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은 잠재적 피의자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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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30일 01: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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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저격수’ 심상정 의원에게는 삼성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을까? 물론 삼성은 아무도 그냥 두지 않는다. 심상정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에 “이건희 회장님과의 만남 주선”이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이 정리해준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이건희 회장의 입출국 관계는 의미심장하다. 심 의원의 말에 의하면 이 회장이 외국에 있어 출두가 어려울 때는 만장일치로 증인 채택하고, 이 회장이 국내에 있을 때는 출국한 이후에야 증인 채택하고, 증인 채택이 부결된 후 이건희 회장이 입국하는 일이 17대 국회에서 일어났다.

    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소극적 수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잠재적 피의자 신분인 노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자제를 요청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불법적 절대권력화를 꾀하는 삼성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각의 ‘사회적 대타협론’을 비판하며, 순환 출자 금지, 공적 기금을 이용한 소유 개입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했던 내용과 심 의원이 주장했던 것 중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일치하는가?

    =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삼성 이건희 왕국의 내실(內室)인 구조조정본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으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집중 추적해온 이건희 왕국의 각종 불법 비리를 비주얼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첫째, 지난 2004년에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편법 증여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김 변호사로 인해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 물이 오염되면 그 오염원이 있게 마련이고,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경영권 세습이 삼성과 우리 사회의 오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째, 그동안 삼성차, 삼성상용차 등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었는데, 김 변호사가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줬다.

    셋째, 삼성이 임직원 차명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내 지적도 이번에 증명되었다.

    넷째, 국세청과 금감원, 재경부, 검찰 등이 삼성 왕국을 비호하는 네트워크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회장님 안 계실 때만 증인 채택

    – 전 사회적으로 삼성의 음험한 영향과 지배력이 문제되고 있는데, 국회에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는가? 삼성의 직접적 압력이나, 정부, 동료 의원들의 간접적 압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삼성에 관련하여 국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감 증인 채택 과정이다. 2004년에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만장일치로 했다. 그 때는 이미 이건희 회장이 외국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2005년에는 이건희 회장 증인 채택에 어려움을 겪다가 이건희 회장이 출국하니 그 때에서야 표결로 증인 채택을 하더라. 2006년에는 두세 명만 찬성하여 증인 채택이 부결되었다. 그러니까 이건희 회장이 입국하더라. 2007년에는 증인 채택 발의 자체가 없어 아무도 증인으로 출석시키지 못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2004년에는 초선 의원들이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많이 했는데, 해가 갈수록 삼성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졌다. 국회는 삼성 문제만 나오면 침묵하고, 삼성이 개입되면 간단한 산수가 고등수학이 된다.

    회장님께 할 말이 있으면 만남을 주선하겠다

    2005년 가을에 의원실 보좌관을 통해 삼성 쪽에서 접촉이 들어왔다. 그쪽에서는 “꼭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해야겠나. 회장님께 할 말이 있으면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하더라. “사사로이 할 말 없다. 국민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이 회장이 국민의 대표 앞에 마땅히 서야 한다”고 내쳤다.

    이건희 회장이 8,000억 원을 사회 희사할 때는 “심 의원이 비판하면 이것도 도루묵 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식으로 물어왔다. 얼마 전 삼성은행 보고서를 공개한 후 어떤 언론 관계자가 “삼성에서는 ‘심 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뭔 걱정이냐’고 하더라. 반드시 지역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 이학수 부회장 구속을 주장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특검 개시 전 검찰 수사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이학수 부회장은 구조본의 책임자로 이건희 회장 대신 불법 비리를 지휘했다. 삼성 상용차 감사로서도 책임져야 하고, 이미 증거 인멸의 전력도 있으니 구속이 당연하다. 그의 범죄 혐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으로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것이다.

    상속 증여세만 2조 원을 탈세했을테고, 매 대선마다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이건희 회장의 구속도 당연하다. ‘떡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할 수 있는 모든 성의를 다 보여야 한다.

    젊은 검사들이 이제 삼성에서 벗어나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도 검찰은 최근 제한적 수사로 돌아섰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이다. X파일 때는 “문제는 도청”이라며 삼성을 감싸더니, 이번에는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장관에게 “삼성이 두세 번씩 조사받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 대상이다. 잠재적 피의자 신분인 노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자제를 요청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심상정 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걱정 할 거 있나"

    – 김용철 변호사를 비난한 대한변협이 추천하고 노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삼성 비리를 잘 밝혀낼까? 추천하고 싶은 인사가 있나?

    = 노 대통령은 삼성 특검을 마지못해 수용했다. 검사를 변협이 추천하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특검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특검 대상이고 삼성 영향력 아래 있는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삼성 특검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국민적 감사운동’을 펼쳐야 한다. 삼성의 비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나서 증언하고, 특검을 지켜보고 독려하고 검증해야 한다.

    특별검사는 삼성을 잘 알고, 삼성을 비판하고 견제해온 세력, 사람들 가운데서 추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적 대타협론은 ‘재벌연합정부론’

    – 이찬근, 장하준 교수 등은 재벌의 지배를 인정해주는 대신 복지와 고용을 책임지게 하자는 ‘사회적 대타협론’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회적 태타협 이전에 재벌체제가 저지른 불법 비리가 밝혀지고, 거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전제다. 아직도 불법적 절대권력화를 꾀하는 삼성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

    장하준 교수 등이 제안하는 모델이 스웨덴 것인 것 같던데, 발렌베리 가문이 순이익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이 놀라워 “스웨덴 자본가들은 참 착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랬더니 스웨덴 사민당 간부가 “어느 나라 자본가든 똑같다”고 대답하더라.

    스웨덴의 대타협은 1930년대 사민당의 집권으로 자본을 포기할 것인지, 타협할 것인지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자본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는 재벌에게 사회적 타협을 강제할 주체가 없다. 강력한 진보세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대타협론은 실제로는 ‘재벌연합정부’를 낳을 뿐이다.

    – 기업집단으로서의 삼성이 정상화되고, 삼성의 범죄적 사회 지배를 청산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가장 중요한 일은 재벌의 불법 비리를 근절하는 것이다. 정부 경제 부처의 감독 기능, 사법 기능만 정상화해도 경제민주화의 절반을 이룰 수 있다. 다음으로는, 1%도 안 되는 총수 일가의 지분으로 230조의 삼성 그룹을 지배하는 비밀인 순환 출자를 금지해야 한다. 재벌이 가지고 있는 금융 계열사, 보험사, 카드사와 산업 분야도 분리시켜야 한다.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전문대기업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 기금을 이용한 소유 개입을 통해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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