참담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정의 언론들은 정당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고 있으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모든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여론조사의 마법은 온 국민들을 숫자놀음에 집중시켜 차분히 후보자와 정책을 검증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특히 군소정당의 후보와 참신한 정책들은 처음부터 공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유세장에 모인 청중들(사진=뉴시스)
     

    왜 권력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어

    이러한 상황은 지리멸렬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미흡한 정치력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개혁과 진보진영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세력 혹은 진보세력이 패배할 것 같은 정치상황 때문에 그러한 진단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책임에 기초한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정치에 기반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비판은 야당의 집권에 더 많은 기회를 주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책임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성숙한 민주주의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행되는 대선국면은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비판을 필요로 한다.

    현재 대선과정의 모든 정치세력은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선은 권력투쟁의 정점이기 때문에 그러할 수밖에 없겠지만, 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오래 전부터 정권교체에 목숨을 걸어왔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선동적 선거전략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해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 등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범여권은 선거승리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니다. 정파싸움, 노선갈등 등은 대선보다는 조그마한 떡고물을 나누어먹으려는, 보수세력들의 권력투쟁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정당기반 스스로 무너뜨린 보수정당의 경선

    더욱이 이번 대선과정은 정당정치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 기반 위에서 확고하게 세워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정치의 사회적 기반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당을 우회하는 정치적 갈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잠재적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세력도 정당정치를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민주화 20년의 정당정치를 근본적으로 허물어 버리고 있다.

    정당의 유동성이 오래된 한국정치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대선을 계기로 이러한 유동성이 더욱 강화돼 온 것이 그동안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이러한 특성을 응집적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을 자처한 정당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많다. 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이 그것이다. 그것도 군소정당이 아니라 제1당인데도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금 민주당과의 합당논의도 했다. 정당은 사라지고, 대선후보 개인만 남는다. 여당의 실망에 따른 ‘문국현 현상’도 그러하다.

    정당은 없고 개인만 있다. 개혁을 한다고 도입한 국민경선제도 정당을 허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른바 당원의 의사보다 여론조사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면, 정당의 의미는 약화된다. 다른 당보다는 낫다는 한나라당의 경선도 정당의 기반을 허물기는 마찬가지였다.

    민주노동당은 어떠한가? 선거과정을 통해서 당원을 결집시키고 지지자를 확대하는 것이 군소정당이자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표출되고 있다. 정파가 부각되고 국민들과는 괴리되어 있는 해묵은 노선갈등만이 보여주고 있다. 정당정치가 위기를 받고 있는 상황이 대선의 좌절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도 차이는 있다

    선거과정이 그러하니 정책과 노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매니페스토 운동도 주목되지 않는다. 무협지의 칼싸움만이 모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참여정부에서의 경제지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고들 한다. 그러나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이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고 그러하기 때문에 경제대통령이 이번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성장이 중요한 정치적 슬로건이 되고 있다. 문제는 성장의 결실이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적 구조와 결과에 대한 설득 노력이 없이 또 다른 개발시대의 성장논리가 지배적이 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정책부재, 노선부재인 대선과정의 결과이다.

    그래도 정당간, 후보간 정책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이를 잘 알고 있지도 못하고,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개혁과 진보세력의 ‘전략부재’가 일조하였다. 모든 국정과제가 망라된 대선 공약으로는 쟁점있는 선거를 만들 수 없다. 정당없는 인물싸움이 되어 버린 이번 대선에서는 중요한 쟁점에 대한 부각과 정책연합의 선거전략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역할은 정책경쟁의 주도성과 선명성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정책경쟁의 주도성과 선명성에 있다. 대선은 총선과는 달리 후보 중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당선가능성에 있어 민주노동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 이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실패가 예정된 대선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거전략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선거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개혁과 진보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적 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선명한 노선투쟁이 아니라 현실가능한 정책을 제시하여 국민적 심판과 지지를 거쳐 정책화는 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중요한 역할이자 의무이다.

    유권자들이 그래도 희망을 갖고 선거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는 길은 정책적 기반과 이념적 지평을 확대하는 공간으로서 대선이 의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과감한 정책연합과 이념경쟁을 통하여 주요 정책과 쟁점에 대한 부각이 필요하다.

    인물 본위의 경쟁, ‘묻지마’ 단일화 움직임, 패배주의적 비관론이 판치는 현 국면에서, 그래도 정책을 통한 선거연합을 시도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넓히고 대선 이후 정책경쟁의 밑거름을 쌓는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 한미 FTA, 파병문제, 삼성비자금 등 부정부패, 비례대표제의 확대 등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정착의 문제 등 한반도 미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지만 정치세력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정책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대선과정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합의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매개로 하여 정책적 선거연합을 확대하는 것이 쟁점도 없이 인물싸움으로만 흘러가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그래도 희망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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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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