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 제작 중단-총장 잠적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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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27일 08: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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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의 ‘같기도’ 행태가 결국은 대형 사고를 낳았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당 내 갈등은 분명한 정리나 해결보다는 불분명한 봉합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선거 포스터 인쇄 과정에서 실밥이 터졌다. 터진 실밥 사이로 드러난 속내는 보기에 민망하다.

    포스터 인쇄 중단, 선대본부장 ‘잠적’

    선거 포스터는 인쇄 도중에 긴급하게 중단되고, 이미 인쇄를 완료한 포스터 5만여 부는 폐기(2천만원 상당)됐으며, 이에 항의하는 상임선대본부장인 김선동 사무총장은 권영길 후보 등의 의견에 맞서 선대본부장직 ‘사퇴’를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한 후 잠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민주노동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근에 열렸던 민주노동당의 선대위 회의(노회찬 선대위원장 주재)에서는 선거 포스터를 제작할 경우 선대위 공식 논의 단위에서 결정할 것과 후보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공식 논의 단위’와 관련 “선대위의 어떤 논의 단위인지 분명하게 적시를 하지 않았으나 최소한 매일 열리는 선대위 집행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다뤄져야하는 것으로 이해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주 중 집행회의에는 공식 포스터 시안 3가지가 제출돼 토론이 됐다.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으며, 추후 의견 수렴을 더 한 후에 최종 확정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 하지만 의견 수렴 절차와 공식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주말인 지난 25일 오전 11시 경에 포스터는 인쇄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중앙선대위 회의 장면(사진=레디앙)
     

    담당 실무 책임자도 모른 채 진행된 포스터 제작

    이날은 후보와 선대위원장, 선대본부장 등이 참여하는 선대위 핵심 논의 기구인 전략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후보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포스터가 이미 인쇄가 되기 시작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터 제작 담당 실무책임자인 미디어홍보위원장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당시 전략회의 참석자들은 뒤늦게 포스터 인쇄가 시작된 사실과, 그 내용이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주 제목 아래 ‘비정규직 없는 나라, 한미FTA 반대, 코리아연방공화국’의 세 가지 부제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인쇄 중단을 결정했다.

    이 회의에서는 후보를 비롯 다수의 참석자가 ‘코리아연방공화국’이 포스터에 들어가는 것의 부적절성과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했으며 이에 반해 김선동 선대본부장과 이용대 정책개발단장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이 포스터에 포함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본부장 "후보가 위임했으며, 절차 밟았다"

    특히 김선동 선대본부장은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대해 “후보가 이 문제를 선대위에 위임했으며, 선대위 집행회의의 논의와 중앙당 당직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했다”며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까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권영길 후보는 과정상의 문제와 관련 “후보 자신도 책임이 있다”며 김선동 선대본부장의 반발을 무마하는 한편, 내용적으로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포스터는 주 제목만 들어가고 세 가지 부제는 삭제된 채로 인쇄됐으며 김선동 상임선대본부장은 24일 전략회의 이후 26일까지 당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선동 선대본부장의 잠적으로 선관위 후보 등록과 선대본 회의를 다른 사람이 대신했으며, 26일 예정된 광주지역 방송 출연도 ‘펑크’를 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 민주노동당 편재승 사무부총장은 당 게시판을 통해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보조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것은 2차 선대위 결정 사항이며, 선대위 결정사항에 근거한 내용이 포스터에 게재되었으며, 이를 후보에게 통보하여 후보의 재가를 받았던 것까지 주간 전략회의(11월24일, 토)에서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잠적 아니라 감기 몸살

    그는 또 “당 선대위의 공식 결정사항을 이런 저런 구실을 갖다 붙여 무력화한 것은 그날의 전략회의”였으며 “또한 이런 사태로 인해 2천만 원 가량의 재정적 손실을 가져온 것도 그날의 주간 전략회의”라고 말해 전략회의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당의 한 관계자는 김선동 공동선대본부장의 ‘잠적’과 관련 “심한 감기 몸살로 누워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디앙>은 김선동 총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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