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로스쿨→김&장 취업학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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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01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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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0일 마감된 로스쿨 신청 마감에 41개 대학이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내년 8월경에 25개 안팎의 대학이 선정될 예정이니, 2 : 1에 가까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애초 법률서비스 개혁 등의 취지를 내걸고 추진된 로스쿨은 이제 각 대학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과 교수 모시기, 로스쿨 입시학원 붐 따위로 변질되고 있다.

    ‘법’이라는 것에 관계된 모두가 죽기살기로 로스쿨에 몰리고 있는 이 때 법대 학생 429명이 헌법소원소원을 제기하며 로스쿨에 반대하고 나섰다. 10여 개 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서울지역 법과대학 학생회의 연석회의’는 로스쿨과 같은 전문대학원 체제가 돈 있는 사람들만의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연석회의’에서 일하고 있는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차진태(사진 왼쪽)와 집행간부 이주원(오른쪽)을 만나, 그들이 로스쿨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학생은 로스쿨제가 수많은 ‘로스쿨 낭인’을 만들고, 법률 교육을 시장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법률가가 되지 못하게 하는 불평등 교육제도이고, 국민의 법률 비용도 높이게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었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이 두 법대 학생들로부터 숨겨진 로스쿨 이야기를 들어보자.

    ‘로스쿨 낭인’ 양산된다

    – ‘서울지역 법과대학 학생회의 연석회의’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 지난 7월 3일 로스쿨법이 통과된 직후 서울대 법대 학생회에서 반대성명을 내고 다른 대학에도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7월 23일 첫 모임을 갖고, 현재 서울지역의 10여 개 법대 학생회가 함께 하고 있다.

    – 법대에서는 학생운동이 저조한 편으로 아는데?

    = 운동권 학생회 뿐 아니라, 로스쿨법에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비운동권 학생회도 같이 하고 있다. 예전에 국가보안법 문제에 법대 학생회가 공동대응을 한 적이 있는데, 근래 들어서는 처음 있는 법대 연대운동이고,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같이 하는 것도 처음이다.

    – 혹시 로스쿨 유치가 어려운 대학의 학생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 반대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는데?

    = 전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다. 연대 모임의 취지에 찬성하지만, 로스쿨 유치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장단의 저지로 모임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회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첫째, 법과대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둘째, 진정한 사법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실제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나?

    = 로스쿨 요건에 맞춘 교수진을 갖추기 위해 교수 빼가기가 횡행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 재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고 있다. 지방대 법대는 거의 초토화된 실정이다.

    – 헌법소원의 취지와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 현재 추진 중인 로스쿨법에는 사법개혁 요소가 전혀 없다. 아직 대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변호사 자격법안’이나 ‘법대 6년제 전환’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로스쿨법에서는 ‘고시 낭인’을 업애겠다고 하는데,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지금의 법대 진학보다 어려워지기 때문에 ‘로스쿨 낭인’이 현재의 ‘고시 낭인’보다 3~5배 많아진다는 것이 학원계의 예측이다. 학원계는 로스쿨 입시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하고 곳곳에 새 학원 건물을 짓고 있다. 결국 고시가 두 번이 되는 셈이다.

    최대 3억, 가난한 사람은 법률가가 될 수 없다

    둘째, 로스쿨 학비도 국립대에서는 학기당 700만~800만 원, 사립대에서는 1,000만~2,000만 원이 되어, 학부 학비까지 합치면 최대 3억 가까이 들게 된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법조 진출을 봉쇄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에 장학금 제도를 두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정원의 20%를 기준으로 내세우더니 점점 축소되고 있다. 처음 입학할 때는 가난한 사람이 그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계속 받지 못할 때는 로스쿨을 그만 둘 수밖에 없다.

    장학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로스쿨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은 기만이다. 대학들이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자체가 돈 벌려는 것인데, 장학금을 많이 주겠는가? 자기 대학 출신자가 상위 로펌에 많이 취업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보다는 성적 우수자를 우대할 것이 뻔하다.

    법률가가 된다는 것은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이 교육받지 못하게 하는 로스쿨은 공무담임권 침해다.

    셋째, 로스쿨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돈 많이 주는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학원처럼 변질될 것이다. 로스쿨로 인한 학문의 시장화가 우려된다. 최근 서울대 법대에 ‘김&장’ 변호사 세 분이 교수로 임용됐는데, 학장단이 그분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치 ‘김&장’이 서울대로 옮겨온 것과 마찬가지"라고 흐뭇해 하시더라.

    ‘김&장’ 취업학원 될 서울대 법대

       
     
     

    – 돈 버는 회사 논리가 학교에 그대로 들어오는 것은 좀 문제인 것 같다. 법대의 입시학원화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 현재 1,000명 정도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배출되는데, 그 중 500명 만이 법조에 남고, 나머지는 일반회사에 취직한다.

    그러다 보면 로스쿨도 일반대학처럼 취직 잘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로 피라미드 서열화될 것이다.

    ‘김&장’ 변호사들은 서울대에만 왔는데, 이것은 서울대 로스쿨 출신만 데려가겠다는 간접 의사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교육 내용에도 변화가 있겠다.

    = 로스쿨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예전처럼 인권변호사, 노동변호사가 나오겠나. 어렵다. 교육 내용도 로펌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으로 변질될 것이다. 로스쿨 같은 전문대학원들은 기본적으로 ‘산학협동시스템’이라는 신자유주의 교육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요즘 법대의 교수진도 개편되고 있다. 예전에는 독일 대륙법을 공부한 교수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미국 유학파들이 더 많아졌다. 로스쿨에 대해서도 대륙법파는 반대했고, 영미법파는 찬성했었다. 지금 법대에서는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환상이 퍼지고 있다.

    자본과의 카르텔이 사법 문제의 핵심

    – 대륙법과 영미법 문제를 학술적인 차원 말고,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 대륙법에서는 사법인 양성제도의 핵심을 공직자인 법관을 만드는 데 두고 있다. 따라서 사법 교육에 국고가 투자되고, 그 교육을 이수한 법률가는 공공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미법에서는 법률가를 고수익 영리를 추구하는 전문가, 민간서비스업자라 본다. 당연히 돈 많이 버는 것이 목표이고, 법률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 가장 올바른 사법개혁은 무엇일까?

    = 법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변호사 수가 늘어나야 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로스쿨이 법률 비용을 낮추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 사법제도의 문제점은 법률과 자본 사이 카르텔의 문제다. 법관이 옷을 벗으면 삼성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법관들과 대자본과 대형로펌의 카르텔을 깨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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