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왕조를 왕조라 부르지 않았나
    2007년 11월 17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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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진보정치연구소의 조승수 소장이 북한 정권을 ‘군사왕조집단’이라고 불렀다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일찍이 나는 일심회 사건 당시에 북한 정권을 ‘군사독재정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승수 소장의 말이 더 적절하다.

왕조가 더 적절하다

다만 ‘군사’와 ‘왕조’와 ‘집단’ 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정치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왕조’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조승수 소장의 정직한 표현에 찬사를 보낸다. 거대 정파들이 두려워 민감한 문제는 피하고 보는 민주노동당 간부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나온 그를 환영한다.

그런데 나는 왜 김씨 왕조를 왕조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우선 조선일보에서 그렇게 부르기 때문에 나도 그런 말을 쓰면 같은 부류로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한 것일까?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런 오해에 대해서는 이미 포기했기 때문이다. 점잖다는 평판도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그러면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그럴 수는 있겠다. 어느 노동운동가로부터 ‘군사독재정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조차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젊을 때 죽어라고 싸우고 비판했던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쁩니까?”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박정희는 그래도 백성들을 굶겨 죽이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 말이 그 동지를 설득했는지는 모르겠다. 인민의 배를 채워야 햐는 정권의 기본 의무를 어떤 도덕적 의무보다 우선시 하는 정치철학이 전제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동지의 정치철학이 나와 같은지 모르겠다.

김일성 조선, 이미 북한서 쓰이는 용어

누군가 ‘북한’이라고 부르는 건 한국의 북반부라는 뜻이니 대한민국 중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김일성 조선’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단군 조선, 위만 조선, 이씨 조선과 구분하여 김일성 조선이라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왕조들 가운데 하나가 되는데?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방북 당시 뉴스를 보다가 아리랑 공연에서 “김일성 조선이여, 영원하라!”라는 구호가 수만 군중의 카드 섹션으로 펼쳐지는 걸 보고서 나는 그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이미 북한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 조선이라는 왕조의 용비어천가가 곧 아리랑 공연인 것이다.

그 후에도 나는 북한 정권을 왕조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홍길동도 아닌데 왕조를 왕조라고 부르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 인터넷 댓글에다 “공화국과 왕국이 합쳐서 연방 공화국이 될 수 있나?”라고 썼던데 정곡을 찌른 말이다. 얼마 전에 내가 주장했듯이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저질 정치 상품이다.

그러므로 이를 비난한 조승수 소장은 무죄다. 진지하지 않은, 공허하고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대선 공약 전체를 설명하는 국가 비전이 될 수 있겠나? 포장이 너무나 황당하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도 풀어보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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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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