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엑스포 그리고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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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28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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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새벽 6시.
    한국의 여수가 모로코를 제치고 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소식은 28일자 신문과 방송 첫 뉴스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언론들은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생산유발 효과 10조ㆍ고용창출 9만여명’ ‘100여국 795만명 관람’ 등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며 신문과 TV를 엑스포로 도배하다시피했다.

    27일 오전 9시.
    법무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집중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준비해왔던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조(이주노조) 까지만 위원장이 숙소 근처에서 잠복중인 단속반에 붙잡혀 수갑이 채인 채 끌려갔다.

    비슷한 시각, 라주 부위원장과 마숨 사무국장도 공장과 집 주변에서 강제 연행됐다. 이들은 곧바로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돼 강제출국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러나 28일 신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찾기 어려웠다.

       
      ▲ 27일 낮 12시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간부들이 이주노조 위원장의 표적단속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주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임원진 모두가 표적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금속노조 간부들이 서울 목동에 있는 출입국관리소로 달려갔다. 분노한 60여명의 노동자들은 관리소 안으로 들어가 거칠게 항의했다. 한 단속반원은 항의하는 노동자 뒤에서 카메라로 몰래 이주노조 간부들을 촬영하다 도망가기도 했다.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얻어터지고, 끌려가고, 불태워죽고, 벌어놓은 돈은 자본가에게 다 빼앗기고… 출입국관리무소는 인간사냥을 하는 곳이냐?”고 절규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남경 부본부장은 “여수가 세계박람회를 개최해 795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온다고 난리가 났는데, 바로 그 여수에서 열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불에 타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덮어졌다”며 “관광객은 사람이고 이주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냐?”고 말했다.

    "관광객은 사람이고 이주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냐?"

    10개월 전인 2월 11일 새벽 4시 전남 여수시 화장동 출입국사무소 304호 보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우즈베키스탄 엘킨 씨 등 이주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중화상을 입는 등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당일 근무였던 경비계장 등 하위직 관리자들만이 처벌을 받았을 뿐 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강제추방과 관리의 책임자들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8월부터 전국적인 집중단속을 벌여 1만여명의 이주노동자를 연행했다. 지난 25에는 경기도 화성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 달아나던 2명이 3층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단속반원은 교회에 난입하기까지 했다.

    민주노총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가 이주노조에 대한 노조탄압 및 표적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막고 이들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막고 노동조합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권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 강제추방만을 고집한다면 이에 대한 응당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무부는 고등법원까지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이주노조 간부들에 대해 표적단속과 수사로 1대 위원장인 샤말타파, 2대 위원장 아노아르를 비롯해 20여명의 조합원을 강제출국시켰다.

    엑스포 유치에 환호하는 여수와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불타죽은 여수. 그리고 오늘도 얻어터지고 수갑에 채워져 끌려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야만의 나라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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