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여, 민노당을 쎄게 비판하라
    2007년 11월 23일 0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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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겨레의 모 기자였다. 대변인 생활을 하는 동안 ‘참 심성이 고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자였다. 한겨레가 좀 더 많은 것을 기획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며 나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대해, 오히려 내가 괜찮다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하곤 했다. 그 기자가 오전에 민주노동당에서 한겨레에 항의방문을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당과 후보의 기사가 제대로 실리지 않으니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항의방문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최근 실린 기사가 민주노동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글을 썼으니 더욱 그러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있을 수 있는 항의로 크게 괘념치 말라고 얘기해줬다. 

   
  ▲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그런데 그 기자는 이야기 도중에 고성이 오갔다는 말도 전했다. 참 점잖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한겨레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그렇지 않겠냐고 말해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욕이 더욱 뼈저린 법이니까. 전화상으로는 그 정도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론사 항의 방문의 효과라는 것을 크게 믿지 않는 사람이다. 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지 못하다면 당연히 언론사 항의방문을 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사실의 왜곡으로 인해 결정적인 피해를 입었거나, 또는 편향적 보도가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항의방문은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분명한 환기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사화가 될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정국의 핵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기 비판이 먼저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항의방문하고 다녀야 할 것이다.

사실 어제 내가 들었던 내용은 그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항의방문의 핵심은 기사의 기조였다. 나는 기사의 기조가 뼈아프지만 듣지 못할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사는 당내에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사실을 기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어느 집단보다도 강하게 요구해야할 민주노동당이 바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였다.

부정적인 기사는 쓰지 말라. 만약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다고 가정하면, 그리고 언론 사업을 어제 고성을 냈던 사람들이 담당하게 된다면 이 땅 모든 언론에 재갈이 물려질 것이다. 수구보수 조중동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고, 한겨레 경향도 예외가 없다. 오직 용비어천가만을 불러대지 않는 한 감히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참으로 비판에 겸허하지 못한 정당이다. 비판에 원한으로 대한다면 어느 누구가 비판하겠는가. 그러나 비판을 받지 못하는 집단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다. 비판해 줄 때가 좋을 때이다.

며칠 전 사석에서 한 기자가 한 이야기다. 만약 다른 정당들과 동동한 비중으로 민주노동당 기사를 쓰게 되면 대부분의 기사가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그래서 기사를 선별해서 쓰는 것이 오히려 민주노동당에 다행인지 모른다고. 나는 솔직히 그렇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역으로 기자들의 그런 선의가 민주노동당을 썩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정당이 아닌가. 그렇다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정말 세상을 바꿀 정당인지, 세상을 말아먹을 정당인지 그 비중에 맞게 철저하게 검증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민주노동당을 위한 길이다.

그런데 그 검증을 우리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장육부까지 드러내 놓고 우리는 이런 집단이요라고 말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땅 민중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숨길 것이 많아질수록 대중과의 벽은 두터워진다.

내가 아는 한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은 민주노동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자들이다. 오히려 그 기사를 쓰기까지 망설이고 고민했을 그들의 가상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비판하라. 거침없는 비판정신이 세상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 비판정신으로 민주노동당에게 갈 길을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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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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