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부리는 사람들과 주식하는 사람들
        2007년 11월 18일 03: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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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낮, 지평선이 보이는 부안 들판, 바다를 메워 면 하나를 만들었다는 계화면. 올해는 모든 농가가 흉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안은 더 심하다. 벼멸구 피해가 컸다. 농지 옆 자투리 땅에 마늘이 자란다. 자투리 땅, 땅은 무언가 심으면 생명을 키워낸다.

    콩 거두러 가는 할아버지

    트럭을 몰고 가는 아주머니와 딸, 일요일이지만 쉴 수만은 없는 하루이다. 한 할아버지께서 경운기를 몰고 저만치서 오신다. 터덜터덜터덜터덜. 잠시 멈춘다.

    “여기 배수로 좀 빨리 어떻게 해줘야 돼. 말도 못 해. 아무리 진정을 내도 안 된다니까.”

    모인 사람들을 향해 한 말씀 하신 할아버지가 저쪽 의복다리 쪽을 바라보며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오랫동안 피워왔다는 장미담배. 농촌에서 할아버지들이 장미담배를 많이 피는 건 다른 담배보다 길어 오래 필 수 있고 남겨두었다 다시 필 수 있기 때문일까.

    연기를 내뱉는다. 한숨도 함께 실어 내보낼까. 사진기자 두엇 가까이 다가가 할아버지를 찍는다. 모두들 할아버지 저 쭈그리고 앉아 담배 문 모습을 해석하려 든다. 쉽게 해석되지 않는 모습.

    “벼멸구가 많아서 농사 망쳤다. 날이 내 가물었다가 다시 내 비가 와서 벼멸구가 생겼다. 밭곡식이고 뭐시고 다 흉년이다.”

    그렇게 병충해 들고, 자라지 않은 것들은 아예 거두지 않고 그냥 두었다 새로 로타리를 친다. 트랙터로 갈아엎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담배 한 대를 천천히 다 피운 할아버지는 다시 경운기를 잡는다. 터덜터덜터덜터덜. 빈 경운기, 작은 낫 한 자루 싣고 콩 거두러 간다. 콩은 흉작 들지 않고 잘 여물었을까. 저 경운기에 가득 싣고 올 수 있을까.

    씨 뿌리는 사람

    부안 농민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 가을걷이를 한 논에 유채꽃 씨를 뿌리는 것이다. 지금 씨를 뿌리면 내년 4월쯤 꽃이 피고 6월께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뒤에 모를 심는다고 한다.

    부안 농민회는 ‘지역자원의 순환과 지구온난화 방지, 원유수입절감, 농가소득향상’을 위해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들과 지구를 살리는 에너지 산업으로 유채꽃을 선택했다. 3년 전부터 농민들이 스스로 연구했다는데 지구온난화를 감소시킬 수 있는 환경농업이 될 것이다.

    수확한 유채씨로 바이오기름을 만드는데 올봄에 시범 사업도 했다. 유채가 거름이 되어 유채쌀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꽃이 활짝 피는 내년 봄이면 유채꽃 축제를 열어 사람들이 와서 환경을 살리는 농업을 함께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데 생명을 키우는 농촌에서 쓰는 기계가 모두 석유연료를 쓰고 있다는 것에 문제를 느끼고 “우리가 쓰는 경운기, 트랙터, 이앙기부터 천연 에너지를 쓰자”고 농민들이 이 일에 나섰다고 부안 농민회 김상곤 사무국장이 말한다.

    "경운기부터 천연 에너지 쓰자"

    “정부지원 없이 농민들이 돈 모아서 연구했다. 이제껏 정부가 뭐 심어라 뭐 심어라 했지만 그걸로 안 된다. 농업의 활로를 농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자연한테 받은 것들을 자연한테 돌려줘야 한다.”

    권영길 후보가 트랙터에 올라 유채 심을 논을 로타리 치고 일명 미스터기라고 부른다는 동력살분무기로 유채 씨앗을 뿌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김상곤 사무국장이 말한다.

    “농사꾼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는 않는 걸 정확히 알고 뿌릴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느 한쪽에 뭉쳐 뿌려지지 않게 골고루 퍼지게 뿌릴 수 있다.”

    손 감각만으로 저 작은 씨앗들을 골고루 논에 뿌릴 수 있는 능력은 주식투자 성공 능력 따위는, 부동산 투기 능력 따위는 비교할 수도 없고 따라올 수도 없는 능력이다. 물론 저들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내 말에 콧방귀 뀔 테지만.

    땅에서 생명을 다루는 농민들은 땅과 자연과 사람이 사는 방법을 이제까지 찾아 땀 흘렸듯이 생명을 죽이는 그 모든 것과 언제든 맞설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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