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위있는 죽음, 존엄사법 제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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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04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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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으로 혼탁해진 대선 정국에 맞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독자성을 강화하며 차분히 근대 100년 금기깨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권영길 후보는 4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존엄사 공론화를 위한 조찬 간담회를 갖고 "18대 국회에서 인간답고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존엄사법’ (가칭)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명 치료 대신 완화 치료를

    권 후보가 제안한 존엄사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환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보장하고, 연명치료 대신 수분-영양 공급, 통증 완화 등의 ‘완화치료’를 통해 자연사의 경과를 밟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인위적인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형법 252조의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가 적용돼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형벌에 처한다.

    그 동안 존엄사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팽팽했다. 찬성하는 측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개인적인 권리인정 △고통단축 △존엄하고 자비롭게 죽을 권리보장△재정, 감정적 부담 해소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측은 △인간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사회적 차별에 따라 사회적 약자들, 빈곤층, 장애인 등의 삶을 빨리 종결 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미국, 일본, 대만, 유럽등은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나 벨기에는 적극적인 안락사 또한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임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존엄사를 선택했듯 이미 종교계에서도 안락사와 구분되는 존엄사는 보편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국 여론의 경우에도 비교적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편이다. 2007년 KBS 추적60분 조사에 따르면 87.9%가 찬성했으며, 이에 앞선 2006년 국정홍보처 조사에도 70%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돼 사실상 법이 시대의 인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존엄사 찬성 압도적 우세

    존엄사를 법제화하기 위해 권 후보는 임종과 품위 있는 죽음의 정의에 근거해 임종 진료에 대한 객관적인 지침을 만들고, 이를 위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전 (유서)승낙서 및 호스피스 제도 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권 후보의 제안에 간담회 참석자들은 동의를 표하며, 존엄사를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수는 “전문가들과 국민인식 역시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의 제도는 그 인식과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존엄사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환자의 소생가능성 여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과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도가 인식 못 따라가

    강주섭 전 백혈병환우회 대표는 “소생 가능성이 없고 본인의 존엄사 의지가 명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사회적 지출이 큰 소모적 낭비”라며 “사회적 대안인 존엄사가 실제 제도로 만들어지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존엄사는 하자고 했을 때 동의할 수 있지만 선뜻 얘기 꺼내기가 민감한 주제라서 정치권의 법 제정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책이 완전히 실종된 이번 대선에서 권 후보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 득표에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존경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존엄사 문제의 걸림돌이 우리 문화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명희 이화여대 생명의료법 연구소 교수는 “우리사회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다 가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존엄사 인정 문제가 금기가 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 문화가 개선돼 자신의 삶과 죽음을 자신이 결정하는 문화가 생기면 더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수(의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겸 전 백혈병환우회 대표, 김명희 이화여대 생명의료법 연구소 연구교수(의사), 현애자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지난 달 20일부터 ‘목사 등 종교인에 소득세 부과’, ‘동성.이성커플 동반자 등록제 도입’, ‘존엄사 보장’ 등을 제안하며 동반자법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갖는 등 우리 사회 금기깨기에 나선 권 후보는 오는 5일에도 ‘종교인 소득세 부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금기깨기 캠페인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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