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공세에 경영진, 기자들 부담느껴"
        2007년 12월 06일 03:2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대선미디어연대, 언론노조 등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일 오전 11시 여의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 앞에서 한나라당의 언론 탄압과 이 후보의 토론회 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BBK 의혹 등은 국민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사안인데 불리한 보도라고 방송사를 민영화시킨다는 등의 협박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행위"라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언론을 협박하는 후보는 만약 당선되더라도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언론을 협박하는 행위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이 같은 무모한 발상에 대해 민주노총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불리한 후보를 내놓은 것을 스스로 원망해야지, MBC를 협박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토론을 기피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MBC 흔들기=“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지난달 22일 BBK 사건과 관련 에리카 김의 인터뷰가 나가자 이명박 캠프의 한 측근이 MBC 관계자에게 위와 같이 협박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MBC의 보도에 대해 23일 13명의 국회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하고 한나라당 당원 등은 집회를 통해 ‘편파 방송’ ‘정동영 방송’ 이라고 비난하면서 MBC를 민영화시키겠다는 노골적인 협박까지 감행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22일 방송심의 규정 위반 등을 들먹이면서 “한나라당은 향후 BBK 공방을 중심으로 한 TV토론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애초 잡혀 있는 100분 토론 등의 출연을 이 같은 이유로 모두 취소했다. 이후 28일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개인 한 사람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MBC 기자와 PD에 대한 소송 협박까지 했다.

    이에 대해 MBC본부는 “한나라당이 주어진 반론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면서 정당한 취재와 보도를 편파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는 아예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협박”이라며 “검찰 발 보도까지 문제 삼은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결과를 함부로 발표하지 말라는 검찰에 대한 압력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4일 시사주간지 ‘시사IN’이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해서 나한테 이명박이 풀려나게 하면 3년에 맞춰준다고 했다”는 김경준씨의 메모를 입수해 보도하자 한나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일방적 주장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도한 시사IN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신당과 특정 언론이 합작해 정치공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불리하면 ‘편파’ 주장=한나라당의 MBC 흔들기는 매번 대선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박성제 MBC 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97년에는 MBC 보도 등이 마음에 들지 않던 한나라당이 사내에 호남 출신의 기자들이 많아서 ‘호남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못을 박았고,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의 아들인 이정연씨의 병역 의혹을 보도할 때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빼라는 ‘보도 지침’을 언론사에 내렸다는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촛불집회와 관련 사람이 적게 보이게 내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고건 특집을 해야 국민들이 안정감을 갖지 않겠는가 등 협박에 가까운 보도 간섭을 했다.

    그리고 2007년에는 BBK 사건 관련 불리한 보도가 있으면 편파 보도, 정략적인 보도라며 낙인찍고 ‘민영화 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해 오고 있다.

    ◇“권력에 흔들리지 않겠다”=MBC를 매번 이렇게 흔들다보니 ‘기계적 균형’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선거 보도를 50여일 앞둔 지난 10월말 김성수 MBC 보도국장은 PD저널과 인터뷰에서 “MBC 대선보도의 원칙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편향성과 관련한 시비를 받지 않도록 기계적 중립을 통해 철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흔들면 영향을 받는다. 한나라당은 자신에게 불리한 방송을 한다 싶으면 항의 방문하고 협박하고, 민영화론까지 들고 나온다. MBC본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낙인찍기에 회사의 경영진, 기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에서 항의 방문하면 이후 보수 시청자들이 움직여 외면하는 등 시비에 휘말려 타격받는 일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제 MBC 본부장은 “MBC는 자본과 정치적 압력에 결코 굴하지 않고, 정론 보도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모든 대선 후보의 비리와 의혹 등을 검증해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