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빠진 토론, 권-정-문 공약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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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20일 10: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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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열린 전국소기업-소상공인대회의 대선후보 초청 정책토론회는 썰렁했다. 4,300석 올림픽홀의 1/10쯤이나 채웠을까? 백만이라던 민중대회도, 한농연의 농민대회도, 소상공인대회도 애초 장담하던 참가자의 1/10만큼만 대선후보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딱 이만큼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이겠지만, 동네 노인네들이 국회의원 불러놓고 "우리 동네에도 공장 하나 지어주시게"라고 말하던 시절보다는 계급과 직업으로 나뉜 오늘이 민주주의의 발전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명박이 되더라도, 이회창이 되더라도 그들은 박정희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과 이회창은 불참하고, 심대평은 사라진 20일 토론회에서 정동영, 이인제, 권영길, 문국현은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대형매장의 영업 등을 제한하겠다고 한목소리로 공약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의 선거에서 정책이 변별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자민련도 공산당이 되는 게 한국 선거니까.

       
      ▲사진=뉴시스
     

    정동영, 북방으로 경제 영토 확장

    정동영의 공약 중에서는 납품단가 인하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좋은 공약이긴 한데, 당장 삼성 특검에서도 이리 빼고 저리 빼는 그 당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12월 19일 이후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명약관화하다.

    사실에 있어 소상공인들이 이처럼 힘든 것은 여당이 강력하고 일관되게 영세자영업 해소 정책을 폈기 때문인데, 정동영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정동영은 대북 경제협력의 실체를 드러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무에서 유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북한의 공단을 400배 키워서 경제 영토를 확장하겠습니다. 북방으로, 대륙으로. 거기 가서 장사하십시오." 이것이 민주노동당도 열광해 마지않는 남북경제공동체의 진실이다.

    이인제는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므로 제가 집권하면 여러분 이익이 저절로 보장됩니다"라고 사이비 교주 수준의 공약을 했다. "민주당의 신성장 정책은 나노, 첨단기술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살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놀라운 믿음은 청객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인제가 여러 차례 반복한 "살인적 고율 이자"는 바로 민주당 김대중 정부가 이자제한법을 없애 만든 것이다.

    권영길, 경제민주본부 업적 못 살려

    "선거 때면 중소기업 위한다, 소기업 위한다 수없이 말합니다. 오늘도 지겹게 들으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선거 때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소상공인과 누가 함께 했는가? 민주노동당이 아니고, 누가 소상공인의 권리증진을 위해 함께 했는가? 민주노동당밖에 없습니다."

    꼭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벌인 여러 사업은 소상공인들이 권영길을 지지할 만한 신뢰를 쌓아놓은 것에 다름 아니고, 권영길 역시 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귀중한 재산은 권영길에게는 불리한 방식, 즉 연설이 아닌 토론에 의해 잠식되었다.

    "서민 전담은행이 망하면 결국 서민 세금 부담 아니냐"는 패널 질문에 당황하였는지, 권 후보는 "소상공인들이 ‘우리 은행이다’ 생각하여 망하지 않게 할 것"이라 어이없게 대답했다. "국회와 당에 소상공인 소위원회를 만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 되면, 국회의원 많아지면 … 여러분 좋아진다"라는 식으로 동문서답했다.

       
      ▲사진=뉴시스
     

    문국현, 온정적 신자유주의자

    문국현은 역시 경제 전문가다웠다. 재벌 중심 정책, 내수 곤궁, 소기업 수요 침체로 이어지는 문 후보의 찬찬한 ‘강의’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에 몰려올 수 있는 카드수수료 1% 시대를 만들겠습니다"는 공약은 어찌하여 그리 되는지, 외국인 직접투자 증대가 국내 소자본에 유리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 뿐더러, 문국현이 ‘몇 %, 몇 백만 개’라는 기성 정치권의 문법에 완전히 중독되었음을 보여줬다.

    중소기업 인력난을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질문에 문국현은 "사람이 소기업으로 가게 하는 것은 국가적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600만 정도 제가 제공하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라고 거의 전시사회주의자 수준의 공언을 했다. ‘클린턴의 기업형 정부론’, ‘앙겔라 메르켈의 창조적 정부론’을 인용한 문국현이 신자유주의자임은 분명해 보이는데, 스스로 선인을 자처하므로 온정적 신자유주의자쯤 되겠다.

    한농연 대회에서 시골 노인네들 앉혀놓고 지식경제론을 강의했던 ‘기업정당, 전문가 정당’의 대선후보 문국현은 동네 미용실 아줌마, 슈퍼 아저씨들에게도 비슷한 주장을 역설했다. "지난 7월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함께 제네바에 가서 제네바선언을 했는데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더라 … 21세기는 끊임없는 혁신, 평생지식학습 …"

    협동조합화 계획 세워야

    농촌에 있든, 도시에 있든 자본주의 아래의 소자본은 축소되어 사멸할 운명이다. 하지만,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도시 소자본을 대하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케인즈주의 시대 소자본은 노동시장으로 급격히 흡수되었지만, 노동시장을 닫아 건 신자유주의 시대의 소자본은 안정적 노동시장으로 편입되지 못한다.

    극악한 불안정 노동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도시 소자본은 수직적 자본 분업에 편입되어 자본으로서의 알량한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멀쩡한 사업가에서, 곤궁한 영세업자로, 결국에는 몸뚱이뿐인 자본가로의 퇴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300만 명에 이른다는 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급격히 하강 해체된다면, 그 충격파는 사회 전체의 파국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다. 이렇게 보자면, 20일 토론회에서 나온 임대차 보호, 이자와 수수료 제한, 대기업 영업 제한 등은 이번 대선의 공약으로는 훌륭하지만, 한국 자본주의가 급격히 요동칠 향후 십수 년, 또는 수십 년의 대책으로는 미흡하기 그지 없다.

    급한 건 분명 보호 대책이지만, 소자본 자체의 대항능력이 준비되어야 하고, 유럽 몇 나라의 협동조합(co-op)들에서 해답의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 사회적 시스템 아래의 분점 소유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경쟁력 강화니 국가 지원이니를 공약하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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