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가 조중동보다 더 무섭다
        2007년 11월 27일 06: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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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이다. 대략 짐작들 하겠지만, 대변인이라는 직업이 몹시 바쁘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른바 ‘장이 선 첫 날’이니 얼마나 정신이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기자들과 저녁식사 약속을 앞두고 1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짧은 글 하나 쓰는 이유는 한가지 사실을 기억해두기 위해서이다.

    중앙 특검보도 침묵 욕할 자격 있나

    2007년 11월 27일 18시20분 현재 <오마이뉴스>는 <중앙일보>가 삼성특검 관련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오마이뉴스의 홈페이지 들어가면 ‘문국현 후보의 비정규직 자녀 증여세 탈세’ 의혹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언론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문국현 후보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비판적 기사들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방송들도 오늘 기사로 올릴 모양이다. 막 문국현 후보측 장유식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룸에서 방송용 멘트를 하고 갔으니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단지 연합뉴스의 간단한 기사 하나 가져다 올려 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것도 바로 밑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기사인 ‘레닌이 통탄할 민주노동당의 성장거부론’이라는 글과 함께 말이다. 기사에 대한 작성과 편집권은 고스란히 해당 언론사에 있다. 그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나는 오마이뉴스가 문국현에 대해 쓰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나는 "오마이뉴스가 중앙일보의 속보이는 삼성특검 침묵을 ‘조지려면’ 오마이뉴스의 속보이는 ‘문국현 탈세 침묵’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마이뉴스의 중앙일보 비판 기사는 심지어 조선,  동아에 대해 칭찬어조까지 섞여 있다.

    기사제목은 "삼성특검 눈과 귀 막은 중앙"이고, 작은 제목은 "비중있게 처리한 조선, 동아와 달리 면피용 기사배치" 라고 써 있다. 그리고 그 기사는 특검관련 기사의 바로 하단에 배치되어 중앙일보의 비겁한 침묵이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놓였다.

    문국현의 이중적 태도

    오늘 문국현 후보의 "비정규직 두 자녀 억대부자 만들고 세금 빠져나가기"에 대해 나는 논평을 통해 "이중적인 태도"라고 규정했다. 그가 나름 변명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절세’를 위해 남들 다 하는 일이라는 변명은 내가 그런 부자가 아니니 이해가 안되고, 자녀들에게서 다시 돌려받았다는 변명은 ‘탈세’ 부분에 대한 해명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이중적인 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두번 울리는 일이되고 말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모가 백억원대 부자인 집의 자녀들이 아니고, 그들도 그 자녀들에게 백억원대의 부자 부모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는 장애인들 앞에서는 장애인이었던 동생의 이야기를,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는 두 자녀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었다. 정치가 아무리 ‘지지’를 조직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오늘 밝혀진 문국현 후보의 이중적 모습은 몹시 씁쓸하다.

    내가 더 씁쓸한 것은 오마이뉴스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중앙을 비판하는 표현을 고스란히 오마이뉴스에게도 적용해본다면, 오늘 오마이뉴스의 침묵도 참으로 ‘의외의 보도’ 아닌가?

    여의도 바닥에 "문국현은 ‘오마이뉴스’ 작전주"라는 표현이 있었다. 오늘 ‘오마이뉴스’의 보도 태도가 이 표현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나 한 명 뿐일까?

    대답해봐, 오마이뉴스야

    전에 나는 전태일 열사 동생 전순옥 박사에 대한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보고 ‘조중동보다 오마이뉴스가 더 무섭다’고 개탄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밤중에 언론사 기사를 보고 당 게시판에 ‘개탄’이나 늘어놓는 사실이 ‘쪽팔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스스로 삭제한 적도 있다.

    나는 그때 내 ‘개탄’이 나의 실없는 한탄이었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늘 오마이뉴스의 태도는 나의 바람을 비껴가고 있다. 문국현을 비판하든, 보호하든 뭐라고 말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오마이뉴스가 조중동을 조질 수 있는 도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의 대변인이지만, 동시에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신분인 나의 지금 글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대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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