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바꾸는 비정규직 대통령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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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27일 05: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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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김은성 기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첫 유세 장소는 이랜드 상암점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길 찾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랜드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던 경찰에 항의하며 침묵으로 밤을 세워 1인시위를 벌였던 곳이다. 공식 선거 운동 첫 날, 다시 찾은 곳에서 권영길 후보는 유세 출정식을 가졌다.   

    12명의 대선 후보들은 27일 0시부터 오는 12월 18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의석수에 따라 기호 3번을 배정받은 권영길 후보는 이날 오전 이랜드 삼암점의 첫 유세를 시작으로 삼성 본관과 비정규직 철폐 투쟁 현장 등을 돌아다니며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상징이 된 이랜드 뉴코아 파업 그 후 5개월. 이랜드 상암점은 치열했던 투쟁의 흔적도 없이 12월 맞이 세일 대축제를 벌이며 평온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랜드 상암점이 평온함을 되찾아 가는 동안 이랜드 뉴코아 조합원은 하나 둘 떠나고 있었다. 민주노총 산하 연맹의 생계비 분담금 납부율은 21.8%에 그치고, 약속한 투쟁기금도 9월 한 달만 지급됐으며, 이랜드 노조 조합원 이름의 후원 계좌는 가압류당했다.

       
     
     

    장기화된 파업 투쟁은 대선 국면에 묻혀버리고 주변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는 사이 고공시위를 벌이던 박명수 조합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적잖은 조합원들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재취업 등으로 하나둘 현장을 떠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지난 여름 이랜드 상암점 투쟁 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노숙하며 울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여름의 투쟁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강조하는 권 후보는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켜 이랜드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박탈한 엉터리 가짜 대선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후보는 "지난 여름 함께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가슴에 안고 출정식에 나섰다"면서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비정규직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박성수 회장을 구속시키는 것을 첫 번째 과업으로 설정하겠다"면서 "권영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또 "120만원 정도의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을 180만원으로 만들겠다"면서 "고용안정과 급여상승을 통해 한달에 100만원의 직접 소득 증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권 후보는 삼성과 관련해서도 "국민 기업인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삼성에게 폭탄같은 이건희 회장 일가를 제거하는 폭탄 제거반장이 되고, 이건희 일가로부터 삼성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안전팀장이 될 것"이라며 "삼성 특검 추진과 함께 전 국민적 운동을 전개해 반드시 삼성의 이건희를 구속시키겠다"고 밝혔다.

       
      ▲ 신입 당원에게 당원표지를 달아주는 권영길 후보(사진=김은성 기자)
     

    이날 입당한 삼성 SDI 하이비트 비정규직 노동자 김경연(26. 오른쪽 사진)씨는 "그간 대선 투표 날에도 투표를 안하는 저였지만 이제는 부모님, 친구들에게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우리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아버지가 돼달라"고 화답했다.

    이랜드 면목분회 황은영(44)씨는 "힘들어서 떠나는 조합원들도 있지만, 삶과 인생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투쟁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 대변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또 황씨는 권 후보의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알고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해도 언론에서 일부러 배제하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다러도 이번 대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다음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2번을 달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쩍 살이 빠진 김경욱 이랜드 노조위원장은 "상암점에서 피 말리는 투쟁을 할 동안 다른 후보들은 비정규 악법의 더러운 모습을 감추는데 급급했지만 민주노동당만이 우리와 함께 했었다"면서 "비정규직 동지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권영길을 찍겠다"고 밝혔다.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스콤, 기륭전자, 이랜드-뉴코아 튜쟁을 승리로 이끌 대동령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권영길의 발과 눈과 귀가 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 (8010운동을 통해) 800만표는 현실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문성현 상임선대위원장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농민과  비정규직 철폐를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두 권영길을 찍어주면 대통령이 된다"면서 "여론 조사에서 보여주듯 국민의 80%가 지지하는 삼성 비자금 특검 추진과 관련해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은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이다. 우리부터 먼저 자신감을 갖자"고 호소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당직자 및 당원 50 여명과 이랜드 및 삼성 SDI 조합원 20여명이 함께했으며, 시종일관 계속되는 이들의 환호속에서 축제 분위기처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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